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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Aug 31. 2022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아니 나왔네?!

국제 결혼을 앞 둔 빵과 밥의 KBS 촬영 후일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어릴 적 이 노래를 즐겨 부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어릴 땐 유튜브와 같은 개인 채널이 존재하지 않았다.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있었지만 누구나 다 텔레비전에 나오기는 어려웠다. 텔레비전은 소수의 유명인만이 출연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높고 특별한 매체였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개인 방송을 시작할 수 있는 요즘, TV의 위상은 예전보다 못하지만 여전히 TV에 내가 나오는 경험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그리고 어제 나와 남자 친구는 전국 방송을 탔다!


KBS 이웃집찰스 352회 캡쳐

7월, SNS를 통해 KBS '이웃집 찰스'라는 프로그램의 섭외를 받았다. '이웃집 찰스'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살며 겪는 좌충우돌을 그리는 교양 프로그램인데, 유명인이 아닌 실제로 우리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라 나 역시 흥미롭게 봐온 프로그램이었다. 너무나도 다를 것 같은 외국인 이웃의 삶을 엿보며 우리와 다르지 않음에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고, 나와 남자 친구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얻기도 했다. 다른 출연자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위안과 도움을 얻은 것처럼,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출연을 결심했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하는 남자 친구는 출연을 결심하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반도와 북한 이슈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KBS 이웃집찰스 352회 캡쳐

촬영은 폭염이 내리쬐던 한 여름 약 2주 간 진행되었다. 촬영팀과 함께 우리 집, 회사, 내 고향과 역사 유적지 등 곳곳을 누비며, 우리의 일상을 카메라 앞에서 공유했다. 방송 촬영이 처음이라, 첫날에는 카메라를 얼마나 의식했는지 모른다. '언제, 어떤 톤으로, 어떤 내용을 말해야 할까?' 속으로 쩔쩔매는 게 다 티가 났는지, 첫 촬영 때 Pd님은 잘하려고 부담을 갖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정말 출연자들의 삶을 '관찰'하는 게 목표라며,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일상생활을 하라셨다. 그리고 정말 촬영팀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저 옆에서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0시간 이상을 관찰하며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담기 위한 기본은 기다림이었다. 촬영팀이 카메라와 녹음 장치를 들고 긴 시간을 기다려 주신 덕분에 우리는 힘을 빼고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촬영도 인생도 억지로 힘을 주기보다 자연스럽게 이끌 때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2주 간의 촬영과 8월 초 스튜디오 촬영까지 마무리된 후, 어제 드디어 우리 에피소드가 전국에 방영됐다.

'정말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싶었는데, 텔레비전 출연은 좋음 그 이상이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고, 한 편의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노고가 필요한 지 배울 수 있었다. 촬영부터 편집, 자막, 장소 섭외, 조명 등 수 십 분의 재능과 노력이 합쳐져 날 것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예술이 된다. 텔레비전 출연은 텔레비전 안에서 빛나는 내가 아니라, 텔레비전 뒤에서 출연자보다 더욱 빛나는 여러분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를 돋보이게 만들어 주시는 여러분들께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배운 시간.


한 여름의 더위보다 뜨거웠던 열정으로 임했던 우리의 첫 방송. 본 방송을 보고 솟구치는 아드레날린과 벌써 끝났다는 아쉬움에 한참을 잠에 들지 못했다. 텔레비전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어제 끝이 났지만, 하고 싶은 일을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 여러분이 베풀어주신 배려와 우정, 그리고 방송 덕분에 만난 소중한 인연은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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