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같은 스웨덴 Elk/Moose 이야기
이 곳 우메오는 어제부터 Winter time이 적용되어 한 시간이 늦춰졌어요. 이제 한국과 시차는 7시간에서 8시간으로 늘어났네요. 겨울에 접어들기도 했고, 최근 며칠 하늘이 맑아 저녁에 종종 오로라가 관찰되기도 해요. 기숙사에서 보일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Umeå Aurora Hunters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오로라를 본 사람들이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종종 올라오곤 한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스웨덴 북부인 우메오에서는 항상 오로라가 핫이슈이긴 하지만 1년 중 유학생들을 들뜨게 하는 행사가 하나 더 있답니다. 바로 Elk Farm(엘크 농장) 투어!! Elk(엘크)라는 동물을 들어보셨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관찰할 수 없는 동물이라 생소한 분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해요. Elk(엘크)는 러시아, 스웨덴 북부 및 북미지역에 살고 있는 동물이에요. 덩치는 엄청 크지만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고 순한 동물 Elk(엘크)를 지난 토요일 학교에서 기획한 엘크 농장 투어에 참여해 만나고 왔습니다:)
우메오 대학교에서는 엘크 농장 체험을 매 학기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 행사는 모든 유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랍니다. 엘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기도 하고 스웨덴에서도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라 티켓을 구매하는 경쟁(?)이 치열했어요. 평등과 기회의 균등을 지향하는 스웨덴이지만(ㅎㅎ) 제한된 버스 좌석과 농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제한 때문에 토, 일요일 각각 100장의 티켓이 준비되었어요. 티켓 구매 날 일찍 갔음에도 불구하고 약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토요일 티켓을 획득했답니다!
10월 29일 우메오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 엘크 농장에 도착했어요! 도착하자마자 농장 측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고, 엘크 박물관에 가서 농장주분의 설명을 듣고, 엘크와 관련된 비디오를 시청하고 마지막으로 엘크와 교감을 하는 일정이었답니다. 사실, 사랑스러운 엘크와 교감을 했다고 말하면서 도착하자마자 엘크 스튜를 먹었다는 것을 늘어놓으니 역시나 기분이 이상하네요. 엘크 농장 투어를 가기 전에 이 사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런데, 농장에서 엘크와 관련된 다양한 사실들을 접하고 엘크 사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기도 했답니다. 그 다양한 사실들을 아래에 공유하려고 해요.
흔히 Elk와 Moose를 두고 같은 동물인지 다른 동물인지를 두고 논쟁 아닌 논쟁이 생기기도 해요. 제가 투어를 가기 전에도 투어 이벤트 페이지에 두 동물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올라온 적이 있는데요, 엘크 농장에서 전문가로부터 들은 결론은...!!!!! 스웨덴에서는 Elk와 Moose가 같은 동물이지만, 북미에서는 Elk와 Moose는 엄연히 다른 동물이라고 해요. 참... 헷갈리죠? 북미에서 의미하는 Elk는 사슴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Elk는 날씨가 춥고 자연이 광활한 스웨덴 북부 쪽에 많이 분포되어있다고 해요. 스웨덴 인구의 80~90%가 남쪽에 모여 사는데, 당연히 큰 도시인 스톡홀름에서 보일리가 없겠죠? 스웨덴에 사는 Elk의 수는 전 세계 Elk 수의 10%로도 안된다고 해요. Elk 자체가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은 동물이라 야생에서는 사냥꾼들도 며칠간 잠복을 해야만 어렵게 볼 수 있다고 해요. 숲 속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지난달 Moose(Elk)를 봤다며 신나서 사진을 공유한 기억이 나네요! 저는 다행히 농장 투어를 가서 Elk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지만,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이라고 하니 농장 투어에 잘 참여했다 싶어요!
스웨덴에서는 Elk 사냥이 합법적이랍니다. 다만, 사냥을 할 수 있는 면허를 획득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운전면허를 공부하는 것처럼 이론을 공부하고 총을 쏘는 실기도 쳐야 한다고 들었답니다. 또 우리가 운전면허를 따는 것처럼 짧은 기간 내에 순식간에 딸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공부를 하고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요. 9월 말 10월 초쯤 공식적으로 Elk 사냥이 가능한 날이 시작되는데요, 이때부터 사냥꾼들이 숲 속에서 Elk를 사냥한다고 하네요. 전 세계적으로 동물을 죽이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스웨덴에 와서 Vegetarian (베지테리안, 채식주의자)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서 꼭 동물을 죽여야 할까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전문가 분께서 매년 스웨덴에서만 100,000 마리의 Elk가 새로 태어나는데, Elk 개체수를 조절하지 않는 경우 스웨덴의 중요한 자원인 산림이 그들에 의해 파괴되기도 하며, 더 중요한 것은 매년 Elk와 길에서 충돌해서 사고를 당하는 인명 피해가 늘어나기 때문에 사냥을 한다고 알려주셨어요. 사냥을 할 때도 최대한 엘크가 고통스럽지 않은 방향으로 사냥한다는 설명을 들었는데요, 숲 속에 구멍을 파놓고 기다리는 방법도 들었네요. 어찌 됐든 동물도 죽을 때 아픔을 느끼기 때문에 그 방법 역시 잔인할지도 모르지만 사람과 자연 그리고 동물의 공생 관계 그리고 우리의 먹거리과 생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역사적으로도 우리가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고 육류를 섭취해왔는데, 저 역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동물이 자라온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고, 적어도 학대하지 않고 소중히 대하고 그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겠다고 느꼈어요.
스웨덴에서도 육류 섭취가 많지만 Elk고기는 흔하지 않은 고기예요. 고단백 저지방의 Elk고기는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명절날 요리하기도 하고, 사냥꾼이 아니고서는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평소에는 섭취하기가 어렵다고 해요. 스웨덴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닭이 가장 흔하고 저렴하고, 그다음은 돼지, 소고기 순인데 Elk 고기는 그 보다 더 희소하고 비싸답니다. 농장 투어에 갔을 때 Elk 스튜를 먹었는데 굉장히 담백하고 부드러웠어요. 지방이 적은 데다 단백질이 풍부해서 영양적으로도 더 건강한 육류를 섭취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험과 과제가 모두 끝나고 대자연 속에서 Elk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농장 체험이었어요. Elk가 살고 있는 곳이 철창으로 둘러싸인 답답한 공간이 아니라 정말 골프를 쳐도 될 만큼 드넓은 초원이어서 더 마음이 편안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준 덕분에 이렇게 오늘도 소중한 경험이 쌓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