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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Nov 10. 2016

스웨덴 한 달 생활비 얼마나 들까?

스웨덴 우메오에서 내가 먹고 사는 이야기

   *이 글은 가족단위가 아닌 '학생'의 생활에 근거해 있습니다.

 한국이 정치, 정의, 민주주의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로 시끌시끌하더니 미국 대선 이후 전 세계가 들썩거린다.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기에 어느 나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나마 덜 시끄럽고 다문화에 포용적이며 복지와 구직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곳으로 이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열풍 덕분에 미국 대선 결과 발표 직후에 뉴질랜드, 캐나다 이민청 사이트가 마비되었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스웨덴의 이민청 사이트가 마비되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웁살라에 살고 있는 친구가 스웨덴 생활비에 관해 브런치에 발행한 글이 순식간에 조회수 10,000을 돌파했다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 역시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고자 하는 열망이 큰 것 같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정의는 각자가 내리기 나름이겠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한 주춧돌이 되는 것은 국가를 넘어서 우리가 한 '인간'으로서 추구하고자 하는 삶은 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인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나의 정신을 둘러싼 포장에 불과한 나의 겉모습이나 피부색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삶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또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수많은 국가 중 나는 '스웨덴'으로 석사를 왔다. 공부에 대한 열망도 컸지만 오히려 이 사회에 정착하고자 하는 바람이 더 컸다는 것을 요즘 들어 더 절실히 깨닫는다. 2개월 반 정도 살아놓고 이 사회에 대한 얕은 지식을 바탕으로 내가 함부로 스웨덴 사회가 이렇다고 재단할 수는 없으나 기본적으로 가족, 교육,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작은 삶을 지향하고 있음을 많이 느낀다. 북부 우메오를 벗어나 비즈니스 중심지인 스톡홀름이나 스웨덴 제 2 도시인 예테보리 등 큰 도시에서 학생이 아닌 비즈니스 맨이나 정치인들을 만난다고 가정해보면 과연 다른 답이 나올까 고민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들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이 부분은 내가 직접 부딪혀보고 깨달아야 할 부분이겠지!

    그렇다면 스웨덴은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 국가인가? 얕고 얕은 나의 지식과 경험에 근거하면 적어도 이 곳은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살고, 많은 세금을 내지만 실질적으로 그만큼의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이를 국민들 또한 느끼며,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무상 교육이 주어지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정책이 잘 실현되고 있다. 물론 이면에는 좋지 않은 날씨, 미국이나 아시아에 비해 심플하지만 덜 역동적인 삶 등 어떻게 보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들도 분명 존재한다(인종 차별은 아직 느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지구 상에 어디든 완벽한 유토피아는 없다는 것은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착을 하는 데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 내가 살고 싶은 나라를 정하고 정착을 준비하는 데에는 비자, 언어, 직업 그리고 생활비 문제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비자는 나라의 정책에 따라, 언어와 직업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좌우되지만 생활비는 초기 정착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추후에 정착을 한 이후에도 중요한 요소이다. 학생으로서는 돈벌이가 없는 상태에서 고정적으로 지출이 나가기 때문에 유학/거주 기간 내내 잘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오늘은 북부 우메오에서 내가 먹고사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이번 편은 삶을 사는데 가장 필요한 의, 식, 주에 필요한 비용들을 같이 살펴보자!


1. 비싸서 옷도 못 사 입는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인 H&M의 고장은 바로 스웨덴이다. 어느 지역을 가나 H&M이 없는 곳이 없으며 스웨덴의 많은 사람들도 이 곳에 가서 쇼핑을 자주 한다. 한국에서도 H&M이 저렴한 브랜드로 인식되는데 이 곳에서도 패션계의 IKEA로 인식되는 것 같다. 이 곳의 H&M은 홈 데코 제품도 판매하는데 저렴하고 센스 있는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답게 가격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외에도 VERO MODA나 NEW YORKER 등 유럽에서 찾기 흔한 중저가 브랜드들이 많이 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좀 더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 싶으면 더 값비싼 브랜드에 가서 구매를 하면 된다. 우리나라처럼 지하쇼핑상가나 도매시장이 발달해 있지는 않지만 각 지역의 오프라인 중고 매장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중고거래도 굉장히 활발하다. 중고라고 해서 저질의 물건을 판매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좋은 값으로 양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나 역시도 페이스북 그룹인 우메오 ebay에서 물건을 자주 살펴보고, 이 곳에 온 많은 한국 학생들이 양질의 코트, 목도리를 중고매장에서 '득템'해오는 것을 보았다. 또한 북부 우메오는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방수가 되는 레인코트나, 겨울 패딩을 많이 입는데 큰 스포츠 의류센터인 Stadium이나 XXL 또는 근처 아웃렛에 가면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쇼핑에도 상상한 이상의 큰돈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에서 열풍인 명품 브랜드는 이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스톡홀름에서도 명품을 모아놓은 백화점에 가야 볼 수 있었다.


우메오 ICA MAXI  ⓒ에너도희져

   2. 먹는데 돈 아끼는 것 만큼 슬픈 건 없다고 하는데, 허리띠 졸라 매야하나요?

    나는 스웨덴의 생활물가는 우리나라 물가의 2배 이상으로 비싼 줄 알았고 이 생각은 공항에 도착해 들린 편의점에서 굳혀졌다. 스톡홀름 공항에 내려 들린 편의점에서 본 물 값은 3,000원에서 4,000원 사이였고, 작은 아이스크림 바를 하나 사 먹는데도 2,000원 ~ 3,000원이 기본이었다.  '헉'하는 물가에 아 정말 내가 스웨덴에 왔구나 앞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살아야겠다 싶었는데, 편의점도 공항이라는 특수성때문에 비싼 것이었다.  일반적인 슈퍼마켓에서 하는 식품 쇼핑은 저렴하다. 브라질에서 온 내 남자친구도 리들에가서 물건을 사며 천국이라고 외칠정도로... 우메오에 도착한 후 한 달 동안 나의 소비패턴을 보면 오히려 서울에서 쓰는 것보다 15%  ~ 20% 적은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우메오에는 3개의 슈퍼마켓 체인이 있다. 스웨덴 브랜드인 ICA(이카), 유럽의 가장 저렴한 체인인 LIDL(리들) 그리고 우리나라로 치면 생협과 같은 COOP(쿱)이 바로 그것이다. 가격대로 따지면 COOP> ICA> LIDL이다. 하지만 이 곳에도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와 같은 ICA MAXI(이카의 큰 버전)와 WILLYS(윌리스)가 있기 때문에 대량의 장을 볼 때에는 더 큰 대형마트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ICA MAXI가 ICA보다 10% 정도 더 싸다.

우메오 ICA MAXI ⓒ에너도희져

    

    스웨덴에도 외식 문화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만큼 흔하지는 않은 곳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리를 많이 해 먹는다. 빵, 케이크, 고기 요리, 피자, 햄버거 등 모든 것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집에 오븐이 있고, 심지어 기숙사 키친에도 오븐이 2개씩 있어 요리하기가 쉽다. 학생들의 경우 귀찮을 때에는 냉동식품을 먹기도 한다(냉동 피자 한판의 경우 4~5천 원 선이다). 나는 아침은 보통 과일, 무슬리, 요구르트로 해결하고 점심은 밥, 카레, 또는 파이 등을 만들어가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요리를 해 먹거나 귀차니즘이 발동할 경우 요거트나 샐러드를 해 먹는다. 먹는 데에는 예산을 정해놓고 메뉴를 정하는 편이 아니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을 사는데 지난 생활을 돌이켜보면 장을 보는데에만 한 달에 평균 30만 원 정도 쓰는 것 같다(보는 것 이외에 외식비도 제외다). 식비 포함 평균 생활비는 40만원 ~45만원 정도. 한국에서 홀로 자취를 할 때 요리를 하는 것보다 사 먹는 것을 택한 이유는 바쁜 삶 속에서 요리할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간혹 야채나 과일을 낱개로 살 수 없는 경우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야채와 과일을 사면 심지어 1개만 살 수도 있기 때문에 버리는 것도 거의 없고 다양하게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 장을 볼 때 가장 신나는 점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원하는 만큼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요리하는 즐거움도 큰 것 같다. 매일 뭐 먹을지 고민되기는 하지만... 친구들이랑 요리도 해먹고, 파이도 만들어먹고, 스파게티를 얻어먹기도 하고, 한국 음식을 대접하기도 하고 bbq를 해먹기도 한다.


3. 집은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생활하는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학교에서 계약해 준 아파트인데, 이 곳을 우리는 기숙사라고는 칭하지만 학생들이 모여 살고 있어 그렇게 부를 뿐이다. 어떤 빌딩에는 현지 사람들이 함께 살기도 한다. 나의 경우 보증금은 따로 없이(내가 직접 계약을 해야 할 경우, 스웨덴에서는 보증금을 한 달치 방세만큼 낸다고  들었다). 한 달에 3002 크로 나를 내는데, 한화로 약 42만 원 정도이다. 한국에서 월세로 살 때 보증금 1,000만 원, 기본 한 달에 방세만 저렴할 경우 40, 비쌀 경우 50 이 외에 관리비, 가스비, 인터넷 비용을 다 합해 50 ~ 65만 원을 낸 것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하다. 더군다나 방 사이즈도 크고 개인별 화장실과 샤워공간이 따로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저렴한 편이라 생각한다. 첫날 방 계약을 위해 학교의 Housing office에 찾아갔을 때 방이 너무 크고 좋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있다. 이때 담당자분께서 친절하게 웃으시며 대부분 아시아 학생들이 방 사이즈에 놀란다며, 스웨덴에서는 기본적으로 집을 지을 때 충분한 햇빛을 받을만한 창의 크기와 우리가 '살기'위해 필요한 가장 최소의 사이즈가 있어 아무리 작게 직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 것이 가능한 이유는 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가 적은 요인도 한몫 하겠하는 게 아닐까.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우메오는...

    아래는 내가 살고 있는 우메오 기숙사 사진이다. 방을 다 담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침대, 책상, 작은 테이블, 암체어, 샤워실, 옷장, 책꽃이, 블라인드가 구비되어있다.

   

 하지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스웨덴 인구의 80% 이상이 몰려 살고 있는 남쪽 그리고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한다. 인구의 80%가 제한된 영토 안에 몰려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웨덴에서는 일조권이나 지역 보호를 위해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게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있어 마냥 쌓아 올릴 수만도 없다. 때문에 모든 인맥을 동원해 집을 구하거나 대학 입학을 수년 앞두고 집을 구하기 위해 중개업체를 통해 줄을 서는 것도 당연지사다. 실제로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남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친구도 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고 한다. 남자 친구의 부모님의 형제의 아는 분 아는 분.. 한 8 다리를 건너서 구했다고 할 정도이니. 갓 취직을 한 중국인 친구도 스톡홀름에서 집을 구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결국 사장님의 아는 분 아는 분을 통해 집을 구했다고 한다. 우메오가 사정이 조금 더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줄을 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학비를 내지 않고, 학교에서 연결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집을 구해야 하는데 대부분 시내에서는 집 구하기가 어려워 차를 타고 외곽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출국을 하기 전 5월에 내년 계약이 만료되는 것을 대비해 이미 중개업체에 줄을 선 상태이다. (줄을 선다는 것은 사실 우메오에서는 중개업체에 자신의 아이디를 일찍 등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 등록한 순으로 마음에 드는 집을 먼저 볼 기회가 생긴다). 집을 구하는 것이 추후에 얼마나 어려울지 아직까지 짐작은 할 수는 없지만 '물가'로만 따진다면 지출하는 돈에 비해 굉장히 높은 만족감을 가지고 있다. 넓은 창과 큰 책상, 침대, 기본적인 가구 등 학생으로서 그리고 이후에 내가 취직을 해도 이 만한 곳에서 시작을 한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


    나와 나의 지인들을 통해 들을 경험에 의거한 글이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라도 이 곳에서 지출되는 생활비 등을 스웨덴 유학이나, 이민을 생각하는 분들께 전달하고 도움이 되는 바람으로 적었다. 스웨덴에서도 지역별로 생활비가 차이가 난다는 것을 감안하고 북부 우메오에서 사는 내 생활 이야기임을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스톡홀름이 우메오보다 10% 정도 생활물가가 비싼 것 같다). 이 번 편에서는 우리가 삶을 사는데 가장 필수적인 의, 식, 주에 대해 썼다. 하지만 우리가 먹고 자고 혼자 살 수만은 없지 않은가! 다음 편에서는 먹고사는 문제 외에 사소한 외식이나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문화인 커피와 빵을 먹는 시간인 FIKA에 지출되는 비용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한다. 궁금하신 점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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