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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Nov 22. 2022

목적 있는 삶은 하루를 돌보는 것부터

의미있는 인생을 위한 (Not) to do list

단 한 가지, 삶에서 단 한 가지를 위해 내 영혼과 시간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어릴 적부터 나는 나의 다양한 관심사가 장점이라 생각했다. 얇고 넓게, 호기심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관심을 두고 좇는 것. 하지만, 요즘의 나는 나의 깊이에 대해 고심하고 또 고심한다. 나는 어떤 것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말이다. 지난 30여 년의 내 삶을 뒤돌아보다 나의 깊이는 내 삶의 소명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명'. 기독교에서는 소명을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 일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종교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삶의 소명, 내가 태어난 목적이 있다고 믿는다. 신의 부름이든, 내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해 DNA에 새겨져 있든, 한 번뿐인 인생에 나만의 방향타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야말로 삶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 삶의 목적은 바로 지금, 내가 현재 서있는 곳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거짓 없이 마주 볼 때 찾을 수 있다.


스스로 각자의 마음을 거짓 없이 아주 솔직하게 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무한대의 정보와 이야기가 쏟아지고, 실시간으로 타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세상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를 만드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손가락이 자동적으로 향하는 수많은 SNS 앱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하고, 삐까뻔쩍하게 포장된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을 배짱과 용기도 필요하다. 내 마음을 고요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나를 둘러싼 환경과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둘 줄 알아야 비로소 내 마음을 마주할 준비가 시작된다. 매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100년도 더 전에 이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있다. '하루를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저자 아놀드 베넷 돈은 철저히 관리하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며,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을 의미 있게 사는 법을 설파한다. 그는 영국의 한 법률사무소 속기사로 고단한 직장 생활을 시작해 꾸준한 노력 끝에 유럽 문호로 자리 잡은 인물이다. 책에서 그는 출근길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고, 퇴근길엔 그날 하루를 곱씹어보며 내면을 성찰하라 조언한다. 아침의 명상은 하루를 집중력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저녁의 성찰은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중심을 잡고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100년도 더 전에 일과 삶에 대해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한 걸 보면 우리 인간의 삶의 본질은 변치 않는다. 그렇기에 본질인 것이겠지만.

1시간가량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전 날 읽던 책의 내용을 곱씹거나 다시 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퇴근길에는 오늘 하루를 찬찬히 돌아보며, 에너지와 시간을 우선순위에 잘 배분했는지 돌아보고자 한다. 외부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차단하고, 매 순간 내 마음을 마주하고자 노력하는 요즘 목적의식이 선명해지고 그에 따라 알지 못하는 용기가 솟구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선명해지는 것 같다. 이 선명함이 외부와 거리를 두어 알아야 할 것도 모르는 무지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먼저 깊게 들여다보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향해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활짝 여는데서 오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다는 것은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게 분명해지면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분별할 줄 알고,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혜안과 용기를 지닌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루 24시간을 의미있게 살면, 그 의미 있는 삶이 모여 내 삶이 되리라. 한정된 시간 동안 깊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매 순간, 매일, 매주, 매년, 즉 평생 내 마음을 돌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켜내야 할 일임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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