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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an 03. 2023

새해 해돋이를 처음 본 영국인

그의 간절한 소원이 태양에 닿았기를

1월 1일 해돋이는 게으른 사람마저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나게 한다. 힘차게 떠오르는 새해 첫 해에 소원을 빌면, 그 한 해는 원하는 일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그런데, 올해 해돋이는 깊은 겨울잠에 빠진 영국인을 깨우는 데까지 성공했다. 해가 떠야 겨우 눈을 뜨던 영국인 남자친구는 12월 31일 저녁부터 일출 여행을 준비하며 들떠 있었다. 난생처음 새해 해돋이를 보러 간다는 설렘에 그는 일렁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영국에서는 새해 일출이 특별하지 않아.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산으로, 바다로 새해 일출을 보러 가는 게 정말 신기해!'

그는 영국에선 12월 31일 새해 전야에 폭죽을 터뜨리고 파티를 하며 화려하게 보낸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고 늦은 아침까지 자는 사람이 많다고. 어릴 적 나는 산이나 바다로 해돋이를 보러 가지 못할 때면,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라도 힘차게 떠오르는 해를 기다렸다 새해 소원을 빌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 일찍 일어나 새해 소원을 빌면, 그 순간만큼은 새해의 내가 바라는 모든 일을 이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올해는 남자친구와 인왕산으로 해돋이를 보러 갔다. 남자 친구의 생애 첫 새해 일출! 살을 에는 추위에 옷 네 겹, 양말 두 겹을 간신히 껴입고, 장갑, 목도리로 중무장을 한 뒤 캄캄한 새벽을 가로질러 걸었다. 어두운 산을 오르기 위해 그는 헤드 랜턴도 준비했다. 뭐든 왕초보가 가장 철저히 준비하는 법이다. 아침 일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다. 비몽사몽한 순간도 잠시, 매서운 추위와 미끄러운 눈길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조심스럽게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은 지 40여 분이 지나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다. 발가락 손가락이 없어질 것만 같은 추위에 눈물이 날 때쯤, 어스름한 해의 붉은 기운이 하늘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다. 7시 47분, 잠실 롯데타워 옆으로 해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더니, 봉긋하고 힘차게 떠올랐다.


'와~~~~!!!'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음이 한데 섞여 희망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했다. 사랑하는 연인과 하트를 만들어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소원을 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의 희망에 나와 남자 친구도 살포시 우리의 희망을 얹어 해에 실어 보냈다. 생애 첫 새해 일출에 어떤 소원을 실어 보냈냐 묻자 남자 친구는 비밀이라며, 손가락으로 쉿 하며 입을 닫았다. 추위도 잠시 잊고 우리는 떠오르는 해를 멍하니 감상하다 그날의 추억을 카메라에 담고 하산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새해 첫 일출 인증샷을 올리며, 그 순간의 에너지를 고이 저장했다.

그가 처음으로 실어 보낸 새해 소원. 매년 다가오는 새해 일출에 내 마음도 너무나 간절한데, 생애 첫 해돋이에 그의 마음은 얼마나 두근두근거렸을까. 에겐 늘 당연했던 것이 그에게는 새로운 문화로 다가가는 일이 참 흥미롭다. 간절히 바라는 그의 소원이 태양의 기운을 받아 뜨겁게 현실에서 점화되길 바란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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