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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Nov 05. 2016

스웨덴 유학, 북부 우메오 엿보기

우메오에서의 첫 계절 변화를 겪다

    스웨덴 북부 우메오로 석사를 결심한 까닭은 생활환경도 크게 작용했다. 오로라, 지구 상에서 내가 가보지 못한 가장 북쪽, 긴 겨울 등 우메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언제쯤 이런 곳에서 살아볼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 최대한 다양한 삶을 경험하자'는 목적으로 석사를 하는데 공부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8월 말 여름에 도착해서 11월 초 이른 겨울까지 짧은 기간 동안 적응 기간을 거치며 많은 것을 경험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학교를 오가며 또는 창 밖으로 변화하는 계절의 모습을 관찰하며 찍은 순간들과 나의 작지만 편안한 안식처인 기숙사 생활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스웨덴 전체 인구의 80~ 90%는 스톡홀름, 웁살라, 말뫼, 룬드, 예테보리 등 남쪽에 '모여'살고 나머지는 북쪽에 '흩어져' 산다. 내가 살고 있는 우메오는 스웨덴 북부에서 가장 크고 주요한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메오 대학이 1965년 들어서고 지속적으로 이 도시는 대학생 및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도시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대학도시라는 타이틀 때문에 학생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다른 비즈니스를 위해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이 곳에서 3년째 학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한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현재 우메오 시내에서  볼 수 있는 큰 쇼핑몰인 유토피아도 2년 전쯤 생겼고, 스웨덴에서 빠질 수 없는 이케아도 올해  2월 들어섰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케아가 들어선 점이 인구 및 도시의 성장을 방증하는 예가 아닐까 싶다. 저렴한 가구와 센스 있는 디자인은 스웨덴 현지 학생뿐만 아니라 한 학기나 길어야 1~2년 살다가는 유학생들에게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도착한 이후 경험한 우메오의 계절은 초가을, 가을과 겨울이 아닐까 싶다. 출국 전 어떤 옷을 챙겨가야 하고 어떤 옷은 배로 부쳐도 되는지 열심히 검색을 해서 한국에서 입는 트렌치코트와 초겨울용 코트와 짧은 무스탕 정도만 챙겨 왔는데 8월 말 비가 왔을 때는 가져온 옷 중 가장 두꺼운 옷을 꺼내 입었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트렌치코트 안에 셔츠를 레이어드 해서 입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패션도 계절에 상관없이 가지각색이었다. 어떤 이들은 초겨울 패딩을 꺼내 입었었고, 어떤 이들은 반팔을 입기도 했다. 각자가 느끼는 추위의 정도에 따라 챙겨 입으면 그만인 것이다! 남들이 무얼입든 상관없이. 한국에서 무덥고 습한 여름을 지내고 온 내가 8월 말 경험한 온도는 초가을의 선선함보다는 공기 자체가 차서 쌀쌀한 감이 더 컸다. 하지만 아름다운 햇살과 북부지역특성상  키가 큰 수목들은 이 곳의 완연한 가을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8월 한국은 서서히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고 있었던 무렵,
이 곳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8월 첫 날, 학교가는 길 ⓒ에너도희져
9월, 기숙사에서 스포츠센터 IKSU가는 길 ⓒ에너도희져
이 곳도 천고마비, 9월의 캠퍼스ⓒ에너도희져
하늘이 호수를 품자 호수도 하늘을 품었다. ⓒ에너도희져
우메오 시내, 맑고 높은 우메오의 가을 하늘과 구 시청사 ⓒ에너도희져
수많은 자전거를 보며 내가 스웨덴이 있구나를 깨달은 날 ⓒ에너도희져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또 다른 길, 작은 호수, 지역 주민들과 강아지들의 쉼터 ⓒ에너도희져



그리고 짧은 가을이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연물은 그 어느 시계보다 정확하게, 그 어떤 디자이너보다 센스 있게
자신에게 맞는 옷을 선물한다. 


가을이 지고 있음을 느낀 어느 하루, 기숙사에서. ⓒ에너도희져
우메오 근교의 바다 근처의 호수, 완연한 우메오의 가을 ⓒ에너도희져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 침엽수로 가득한 스웨덴 북부 ⓒ에너도희져
가을의 하이킹, 자연 보존 정책이 뛰어난 스웨덴의 자연보호구역에서 ⓒ에너도희져


짧은 가을이 잠시 머무르던 사이, 우리는 겨울을 준비했다.
그리고 가을이 왔고, 짧은 가을이 지나자 겨울이 왔다. ⓒ에너도희져
 아침 등교길 처음 본 서리, 그렇게 10월말 우리는 겨울이 오고 있음을 느꼈다 ⓒ에너도희져
11월 1일 첫눈이 왔고, 지금도 여전히 눈이 내린다. ⓒ에너도희져
우메오에서는 눈이 녹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복히 쌓인다. ⓒ에너도희져


    


    많지는 않지만 내가 일상 속에서 찍은 사진들이 이 곳의 계절 변화를 오롯이 전달해줄 수는 없겠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메오가 스웨덴에서도 너무 동떨어져 있고 갇혀있는 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이 곳에 오기를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14년 우메오는 유럽의 문화도시로 선정된 이후 도서관, 박물관,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시설도 즐비하며 젊은 학생들의 위주인 도시인만큼 굉장히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 날씨와 관련해서는 사실 추위를 기대 반 걱정 반 하며 이 곳에 왔고, 겨울을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인간은 어디서나 잘 적응해나가는 존재이기에 나는 서서히 이 곳에서의 나만의 겨울나기를 준비 중이다. 또한 우메오의 겨울은 비가 많이 와서 습한 남쪽 도시들과 달리 건조하고 포근하기 때문에 사실상 체감온도는 그리 낮지 않다. 남부출신 스웨덴 친구들도 겨울은 우메오 날씨가 더 좋다고 할 정도로! 4시에 해가지고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많지 않지만 반대로 안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활동을 소소히 만들어 나가야지. 마지막으로 10월 강하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웠던 내 생애 첫 오로라 사진을 공유한다.(출처는 우메오 대학생 Matej Dom)

니달라 호수에서의 첫 오로라 10월, 앞으로 볼 일이 더 많겠지! 

- 우메오에 사는 내 이야기를 다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alk2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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