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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Apr 30. 2018

스웨덴에 온 것, 후회 안 하세요?

학업을 막론하고 스웨덴에서 배운 삶에서 지키고 싶은 가치들

스웨덴 유학을 꿈꾸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논문을 쓴다는 핑계와 4월에 엄마와 동생과 함께한 유럽 여행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스스로 압도되어 한동안 무기력함과 답답함에 빠져살았다. 그리고 어느 덧 대학 졸업 후 스웨덴으로 유학을 온지 2년 차가 되었다. 나는 끝을 바라보고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또 이 곳에서의 새로운 모험을 준비하고 있다. 유학 생활을 먼저 겪은 나이기에 스웨덴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을 품고 온 이 곳이지만, 이 곳 역시 나에게 현실이 된지 2년. 사회 생활을 앞둔 앞으로의 시간은 더 치열한 현실이 될 것이다. 답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들에게 답을 줄 순 없다. 개인마다 경험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삶의 목적이 다를진데, 답이라는 건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 얘기를 통해 비슷한 선택을 앞둔 사람들에게, 누군가 조금의 인사이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한 달 뒤 졸업을 앞 둔 지금 나는 지난 유학생활을 어떻게 평가할지 자문해본다. 


지난 2년 한국과는 다른 삶의 형태로 현실을 살았다. 학생이라는 울타리를 생각지 않더라도 좀 더 시간적으로나 마음적으로 여유로웠던 생활임은 부정하지 않는다. 성적에 대한 압박도 심하지 않았다. 마음이 간사하게도 여유로운 시간들이 지속되자 스웨덴에서의 삶이 지루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던 시간도 있었고, 또 다른 세계를 갈망하기도 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끊임없는 욕심때문일 것이다. 변덕스러운 내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그래도 이 곳에서 배운 것들 중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다. 내가 한국에서 살면서 놓쳤던 것들 그렇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 내 삶에서 지키고 싶은 것들을 오늘 이 곳에 공유해본다. 



나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힌 유학 생활 

사실 스웨덴이 타 유럽 국가에 비해 관광업이 발달한 나라는 아니다. 솔직히 나는 스웨덴에서 관광학 석사를 하고 있지만, 석사 그 자체의 목적보다 스웨덴에 오기 위해 석사라는 수단을 택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도 학업적인 궁금증 외에 스웨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나 시스템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스웨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삶을 꾸려나가는지 관심이 많았다. 먼저, 스웨덴 생활을 하면서 매력적으로 느낀 것들은 처음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하던간에 겉 모습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속으로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개성을 굉장히 존중하는 사회라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도 남이 어떻게 나를 생각할지에 대해 신경쓰기보다 나의 필요나 욕구에 의해서 지낼 수 있었다. 특히 여자로서 한국에서는 외모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화장을 한다거나 옷을 어떻게 입어야하는지 또는 다이어트등 외적으로 신경쓸 게 많았는데, 이 곳에서는 화장을 눈치나 필요에 의해 하지 않는다. 다만 원할 때 개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꾸미는 것이다.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나도 내 스스로의 개성을 찾고 드러낼 수 있었다. 


우메오 스포츠 센터 IKSU에서의 여러 프로그램(바디펌프, Grit Strength, 플로어 하키 격인 Innebandy 여자 팀)


다음으로 강한 여성들에게 매력을 많이 느꼈다. 양성평등 선진국인 스웨덴 여성들은 신체적으로 뿐만아니라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다른 나라보다 그 입지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스포츠 센터에 갔을 때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열심히 하는 여성분들이 많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반대로 여성들이 많은 댄스클래스나 요가, 필라테스 클래스에 건장한 남성분들도 함께 수업을 들어 여전히 흥미롭다). 수 십키로의 역기를 들고 한 시간동안 남자와 대등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신체적으로 강한 것 외에도 스웨덴 여성들은 가정이나 사회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며, 정부 및 시민 단체에서도 사회적으로 그 동안 소외되어 온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일례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고, 양성 평등을 이루기 위한 아빠육아휴직 제도가 바로 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변하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여리여리하거나 수동적인 여성성이 암묵적으로 강요되거나 육아는 여전히 여자의 몫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다수라 생각하는데, 스웨덴에서 나도 강요된 자발적 포기를 용인하기보다 한 인간으로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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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e_walström / ImageBank Sweden

마지막으로 내 삶과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가정의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한국에 살면서는 학교, 학원, 취업 준비 등 다양한 핑계로 가족들과 함께 살 때에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 결과 내 삶의 중심은 모두 ‘나’를 위주로 돌아갔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과 그 곳에서 얻는 행복을 항상 유예시키곤 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나 행복은 언젠가 이루겠다는 각오로 유예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일상 생활에서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할 때 발현됨을 깨달았다. 동양권 문화보다 더욱 개인적이고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덜 끈끈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협한 생각은 철저히 깨졌고, ‘지금 행복한 것’ 에 대해 고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스웨덴 유학을 고민하는 분들께 

나의 경우 석사과정을 통한 학업적 성장보다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회로 유학을 택했다. 때문에 학업적인 만족도라던가 지적 성취의 정도는 다른 사람들보다 낮다. 현실적으로 프로그램이 내가 바라던 커리큘럼은 아니었고, 리서치에 중점을 둔 석사 과정 자체가 내가 바라던 공부 방향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유학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스웨덴으로 유학을 꿈꾸는 분들 모두 각자의 목적이 다 다를 것이다. 실제로 어떤 분들은 학위 자체에 관심을 두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나와 같이 스웨덴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후 정착까지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도 있다. 목적이 뭐든간에 각자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온다면 이 곳에서의 공부나 생활이 자신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거나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그 길이 절대로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현실적으로 어찌 됐든 우리는 이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언어나 문화에도 익숙지 않고, 비자 문제도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이 있는 길에 길이 있다하지 않았는가. 설령, 유학 후 돌아가게 되더라도 이 곳에서 보낸 시간은 길게 봤을때 인생에서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 사회에 와서 더욱더 가족이나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삶에서 가치있는지 많이 깨달은 것처럼. 이 곳 역시 완벽한 사회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갈증과 갈등을 느끼는 부분들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실마리들을 정책적으로 많이 풀어나가고 있다. 스웨덴을 이상화시키는 분이 계시다면 너무 이상화만 시키지 않고, 그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각자의 목표만 분명히 하고 온다면 원하는 바에 한 발 자욱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G.O.D 길의 노래를 공유한다. 석사 졸업을 코 앞에 두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할 때는 온갖 걱정과 불안에 압도되어 방황하던 대학 졸업반이었던 나의 모습과 겹치기도 한다. 석사라는 학업 타이틀을 하나 더 달았지만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문득 밀려들어오는 것을 볼 때는 스스로 강해지고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는다. 많은 사람들이 가진 고민들 나라를 막론하고 비슷할 것이다. 답은 없지만 답이 없으니, 적어도 내가 신념을 가지고 내 마음 속에 길을 귀울이며 가는 길이 내게는 답일테니, 스스로를 매일매일 격려하며 한 발 나아갈 수 밖에..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3GJabGceO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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