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올라, 반가운 스페인어 인사로 눈을 뜬 지 하루가 지났다. 오늘 아침 정신 차리고 보니, 정말 나는 콜롬비아 보고타에 와 있었다.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낯선 나라. 글을 쓰는 지금 여기는 새벽 1시 17분. 한국보다 14시간이 느리다. 어제는 긴 비행에 지쳐 바로 잠들었는데, 오늘은 아직 시차 적응 중이기 때문인지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220415 보고타의 오후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는 지구 반대편, 고도 2,500m 고산 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 머나먼 곳에 오기 위해서는 한 번의 경유를 포함해 30시간이 넘는 비행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2019년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처음으로 탄 국제선. 코로나를 뚫고 날아온 인천-미국 애틀랜타-콜롬비아 보고타 비행기. 일상의 소중함을 더없이 느꼈던 길고 길었던 출장기를 독자님들과 나누고 싶어 글을 쓴다.
코시국 해외여행, 눈에 띈 3가지!
1. 코로나 서류 준비
나라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다르기 때문에, 출국 또는 경유하는 나라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내 비행 루트는 인천-미국 애틀랜타-콜롬비아 보고타. 미국 경유 시 영문 예방 접종 증명서와 코로나 음성 결과지가 필요하다. 특히, 음성 결과지는 출국일로부터 하루 이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출국 하루 전 인천공항에서 신속 항원검사를 받았다. PCR 검사도 가능하지만, 미국 정부는 한국 출발 시 항원 검사 음성 결과지도 용인한다. 게다가 신속 항원 검사는 더 저렴하고 결과가 더 빨리 나와 나는 신속 항원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음성.
그런데, 나보다 30분 일찍 검사받은 한 동료는 공항에서 받은 검사에서 양성 통보를 받고 갑자기 출국을 못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전달받자마자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무증상 양성자인 본인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정말 코로나는 어디서 어떻게 걸릴지 모르겠다. 본인이 조심해도 걸리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선 최대한 조심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걸리더라도 많이 아프지 않게.
2. 마스크 착용 및 손 소독으로, 코로나 비켜!
미국-콜롬비아 델타 항공
나라마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에 대한 규정은 다 다르지만, 비행기에서는 기내식 먹을 때를 제외하고 승객 및 승무원 모두가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 미국과 콜롬비아 공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F94, 80과 같은 마스크를 낀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외국인들은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미국-콜롬비아 탑승 시에는 델타 항공에서 탑승하는 모든 승객에게 손 소독을 할 수 있는 물티슈를 제공했다. 비행기 안은 정말 코시국인가 할 정도로 승객들로 가득 차 놀랐지만, 모든 승객이 코로나 규정을 잘 따랐고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3. 하늘 위에서의 식사, 기내식
코시국 초반엔 샌드위치 팩을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정상적으로 코시국 이전처럼 기내식을 준다. 한국-미국 비행은 대한항공과, 미국-콜롬비아는 델타 항공과 함께 했는데, 두 항공사 모두 매 기내식마다 2가지 메뉴를 제공했고, 음료 서비스도 코로나가 터지기 이전과 동일하게 제공했다.
코로나 이전엔 어딘가로 '훌쩍' 떠난다는 게 가능했는데, 이제는 마음을 먹고 철저히 준비를 하고 떠나야 하게 됐다. 우리에게 당연했던 보통날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시 우리가 연결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지만, 여전히 평범했던 지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절망이 공존한다. 그래서 오히려 삶에는 무엇이든 당연한 게 없다는 걸 깨닫고, 오늘 하루도 감사히 잘 살아내리라 다짐한다.
보고타에서 맞은 첫 아침
낯선 어디론가 떠나는 일은 설렌다.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던 어제, 내 마음은 낯섦과 설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로 걱정할 게 더 많아지면서 때로는 긴장했고, '코로나에 걸리면 어떡하지? 아프면 어떡하지?' 등 일어나지 않은 일에 때로는 무서웠다. 하지만, 모든 걱정이 호기어린 아이의 순수한 시선과 마음에 씻겨 나가기도 했다. 출국만 했을 뿐인데, 코시국 내내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환경의 자극을 통해 셀 수 없는 감정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감정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나를 발견했다. 용기 넘쳤다가, 두려움에 쪼그라들었다가, 소심해졌다가...
나이가 들면서 삶에서 지키고 싶은 게 많아져서일까? 예측할 수 없는 선택에 나를 던지며, 세계를 여행하던 20대의 나는 여기 없다. 지금의 나는 콜롬비아에서 모험을 찾아 떠나기보다, 주어진 것들을 온전히 잘 경험하고 무사히 출장을 마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크다. 새로운 환경에 설렘이 가득하면서도, 작은 것에도 조심하고 긴장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을 마주한 어제.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겁먹어 도망치는 대신, 순수한 아이의 호기 어린 눈과 마음으로 마주하는 모든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이것이 우리가 여행을 하고, 삶을 여행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