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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Dec 15. 2018

파랑새를 찾았다.

한국속의 작은 북유럽을 품은 날

12월 8일, 종로 그랑서울에 위치한 Spaces(스페이시즈)라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Nordic Seoul(노르딕 서울)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Nordic Seoul은 서울에 거주하는 노르딕 국가(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 사람들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에 커넥션이 있는 한국인들을 위한 커뮤니티다. 스웨덴에서 돌아온 후, 한국에서 어떻게 내가 스웨덴에서 배운 가치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걸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Nordic Seoul(노르딕 서울) 커뮤니티를 발견했다. Nordic Seoul(노르딕 서울)를 이끌어나가는 덴마크 친구 Emil(에밀)을 만나게 되었고, 감사히도 Nordic Seoul(노르딕 서울)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는 데 일조할 수 있었다.

이날 파티에는 스웨덴 대사님, 국내 노르딕 국가의 기업에서 일하는 북유럽 사람들, 북유럽 출신 배우자를 둔 국제 커플 및 가족, 북유럽에서 살아봤거나 공부를 한 한국인 등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실제 등록한 사람들은 더 많았는데, 노르딕 국가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서울에 많아 놀랐다.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날 행사는 북유럽식 홈파티로 기획되었고, Emil(에밀) 덕분에 많은 북유럽 관련 기업 및 기관에서 여러 후원품을 받았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선물도 풍성하게 준비되었다. 직접 참가자들이 준비한 북유럽 및 한국 음식으로 테이블이 가득 채워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육볶음, 김밥을 비롯해 내가 자주 사 먹던 스웨덴의 갑자칩, 치즈볼, 진저 쿠키, Marabou (마라부)도 있었고, 비슷하지만 다른 스웨덴/덴마크식 미트볼과 핀란식 팬케익도 있었다. 한국에서 열린 행사지만 꼭 그 시간만큼은 스웨덴에 있는 것 같았다.


스웨덴 대사님의 간단한 스피치를 시작으로, 자유롭게 네트워킹과 게임, 경품 추첨을 하며 3시까지 편안하게 파티가 진행되었다. 올해 새로 부임한 스웨덴 대사님 Jakob(야콥)은 유머러스한 스피치와 진행으로 파티의 시작을 너무 편하게 만들어주셨다. 자신을 초대한 Emil(에밀)이 행사 시작을 준비하느라 바쁘자 '에밀, 어디 갔어? 에밀은 초대해놓고 듣지도 않는다며~' 핀잔 아닌 핀잔을 주시기도 했다(ㅎㅎ). 스웨덴에서 내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이 권위나 계급에 크게 개의치 않고 소통한다는 점이었는데, 대사님을 통해 그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인데 격식 없는 모습이 참 소탈해 보였다.


파티를 주도하는 사람도 딱히 없고, 정해진 규칙 없이 사람들이 직접 시간과 정성을 들여 가져온 음식을 함께 나눠먹고,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이 시간은 덴마크의 Hygge(휘게), 스웨덴의 Fika(피카)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시간. 이 날 함께한 내 친구는 가족적이고, 아무도 주도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자유롭게 네트워킹 하던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파티의 문은 항상 열려있었기에, 자신이 준비가 되었을 때 와서 편안하게 파티를 즐기고 떠나야 할 때 떠나던 사람들. 특히 이 날 어린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들이 많았는데, 덕분에 파티는 가족적이고 가장 편안한 분위기로 덮였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상을 보다 순수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이 날 아이들을 위해서만 준비된 경품(레고 블록, 바이오 장난감 등)은 '모든'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어지기도 했다! 단 한 명의 소외된 아이 없이.


비록 나는 노르딕 국가 중 한 곳인, '스웨덴'에서만 2년을 보냈지만, 이 날 만난 다른 노르딕 국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 큰 이질감이 없었다. 출신 국가는 다르지만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기에 통하는 점이 많기 때문이리라. 또한, 모두 한국에서 살고 있고,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에 한국의 가치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 어떤 곳도 완벽한 유토피아는 아니지만 지속 가능한 삶, 사회복지, 육아, 평등 등 누군가의 성별, 종교,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들.  그리고 그 가치를 한국에서도 지켜내고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 날 행사에서, 나는 한국에서도 내가 스웨덴에서 배운 것들을 지켜내며 나만의 템포와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한국의 템포도 조금씩 느려져가고 있는 것 같아 한결 더 편안해졌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디에 사는지보다, 어디에 살든간에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스웨덴을 가기로 결정한 것도, 그런 가치를 스웨덴에서만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스웨덴을 떠날 때는 사실 과연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든 다른 나라에 살든 그럴 수 있을까? 내 속도와 방향을 잃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많이 됐는데, 파랑새는 내 마음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주변에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음은 물론이다.


한국과 북유럽 사이에서 나는 Umeå에서 불빛을 밝혔고, 한국에서 또 하나의 연결을 위한불빛을 밝히고 싶다.

한국에서 북유럽을 만난 이 시간은, 공부를 끝내고 새로운 삶의 전환점에 서있는 내게 삶은 스스로 창조하고 그 위에서 버텨내는 것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 세상에 유토피아는 없지만, 내 마음속에 내가 꿈꾸는 삶과 사회를 꾸준히 그리며 실현하고 지켜내기 위해 버텨내는 것이 이것이 생인 것임을 나는 조금씩 알아간다. 내가 어디에 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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