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도희 Jun 04. 2019

스웨덴에서 찾은 행복의 기원

나의 삶을 순간순간 살아내는 것

카톡. '뭐하고지내?' 네덜란드에서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구한 친구로부터 톡이 왔다. 친구가 보낸 글자 수는 고작 다섯 글자였지만 그 다섯 글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 힘들어'라고 친구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친구가 보낸 다섯 글자는 친구가 얼마나 힘든지 외치고 있었다. 학생 신분을 벗어나 타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는, 타지 생활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곳에 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힘들어. 진심으로 한국 갈까도 생각해봤어. 그런데 내가 이곳에 오려고 얼마나 아등바등 댔는지, 여기 와서 이루고자 한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다시 마음을 잡게 돼. 네가 한국 돌아간 게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해. 그렇게 스웨덴에 살고 싶어 했는데'.


친구의 말에 문득 작년 5월이 떠올랐다. 스웨덴에서 내 방 침대에 누워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수 십 번, 아니 수 백번을 한국으로 돌아갈지, 스웨덴에서 그래도 살아볼지 심히 고민하던 그때. 그때의 내 모습이 여전히 선명하게 떠오른다. 한국이 싫어서, 헬조선 탈출을 꿈꿨고 내겐 유토피아였던 스웨덴에 장학금까지 받고 가서 정착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내 나는 다시 한국행을 택했다. 행복과 불행의 경계에서 막연한 불안감만 키우며.


'도대체 다시 돌아온 이유가 뭐야?', '다시 돌아오니 행복해?', '스웨덴 사니까 어때?'. 지난 7월 귀국 후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물었다. 당시 나는 그 물음에 사실 자신 있게 '나 지금 행복해', '정말 돌아오길 잘했어'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 물음에 나는 '정말 돌아오길 잘했어!' , '영원히 한국에 살고 싶어'라고 대답할 수도 없고, 대답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웨덴에서 돌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으며, 이제 한국에 사는 것이 싫지만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감사하게도, 일상에서 행복과 감사를 느끼는 순간순간이 많아졌다. 스웨덴에 사는 동안 환경도 중요하지만,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그 환경을 대하는 태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환경에서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는 것.


내게 행복을 가르쳐 준 많은 사람들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에 살기 때문에만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커 피 한잔의 여유,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저녁, 자연 친화적인 삶, 개성에 따른 다채로운 삶의 형태, 그리고 그에 대한 존중.  사회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 주기도 하지만 스웨덴의 행복은 각자가 지키고자 하는 삶을 지켜내는 데에서 왔다.


스웨덴에 다녀온 이후, 나의 하루하루는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 아니, 내가 행복한 순간들로 채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행복은 유보한 채, 막연한 행복만을 좇으며 오늘을 그저 '열심히' 살던 20대의 바쁜 도희는 이제 더 이상 막연한 행복을 좇지 않는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남들이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뒤처지지 않을까하며, 내 삶을 '남의 눈'에 두었던 지난 삶의 기준을 나는 서서히 나에게로 옮겨왔다. 그러자 비로소, 나는 스스로에게 한 마디라도 더 걸게 되었고, 내가 살고싶은 삶에 대해 아주 조금씩 신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느끼고, 나누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일. 내가 꿈꾸던 미래를 위해 지금을 놓치던 나는, 내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 지금을 놓지 못한다. 스웨덴에서 나는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고, 나로서 매 순간 존재하는 힘길렀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 사는 지금,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배웠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집 옆 숲길

내 마음을 좀 더 보살피고, 내가 원하는 작은 점들을 하나씩 찍어나가는 '과정', 그 길 위에서 나는 행복을 찾았다.

이전 08화 스웨덴에서 되찾은 자존감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N포세대가 스웨덴에서 찾은 희망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