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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Nov 21. 2018

스웨덴의 색채가 짙어진 이틀

스웨덴 유학박람회에서 스웨덴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다

지난 일요일, 월요일에 걸쳐 서울에서 스웨덴 유학박람회가 열렸다. 주한 스웨덴 대사관과 스웨덴 대외홍보처(Swedish Institute)의 Study in Sweden 팀에서 주최/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내가 공부한 우메오 대학교를 비롯하여 예테보리, KTH, 룬드, 린셰핑, 함스타드 이 다섯 개의 대학이 함께 참가했다. 일요일 행사는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하루 종일 열렸는데, 3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3년 전, 내가 스웨덴 유학을 준비할 때는 국내 대학교로 찾아가는 설명회를 개최했었고, 실제 참가자는 20여 명에 그쳤었는데, 3년 만에 스웨덴 유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는 것을 실감한 행사였다.





치맥과 함께한 저녁

이 행사를 위해 스웨덴 각 대학 입학 담당자들이 서울을 방문한 덕분에, 나는 우리 대학 담당자 A와 B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지난 6월 스웨덴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올 때만 해도 근래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너무나도 반갑고 행복한 만남이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학교 직원이라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내가 우메오에서 공부하는 동안 학교 생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사람들이었다. 특히, 2015년 우메오 대학의 입학 담당자 A를 만난 덕분에, 우메오 대학교 지원을 결정하고, 지원 과정에서도 학교, 장학금, 생활 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처음 우리의 관계는 학생과 교직원으로 맺어졌지만, 우메오에 있는 동안 그리고 우메오를 떠나서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사람 대 사람으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그래서 일요일과 월요일에 걸쳐 두 사람과 행사에 참가하는 동안 나는 꼭 스웨덴에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2년 동안 스웨덴에서의 시간이 흐려져 꿈같이 느껴질 때쯤, 그들 덕분에 그 기억을 붙잡아 색을 불어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일요일 하루 종일 박람회에서 일을 하면서 스웨덴 유학을 간절히 바라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자기 분야에서 스웨덴 대학의 명성이나 커리큘럼이 뛰어나기 때문에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정착을 목표로 석사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마다 제 각기 이유는 달랐지만, 많은 분들을 상담하는 동안 3년 전 내가 유학을 준비할 때를 돌아볼 수 있었다. 2015년 나 역시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이라는 나라에서의 정착을 꿈꾸며 유학을 준비하고, 지원 과정에서 감사히도 장학금을 받게 되어 그렇게 2년을 훌쩍 떠났다. 비록, 2년 후 커리어 목표와 개인적인 선호/이유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2년 간 스웨덴에서의 시간은 내가 꿈꾸던 사회에서 살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지낸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일말의 후회는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뛰어들어 볼 걸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이 아쉬움은 스웨덴을 떠났기 때문에 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것임을 나는 안다.


사실 스웨덴을 떠날 때 근래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떠나온 지 반년도 안 되어 그곳에서의 시간과 삶이 그리운 걸 보면 2년 간의 유학 생활이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나 자신의 욕구, 취향, 목표, 정체성 등 여러 방면에서 나에게 솔직해진 시간이었고, 스웨덴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대한 편견도 많이 깰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졸업 후 첫 직장 생활을 준비하고, 앞으로의 인생 설계를 하는 지금 이 순간, 스웨덴에서 배운 가치들(지속가능성, 건강한 식습관, 가족 중심의 사회, 양성평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환경, 개성/정체성 존중 등)은 내 삶에 뿌리 깊게 내리고 있다. 어디에서 살든 간에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들을 놓지 않고 나로서 살아야겠다고 매일 다짐하며.


지난 이틀간 박람회에서 스웨덴에서의 삶을  단순히 꿈꾸기만 하기보다 자신을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3년 전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유학박람회를 찾아가고, 수없이 많은 이메일을 보내며 학교에 컨택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한 시간들, 그 순간들이 내 이메일에 온전히 보관되어 있었다. 3년 전의 이메일을 들춰보면서 스웨덴이라는 키워드로 내 브런치를 찾아오시는 많은 구독자 분들께 내가 드릴 수 있는 도움은 과거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으로 유학이든 정착이든 가는 것이 목표라면 자신이 스웨덴을 왜 가고자 하는지 이유를 분명히 하고, 너무 큰 기대는 갖지 않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컨택하고 준비한다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편, 유학과 관련해서는 많은 분들이 학점, 장학금, 유학 후 취업 등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고민을 하기보다 스스로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도전하면 좋겠다. 좋지 않은 학점은 되돌릴 수 없고, 장학금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취업 시장은 어디든 어려운 건 마찬가지니까... 여담으로, 나 역시도 준비하던 장학금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스웨덴 가는 것은 거의 포기했었다. 하지만 감사히도 학교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염없이 울었지만 적어도 그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유학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순간이 그런 것 같다. 지금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면 결과가 어떻든 간에 아쉬울 일이 없을 것이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묵묵히 버텨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버티며 한발 짝 내딛는 것, 그것이 중요할 뿐임을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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