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으로 오는 길: 부산 - 베이징 - 스톡홀름 - 우메오
지난번 글에서 스웨덴 우메오로 오기까지의 나의 경로를 짧게나마 공유했다. 나는 부산 - 베이징- 스톡홀름을 거쳐 우메오에 도착했다. '에어차이나' 항공이 가장 저렴하기도 했고 북경에서 72시간의 무비자를 가지고 짧게나마 베이징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내 기대는 경유를 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슈는 공항에서 비자를 받기까지 소요되는 시간, 내가 이동시켜야 했던 나의 짐들, 시내로 이동하는 시간, 관광지에서의 대기 시간 등이었다. 19일 오후 2시 30분경에 베이징에 도착했기 때문에 19일 오후, 20일은 적어도 베이징 시내를 온전히 구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 요정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등져버렸다.
베이징을 경유하는 일정 중 공항 밖으로 나갔다 오고자 하는 모든 관광객은 무비자 입국심사를 거쳐야 한다. 중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베이징에서는 72시간 무비자 혜택을 볼 수 있다. '지루한 대기시간을 하루 더 연장시켜 비자 없이 돈 별로 안 들이고도 여행을 할 수 있다니!' 스웨덴으로 가기 전의 천금 같은 마지막 아시아 여행이 될 것 같은 기대감에 룰루랄라 베이징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대에 도착하니 경유를 하는 사람들 중 공항 밖으로 나갔다 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사대가 따로 있었다. 입국카드(Arrival card)를 작성하고 내 순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기에 20~30분이면 밖으로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베이징 공항의 행정처리에 절차나 속도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했던 나의 경솔한 단언이었다.
보안심사대의 공안들의 행정처리는 너무나도 답답했다. 일을 하면서도 사담을 곁들이는 것은 물론 희희낙락 거리며 업무에 집중하지도 않고 관광객들이 기다리던 말던 상관치 않았다. 더욱이 자꾸 심사대 요원들이 교대를 했기에 일의 연결이 자꾸 끊겼다. 또한 심사를 위해서는 A4용지 한 장의 다른 서류를 작성해야 했는데, 이 또한 미리 알려주지 않고 내 차례가 거의 다 되어서야 여권을 보여달라더니 종이를 주었다. 그래도 이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내 여권을 달라기에 건네주었다. 내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폴란드, 캐나다 여행객 여섯 명의 여권도 함께 가져갔다. 내 앞에 서있는 사람들에게는 여권을 달라는 말도 없었고 그 자리에서 서류 심사를 하고 입국을 허용해주었기에 의아했다. 그래도 기다리면 금방 끝나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20 ~ 30분이 지나도 여권을 가져간 공안은 오지 않았다. '왜 우리들의 여권만 가져갔지?'라는 궁금증에 질문을 하려고 물어보면 'Wait a moment'라는 답만 무섭게 돌아올 뿐이었다. 그러는 새에 내 앞으로 수 명의 사람들이 입국 심사를 통과했다. 너무나도 오랜 기다림이 지속되어 지친 상태에서 내 여권의 행방도 알 수 없어 불안하기도 했고 정신적으로 지쳐갔다. 이유라도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일방적인 행정처리에 나는 벙어리처럼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길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드디어 여권을 받았고 입국심사를 거쳐 베이징에 입성했다. 이미 공항에서 너무나도 지쳤기에 베이징 여행의 의욕은 사라진채...
2011년 상하이에 두 번 다녀온 경험이 있지만 대륙이 이렇게나 크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 들린 베이징은 너무나도 컸다. '대륙'의 규모에 놀라고 또 놀랐다. 도시 자체의 규모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인구, 관광객 수.. 이동을 할 때마다 사람에 또 치이고 또 치였다. 서울에서도 지옥철에 탑승할 때마다 '아.... 사람이 너무 많아 지친다'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베이징은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공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베이징 중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는 여정 동안에도 지하철역이나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가 살아왔던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가장 놀랐던 대륙클라스는 20일 아침 '자금성' 관광을 위해 그곳에 도착했을 때 경험했다. 도착한 날 호스트에게서 '자금성' 관광은 하루에 정해진 수만큼의 관광객만 입성할 수 있어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을 먹고 가족들과 통화를 하고 10시 20분쯤 천안문 광장에 도착했다.(내가 생각한 일찍의 기준이었다) 천안문 광장의 지하철 역부터 사람이 많았지만 내가 '자금성'에 못 들어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사람들에 휩쓸려 드디어 자금성 입구에 도착했다! 티켓을 사려고 티켓 매표소에 갔는 어쩐 일인지 매표소의 모든 창구가 모두 닫혀있었다. 주변의 중국인들에게 물어보니 오늘 정해진 수량의 입장권이 다 팔려서 오늘 자금성 관광은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둥!!!!!!' 11시 이전이 결코 일찍이 아니었다니.. 수소문해보니 미리 인터넷 사이트를 예매하거나 8시쯤에는 와야 안전하게 자금성 관광에 성공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내가 들린 날이 주말이었던 문제도 있겠지만 평일이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어 보인다. 특히 성수기에는...
자금성 관광에 실패하고 하는 수 없이 다음 목표지인 '천단공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입장에도 제한이 없고 표를 사기 위한 줄도 길지 않아 순조롭게 관광을 할 수 있었다. 공원, 제단, 갤러리 등 여러 곳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어서 이 곳을 둘러보는데만 2시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다. 물론 개개인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규모의 면에서 굉장히 넓어 걸어 다니는 데에만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라 생각한다.
모든 것이 큰 중국, 대륙클라스를 내가 너무 얕봤던 것일까. 하루에 일정을 두세 개 소화하기에도 바빴던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스웨덴으로의 출국을 위해 8시경 호스텔로 돌아왔다. 베이징 여행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해 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드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중국의 그늘에 가려진 우리나라(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1도 몰랐다...ㅠ)를 어떻게 홍보해야 하는지 생각도 해보고, 나 스스로의 덤벙댐과 무모한 무계획성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2년 동안의 긴 여정 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다음번엔 중국을 거치지 않겠다는 재다짐을 하면서...
베이징 경유를 하는 사람들 중 24시간 이내 경유를 하는 경우 미리 항공사에 연락을 하면 1박을 묵을 수 있는 호텔을 '공짜'로 제공받는다. 나는 사실 이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에 2박을 내 돈으로 숙소를 잡고 여행을 계획했었다. 만약 이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몸도 고생 안 하고, 돈도 아낄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박을 안전한 곳에서 편하게 묵을 수 있고 제공되는 음식도 꽤 괜찮다는 평을 이 호텔을 이용한 친구에게서 들었다. 내가 산 '에어차이나'의 티켓은 17시간 베이징에서 대기를 했어야 했는데, 비슷한 티켓을 사는 분들이 있다면 호텔 신청을 티켓을 산 에이전시에 꼭 문의하길 바란다.
내가 선택한 여정이었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탓해서도 안 되는 베이징 여행이 그래도 무탈히 마무리되었다. 어떤 곳에서든 배움이 없겠냐만은 솔직하게 말하면 과욕을 부려 여행 일정을 너무나도 빡빡하게 잡아 후회가 많이 든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스웨덴에 오기 전 나 자신이 모든 것에 대해 큰 기대와 과욕을 내려두고 무언가를 '충실', '꾸준'하고 '느긋'하기도 하며 때로는 '천천히'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과유불급; 지나친 것은 부족함과 같다!'
이제 시작이지만 스웨덴 유학이나 우메오에 관해 인스타그램에도 많이 올리려고 합니다!
- 우메오에 사는 내 이야기를 다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alk2the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