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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May 28. 2017

내가 스웨덴 생활을 브런치에 쓰는 이유

생각을 전달하고, 개인의 삶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세계를 구하고자.

오늘 아침 '성공'에 관한 인터넷 블로그 기사를 하나 읽었다. 미국에서 조직 심리학을 공부하는 박사가 성공과 성취의 차이점과 성공을 넘어 더 큰 성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의 입장을 전달한 글이었다. 글쓴이는 성공과 성취는 다른 개념으로, 성공은 내가 무엇을 '왜'하고 있는지 직시하고 이어갈 수 있을 때 도달할 수 있으며, 성취는 이 보다는 좀 더 단기적이고 '왜' 무언가를 하고 있는지보다 지금 '무엇'을 이뤄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그는 더 큰 성공을 위해서는 항상 실패를 잊지 않고, 성공의 열매의 달콤함에 젖기보다 겸손한 자세로 자신이 하고 있고 있는 일의 '이유'를 잊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How To Go From Successful To Very Successful (and why most people can’t do it)


    글을 읽고 나서 나는 '왜' 스웨덴에 와서 석사를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내 경험을 브런치에 적고 있는지 고민하다 밤새 쌓인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친구들과의 카카오톡 채팅방을 열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과의 채팅방에 수십 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중 단연 화두는 열혈단신 여자 홀로 남미 여행 3개월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친구의 귀국 이야기. 나의 친구는 2월 말 브라질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쿠바, 멕시코 7개월을 3개월 동안 여행하고 곧 귀국한다.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다 꿈을 찾기 위해 떠난 (북)남미 여행. '여자 혼자 여행하기엔 너무 위험해!'라는 많은 사람들의 염려를 제쳐두고도 (북)남미는 치안이 좋지 않다는 소문에 그녀 역시 두려웠을 테지만 그 두려움을 안고 그녀는 떠났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3개월 간의 여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귀국한다. '얼른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라는 다른 친구의 질문에 그녀는 '사실, 반반이야. 더 있고 싶기도 하고 몸이 축나서 얼른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 보다 내 꿈을 좇기 위해 빨리 귀국하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비록 텍스트로 주고받는 메시지였지만 텍스트를 통해 발현된  '꿈'이라는 단어에 확신에 찬 그녀의 목소리가 이 곳 먼 곳 스웨덴까지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만 같았다.


꿈은 늘 향기를 가지고 있고, 이를 좇아가게끔 만든다/ Pixabay, tangjiao990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해 함께 방황하던 시절을 보낸 그녀는 긴 여행을 통해 '꿈'을 찾고 귀국한다. 이제는 자신 있게 '도전해봐야지!'를 외치며. 가장 아끼는 친구가 꿈을 위해 한 발을 내딛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함께 방황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나의 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왜' 그 꿈을 꾸게 되었는가? 사실 아직까지 명확하게 나의 꿈이 무엇인지 여전히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여전히 어머니는 한 가지에 집중하라며 핀잔을 주시지만). 관심사가 다양한 것도 있지만 수십 년간 '꿈 = 직업'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살아오다 직업이 곧 꿈일 필요는 없으며, 꿈에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가정을 이루고 싶은지,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등 내 삶에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곳 스웨덴에서 생물학을 공부하지만 평생 첼로와 베이스를 연주해 온 친구, 자연 과학을 평생 공부했지만 언론가를 꿈꾸는 친구, 생물학자를 꿈꾸다 재능을 믿고 디자이너가 된 친구 등 자신의 직업이나 학업 외에도 스스로의 다양한 재능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의 꿈을 좇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직업이나 전공에 국한되어 규정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꿈= 직업'이라는 공식을 통해 나를 발견하려 했던 이유는 다양한 경험이 부족했거나 다른 분야에서 나의 재능을 찾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꿈'에 대해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리고 그것들을 많이 나누고 싶어.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경험들도 많이 나누고 싶어. 모든 사람은 제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고, 모든 사회는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데, 어쩌면 내 글을 읽고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에 큰 변화를 끼칠 수 있는 영감을 얻을지도 모를 테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2015년 내 꿈은 스웨덴에 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전 세계에서 다른 나라들의 모범이 된다고 여겨지는 이 곳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지, 어떤 갈등을 통해 사회의 튼튼한 안전망과 모든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리고 지금 어떤 진통을 또 겪고 있는지도 들여다보기 위해. 제로베이스에서 다양한 자료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이 사회를 알아나가고 있고 글을 통해 모두가 연결된다는 믿음으로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유학 정보에 관한 글을 통해서는 스웨덴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었고, 스웨덴의 문화에 관해 글을 쓰면서는 알고 싶지만 정보의 부족으로 알지 못했던 이 사회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싶었고, 이 곳에서 배우며 깨닫는 다양한 가치(민주주의, 지속가능성 등)에 대해 글을 쓰면서는 나의 배움을 정리하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우리가 과연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고민을 통해 다양한 실천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조금씩 내 삶이 바뀌고 내 생활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또한 이런 고민을 통해 내가 삶에서 이루고 싶은 일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매기고 실천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 스웨덴의 민주주의와 복지제도를 완성시켰다고 존경받는 전 총리, '올로프 팔메(Olof Palme)'는 이렇게 말했다. 반핵 문제에 관련해 청소년 대상 정치캠프에서 이뤄진 연설이지만 그 울림은 크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우리는 그저 청소년일 뿐이야. 우리가 정치인도 아닌데 무슨 영향력이 있으며, 세계에 대한 책임이 있단 말이야?"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가 정치인이다. 우리가 어디서 왔든, 무슨 일을 하건 우리는 정치인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가 바라는 대로 사회를 바꾸고, 세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Berggren 2010, 268/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 하수정, 후마니타스)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한국 사회에 몸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 곳에서는 이방인일 뿐이다. 하지만 이방인으로서 그리고 내 나라와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그래도 우리가 본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스웨덴에서 드는 나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지금 당장 사회와 세계를 못 바꾸더라도 한 사람의 삶이 바뀌면 사회가 바뀌고 세계가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키보드에 손을 얹었고, 브런치에 글을 썼다.


추신. 많은 분들이 최근에 스웨덴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읽으시고 비판할 점은 비판해주시고, 스웨덴에 궁금한 점은 질문해주시면 그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좀 더 적극적인 소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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