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나만의 브런치를 요리하는 일

나는, 여러분은 왜 브런치에 글을 쓰나요?

by 국경 없는 펜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침에 일어나 모든 준비를 하고 10~ 11시경 카페에 가서 글을 쓸 때라 나는 대답하겠다. 스웨덴에 유학을 가면서 브런치를 시작했고, 스웨덴에서도 매일 아침 10~ 11시경 학교 카페에 가 갓 내린 따듯한 드립 커피를 한 잔 시켜놓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런치 시간에, 나는 내 브런치 위에서 나만의 브런치를 요리했다. 스웨덴에서 2년 동안 유학을 하면서 최소 1주일에 한 개의 글은 쓰자고 스스로 다짐했는데, 돌아보면 100개의 브런치를 요리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80개 정도 만들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조리해서 나만의 메뉴로 만들어 내는 일. 나는 글을 요리하는 동안 늘 행복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장소들(우메오 대학 도서관 카페테리아, 시내의 가장 오래된 카페)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한국에 돌아온 후,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스스로 지키지도 못하고 늘 무엇인가 쫓겨 하루하루를 보냈다. 첫 구직 기간이라 물리적인 시간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 브런치 시간은 사치로만 느껴졌다. 더욱이 스웨덴 유학 기간에는 스웨덴 유학생, '헤이스웨덴' 이라는 내 정체성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내 신분 때문에 스스로 많이 떠다니고 불안했다. 때문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거니와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스스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 여유도 확보하지 못했지만, 내 글을 우연히 읽게 되는 분들이 내 글을 어떻게 평가할지 너무 많은 압박을 받았다. 그저 오롯이 내 생각을 담고, 세상에 하나의 관점을 더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텐데... 나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넌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니?'

솔직히 말하면, '내 글이 다른 사람의 삶에 선한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남에게 글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나의 글쓰기를 가로막았어'. 스스로 현재의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니, 결국 이 욕심을 채울 자신도 없었지만, 이 욕심이 나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거란 걸 알면서도 잘 통제하지 못했지. 결국 글을 쓰지 않는, 회피를 택하고 말았어.'


사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는 욕구다. 하지만, 중요한 본질은 내가 왜 글을 쓰는지, 글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지 방향을 분명히 하는 것임을 나는 안다. 지금껏 글쓰기는 내게 감정을 배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내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며, 타인과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매체였다. 가끔은 이렇게 자기반성을 하고 스스로 다짐을 새겨놓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왜 이리나 어려운지.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을까, 또 나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결국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글 쓰는 내가 찾아야 하는 것임을 나는 안다. 그리고 이 시간을 의식적으로 지켜내고자 노력하고 무엇보다 실천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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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글쓰기는... 결국 순전히 나를 위한 글쓰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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