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끈이 짧은 그가 살아온 삶이 잘못된 걸까?
스웨덴에서 돌아온 후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거친 파도 위에 처음으로 뛰어들자 취업의 소용돌이가 몰아쳤고, 잠시 잠잠해진 바다 한가운데 앉아 정말 오랜만에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생애 첫 취업 준비인 만큼 이력서 하나 쓰는데도 허둥지둥, 서툼 투성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거친 세상에 아직 한 번도 데어본 적이 없는 탓일까. 고작 첫 취업 준비인데 정신 줄을 때로 놓고 멍하니 있거나, 지쳐하는 나를 보며 내가 이렇게 정신력이 약했던가 돌아보게 된다. 직장에 가든, 창업을 하든, 프리랜서를 하든, 첫 업을 잡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인정한다. 아직 난 멀었구나, 바다 한가운데 나와 더 치열하게 노를 젓고 부딪혀봐야겠구나. 방향키를 놓치지 않으며, 닿고자 하는 내 항구를 향해.
수많은 친구들이 이 거친 파도 속에 함께 각자의 항구를 향해 노를 젓고 있다. 치열한 고등 입시 생활, 즐거웠던 찰나의 대학 생활이 끝낼 때쯤, 다시 자신을 치열한 취업 시장에 던진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대부분'. 대부분이라는 건 다는 아니라는 것. 대학을 가지 않았거나, 창업을 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대학 진학률이 평균 70%인 대한민국에서 나머지 30%로 살아간다는 건 어떨까? 모두에게 평등하게 기회는 주어지는 걸까? 오늘은 그 30% 중 한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오늘의 인터뷰이는 자신의 10대 20대 인생을 이렇게 세 가지 단어로 요약했다.
"저는 대학 졸업장도 없고, 회사에 취업을 해 본 경험도 없어요. 아르바이트 경험이랑 장사하려고 일한 경험뿐이죠. 그런데 지금 조직생활을 해보려 하니 진입장벽이 높더라고요. 지원 자격이 최소 전문학사 소지자인 곳이 많아요.
사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항상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곳에 취직한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왜 대학에 가야만 좋은 곳에 취직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죠. 많은 학생들이 왜 공부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강압에 의해 공부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학교 공부에 큰 흥미를 못 느끼기도 했구요."
자신도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장사를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그는 결국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했다고 했다. 학교 공부에 큰 흥미도 없었기도 했지만, 본인의 아이디어와 능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게 재밌었고, 빨리 학교를 벗어나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싶었다. 장사를 해서 먹고살아야겠다는 막연한 목표와 함께.
"용돈도 필요했고, 장사를 하려면, 장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아야 한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17살 때 치킨 배달을 2년 동안 했어요. 제가 할 수있는 일이었고, 외식업은 가장 치열한 장사 중 하나니까요. 제가 처음으로 스스로 돈을 벌어본 경험이고, 장사가 뭔지도 조금은 알게 된 시간이에요. 제 사업은 아니었지만, 사장 마인드로 치킨만큼은 식지 않게끔 빠르고 친절하게 배달하려고 했어요. 이때 나름의 영업력을 처음으로 기른 것 같아요"
치킨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도 가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군 생활을 조금 일찍 마치고, 전역 후 장사 준비를 했다.
"검정고시로 실제 고등학교 졸업장은 땄지만, 대학은 가기 싫었어요. 그때는 대학에 가는 이유가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거든요. 대신에 군대를 졸업하고 남성 보세 옷 매장에 취직했어요. 평소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옷 장사로 먹고살고 싶다 생각했죠. 근데 관련 경험이 없으니 제 발로 호랑이 굴로 들어갔어요. 매장에서 일하면서 시스템을 배우고 싶었거든요. 2년 동안 옷 가게에서 일하고, 드디어 제 사업을 차리게 됐어요."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 첫 사업을 차린 그는 밤낮없이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했다.
"첫 창업인만큼 처음엔 크게 욕심 안 부리고 손익분기점만 넘자, 열심히 하다 보면 돈은 따라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모든 걸 쏟아부었죠. '손님이 먼저다'라는 신조로 손님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쇼핑할 때 먼저 다가가지 않고 기다렸어요. 손님의 스타일이나 의중을 살피고 다가가서 키, 체형에 맞는 옷을 추천하며 구매를 유도했죠. 그 지역에서 최고의 남성복 매장이 되는 게 목표였는데, 오픈 두 달만에 최고 매출을 찍었어요. 한 1년 반 동안은 순항했죠. 장사로 먹고살자는 목표가 이뤄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역시나 위기가 찾아오더라고요"
사업을 하고 나서 2년이 되던 때쯤, 가게가 위치한 시장 자체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겨 그는 가게를 접게 되었다고 했다.
"항상 상승 곡선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어려울 때를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처음 맛보는 달콤함에 너무 취해있었어요. 사업이 정말 망하고,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도 많이 했어요. 대학 졸업장도 없고 취업 경험도 없어서 조직생활은 불가능하다 생각했고, 자신도 없었죠... 그러다 인생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조직에 소속해서 배우고 제가 자신 있는 영업력이 조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실 얼마 전, 가고 싶은 회사를 찾았어요. 학력 제한도 없고, 제 영업 생존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생애 처음으로 이력서를 써봤어요. 사실 자신은 없는데 기대는 되기도 하고... 근데 높은 취업의 벽을 뚫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학력이 안 좋으니까(ㅎㅎ). 영업은 자신있는데.."
On my way, 자기만의 길을 패기 있게 걸어온 그였지만, 첫 취업의 문은 너무 높아 보였다. 사실 문의 높이는 중요치 않았다. 그 문을 두드릴 기회조차도 얻지 못하는 현실에 지난 과거들이 무의미해지는 게 더 두려운 것이다.
가고 싶은 곳은 학력을 보지 않았지만, 전문대학도 나오지 않은 그는 많은 기업에 지원할 자격조차 안 된다고 했다. 몇몇 주요 기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최소 전문 학사를 소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지 않은 30%에겐 정말 제한적인 선택지가 있을 뿐이다. 물론, 대학에서 배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도 분명 있지만,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은 지원할 자격조차도 없는 걸까? 개인의 역량은 채용 과정에서 드러날 텐데.
그를 인터뷰하며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학력으로 지원자격을 제한한다는 것을 처음 두 눈으로 확인했다. 가방끈이 긴 나이기에, 지원자격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 포함 많은 학생들이 여어어어어얼심히 노오오오오력해서 대학에 진학하는 만큼 그 노력이 평가절하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대학을 가지 않았다는 30프로는 그럼 노력하지 않는 걸까?
분명, 노력의 강도나 방향성엔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의 불평등은, 차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들었다. 취업을 위해 대학에 가는 것은 또 얼마나 시간과 비용의 낭비인가. 지식의 전당이 취업의 관문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구조가 잘 못됐다고 불평불만을 하려고 이 글을 쓴 건 아니다. 나 역시 가방끈이 긴 사람으로서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니까.(여담으로, 그런데 요즘은 또 너무 긴 가방끈이 문제다. 비즈니스와 아카데미에 필요한 역량은 다르니까). 30%에게도 분명 다른 길은 있고, 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한 70% 사람들보다 배로 더 노력하다 보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불평불만할 시간에 더 노력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벽이 존재하는데, 과연 합당한 이유로 서있는 것인지 인지하고, 질문은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위해. 여러분은 왜 대학에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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