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센터에 간 첫날, 난 운동을 배우기보다 마음을 허무는 법을 배웠다.
어제는 학교 근처에 있는 스포츠센터인 'IKSU(익수)'에 1년 회원으로 등록했다. 한 동안 방치해 둔 나의 몸과 체력을 관리하고 싶기도 했고, 겨울이면 이 곳에서는 빛을 많이 볼 수 없기에 운동은 필수로 꼭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이와 더불어 사실 일과 후에는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이 없어 모두들 스포츠센터로 향하기도 한다. 친구도 만나고 게임도 하고) 등록을 마치고 저녁에는 친구와 함께 IKSU에서 준비한 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타이치, 요가, 필라테스를 곁들여 음악에 맞춰 1시간가량 운동을 하는 '바디밸런스'라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수업에 참가했다. 수업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놀랐던 것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께 운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내가 경험한 요가나 필라테스 수업은 대부분 여성들을 위한 운동으로 여겨지기 마련이었고 남성분들이 수업에 끼면 여성분들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남성분들도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어제의 수업에는 남성분들도 함께 참가하여 매트 위에서 선생님의 동작을 우리와 같이 즐겁게 해나갔다. 남성분들도 눈치를 보지 않고 여성들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한 공간에서 남녀가 흔히 여성 운동으로 여겨지는 것을 함께하고 있는 풍경이 나에겐 참으로 재미있었다. 그렇다. 여성만을 혹은 남성만을 위한 운동도 없을뿐더러 우리는 '운동'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내게 있어 '운동을 함'은 '철저함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었다. 운동을 시작하면 모든 군것질은 끊고, 음식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생활 습관도 내 몸을 괴롭히지 않는 방향으로 짜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먹고 싶거나 때로는 루즈해지고 싶을 때 오히려 나를 다독이기보다 몰아쳤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곳에 있으면서 굳이 우리의 삶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완벽해지려 끊임없이 노력하기보다 마음을 가볍게 먹고 그냥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만큼 현재 충실한 것도 없음을 깨닫고 있다. 누군가 보기에 대충하는 것처럼 보이면 어떤가. 우리가 흔히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기준도 어쩌면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에 의해 주입된 기준일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물어볼 수밖에!
흔히 우리는 뚱뚱한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로 치부하거나 헬스장에서 만났을 때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는 한다. 하지만 내가 IKSU에서 본 사람들은 체형도 다양하고, 운동 능력도 다들 달랐다. 내가 참여한 수업에서도 더 유연한 사람이 있는 반면 덜 유연한 사람이 있었고,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수업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요가를 배울 때는 선생님이 하나씩 제대로 지도해주셔서 수업시간에 제대로 운동을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는 스스로가 내 몸에 집중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해야 했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내 '몸에 집중해야 해, 이 시간 동안 운동 효과 하나도 없으면 손해일 텐데'라는 생각에 집중이 깨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을 돌아봤을 때 동작이 틀려도, 잠시 힘을 빼도 각자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체형이나 운동 능력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운동하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었다.
운동을 할 때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제대로 몸을 쓰면서 그 효과를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똑같은 시간에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또 해본다. 운동을 제대로 알지 못해 최선은 다하나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면 어떤가. 내 생활의 일부로서 운동을 하는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의 큰 활력소를 얻을 수 있다. 최선을 다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록 그렇지 못할지라도 그 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면 이 또한 최선이자 최고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