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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Feb 18. 2019

한국에서 만나는 북유럽 음식

스웨덴이 그리울 때 나는 이케아를 가거나 마트를 간다.

지난 달 친구들과 함께한 이케아 먹부림

해외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웨덴 음식이 그리울 때마다 찾는 곳이 있다. 바로 IKEA(이케아).

'엥? 스웨덴 음식이 그리울 때, 가구회사 이케아를 찾는다고?'. 이케아를 단순히 가구회사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스웨덴 음식을 먹기 위해 이케아를 찾는 사람들이 낯설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한국이 그리울 때 한식당을 찾는 것처럼, 스웨덴 사람들은 이케아를 찾는다. 이케아에 가본 사람이면 알 수 있듯이, 이케아는 가구만 팔지 않는다. 북유럽식 '라이프스타일'을 판다. 이 점에서 이케아 레스토랑은 이케아의 핵심 사업 부문 중 하나다. 모든 이케아에는 이케아에서 운영하는 푸드코트식 레스토랑이 구비되어 있고, 계산을 파치고 나오면 핫도그, 아이스크림, 스웨덴식 시나몬 번 등을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비스트로도 갖춰져 있다. 스웨덴식 미트볼, 핫도그, 시나몬 번, 절인 연어, 케이크 등을 팔기 때문에 해외에서 북유럽 음식을 먹기 가장 좋은 곳으로 손색이 없다. 그래서 나도 지난달 문득 스웨덴 음식이 그리워 경기도 광명 이케아 레스토랑을 급습했다. 정식 레스토랑에 가서 먹는 메뉴만큼 정갈하거나 맛있지는 않지만, 저렴하고 다양한 스웨덴 음식을 맛볼 수 있만으로도 기뻤다. 특히 한국에서 내가 스웨덴 우메오에서 먹던 비슷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도, 이케아 방문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음식을 먹으러 가기엔 너무나 먼 곳.... 서울에서 1시간 30분을 운전을 해 도착한 이케아는, 자주 만나기엔 너무나도 먼 당신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집에서도 마켓 컬리에서 스웨덴 음식을 팔고 있었다! 특히 이케아에서는 먹을 수 없는, 스웨덴 마트에서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음식들이었다. Kalles(훈제 대구알), Finn Crips(통밀 과자), Mysli(뮤슬리), Oatly (귀리 우유)등 많지는 않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즐겨먹는 음식과 음료였다. 스웨덴에 살면서 귀리 우유에 매일 아침 뮤슬리를 타 먹거나, 통밀 과자에 아보카도, 계란, 대구알 등을 올려 먹었는데 한국에서 만나게 되니 굉장히 반가웠다. 그리고 더욱 신기했던 것은 스웨덴에서 내가 생선이 그리울 때마다 사 먹었던 고등어 통조림도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한국에서는 노르웨이 회사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고등어 통조림이라고?

스웨덴 사람들이 즐겨먹는 무슬리(출처:마켓컬리), 내가 구매한 핀 크리스프와 칼레스

북부 우메오에서는 연어를 제외한 신선한 생선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급랭한 연어, 대구 등을 사서 오븐에 구워 먹거나 한국식으로 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연어, 두 가지 정도의 흰 살 생선을 빼고는 다른 종류의 생선을 찾기가 너무너무 어려웠다. 집에서 프라이팬에 바삭하게 구워 먹던 고등어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등 푸른 생선을 먹어야 머리도 맑아진다고 했는데... 석사 기간 내내 수많은 페이퍼로 풀가동된 뇌를 위해서라도 고등어를 공수해야만 했다! '왜 스웨덴에는 고등어가 없지? 노르웨이 고등어 유명하지 않나...?' 연어 천국 노르웨이와 이웃한 스웨덴에는 통통하고 싱싱한 연어는 많았지만, 고등어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던 유학 초반, 정말 이해되지 않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스타부르(출처: 쿠키뉴스(좌), 직접 촬영(우))

자주 '왜 스웨덴에는 고등어가 없어?'라고 불평 아닌 불평을 하던 내게, 스웨덴 친구는 '너 눈 앞에 있잖아'라고 웃으며 자신의 쇼핑카트에 통조림을 담았다. '이게 고등어라고?' 꽁치 통조림은 봤어도 고등어 통조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놀라서 묻던 내게, 친구는 '고등어라 주장하는' 통조림을 사서 요리를 해주겠다며 계산대로 향했다.


친구 집에 도착해 캔을 열자 붉은색 소스에 담긴 생선살이 보였다. 언뜻 보면 파스타 소스 같았던 그 음식은 정말 고등어였다. 고등어는 항상 구워 먹거나 찌개로 만들어 먹는 건 줄 알았는데, 가시가 다 발라져 통조림에 으깨져 있다니... 그것도 토마토소스에... 고추장이 아니라... 첫 대면한 북유럽식 고등어는 좀 충격이었다. 충격에 빠진 나를 두고 친구는 찬장에서 통밀 하드 브레드(과자 같은 빵)를 꺼내더니 그 위에 토마토소스에 으깨져 양념된 고등어를 한 스푼 떠서 발라 주었다.

'그냥 이렇게 먹는 거야?'

'응'

이런식으로 먹는다(출처: Orkla)

분명 친구는 요리를 해준다고 한 것 같았는데... 응? 어찌 됐든,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 생각하기에, 내게 낯선 음식이었지만 일단 먹어보자 싶었다. 바삭바삭 통밀 브레드가 으깨지며, 토마토소스에 절여진 짭조름하고 부드러운 고등어가 입에서 섞였다. 바삭한 빵과 부드러운 고등어의 식감, 그리고 짭조름한 토마토소스의 맛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 빵과 고등어 토마토소스의 조화라. 너무 낯설 줄만 알았는데, 북유럽식 고등어 요리는 밥과 고등어 고추장 소스의 조화에 익숙했던 내게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다(다행이었다. 맛있게 친구가 만들어.. 아니 조합해 주었는데). 특히 고등어 구울 때 심한 연기나 비린내가 안 나는 점은 큰 장점이었다. 기숙사에서 한국에서처럼 고등어를 구워 먹는다 생각하면 큰 민폐일거라 속으로 내심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구와 쇼핑하다 우연히 발견한 고등어 통조림 덕분에, 나의 유학생활 2년은 보다 풍요로운 생선 풍년을 맞이했다. 덕분에 여러 장의 페이퍼를 쓰고 나면 나는 늘 친구가 알려준 고등어 '요리'를 해 먹었다. 그리고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 보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던 고등어를 먹는 방식과는 달랐지만, 북유럽식 고등어 통조림은 내게 한 재료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창의력을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이 고등어는 한국에서도 다양한 한국 사람들에게 신선한 문화 충격을 주며 열심히 판매되고 있다. 나도 한국식 고등어가 질릴 때나, 간단하게 요리하지 않고 고등어를 먹고 싶을 때 이 통조림을 사 먹곤 한다. 이케아나 마켓컬리에서 파는 Finn Crisp와 먹어도 맛있고, 한국식으로 뜨끈한 흰쌀 밥에 한 점 얹어 먹어도 맛있었다. 역시 해 먹기 나름이다!


유학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여전히 음식을 통해 북유럽을 접하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재밌다. 음식은 문화를 가장 재밌고,때로는 두렵고(!), 효과적으로 경험하는 수단이 된다. 북유럽 음식이 이케아, 마켓컬리, 백화점 등 한국에 여러 유통채널을 통해 팔리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내일 서울에서도 다양한 북유럽 음식과 Jordan 칫솔을 판매하는 Orkla가 북유럽식 그린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행사 Live Your Nordic Green Life를 연다고 해서 참가하게 됐는데, 국내에서 생소한 북유럽 음식이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한국 사람들은 캔고등어와 대구알을 어떻게 받아 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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