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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an 30. 2017

[N]유학생에게 듣는 북유럽 디자인 대학 이야기

Networking: 당신이 몰랐던 우메오 디자인 대학의 진짜 이야기

    오랜만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 편으로 찾아왔어요. 그동안 국내에서 스웨덴에 대한 육아 정책 및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생각을 나눠주셨어요. 스웨덴은 훌륭한 육아 휴직제도로도 유명하지만 북유럽 디자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심플하지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케아 외에도 전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H&M, 기저귀 가방으로 유명한 칸켄(Kanken)도 스웨덴 브랜드죠. 이렇게 유명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해내는 게 중요할 텐데요, 실제로 스웨덴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디자인 대학이 많아요. 그중 오늘은 Red Dot으로부터 유럽을 넘어 미국과의 대학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한 우메오 디자인 대학에 대해 소개하고 싶어요. 지난번 장난감 디자이너를 꿈꾸며 우메오 디자인 대학에서 공부한 김혜민 학생 이야기를 소개했는데요, 오늘은 김혜민 학생과 나눈 우메오 디자인 대학에 대해 샅샅이 파헤쳐 보도록 할게요! 직접 학교 생활을 한 친구의 이야기인 만큼 여러분께 실질적인 이야기를 전달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메오 디자인 대학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스웨덴식 커리큘럼의 가장 큰 장점은 과목이 진행되는 방식이에요. 스웨덴의 대학 코스는 여러 과목을 한 번에 동시에 듣는 시스템이 아니라 한 과목을 끝낸 후 다른 과목을 듣는 방식이에요. 특히 디자인의 특성상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경우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죠.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오는데, 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제가 데드라인 전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데까지 작업을 해요. 

    공부하는 방식도 제가 한국에서 경험한 것과는 굉장히 달랐어요. 코스가 프로젝트로 진행이 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문제점을 찾기 위한 토론이에요. 디자인은 아름답기도 해야 하지만 우리가 풀고자 하는 주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니까요.  한 프로젝트를 할 때 '문제점'을 찾는데만 3주가 걸렸어요. 한국이었다면 시간적 여유가 없어 문제점을 분석할 여유도 없었을 거예요. 또 한국에서는 대부분 디자인에 담긴 철학이나 과정보다 결과물이 중시되는 경우가 많아서 많은 학생들이 깊게 분석할 여유도 없지만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드물죠. 예를 들어 비닐랩을 뜯기가 힘들다고 가정해봐요. 스웨덴에서는 

'왜 비닐랩을 뜯기가 힘들지? 왜 잘 뜯기지 않았을까?'를 고민하고 대체 디자인을 구상해요. '문제점 발견- 원인 분석- 디자인 순'이죠. 반면, 제 생각에 한국은 '디자이너가 이러면 좋겠다' 생각해서 짠! 하고 나타나는 '발명'의 느낌이 강해요. 각 제품의 콘셉이 분명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스웨덴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실천해 본 경험이 있나요?


    지난 학기 '핫팀 프로젝트(Hot team project)'라고 해서 2, 3학년이 협업했던 수업이 있어요. 클라이언트가 숲 플래너 회사였는데, '플래너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보라'라는 과제를 받았어요. 우리의 아이디어를 던지기 전에 플래너들이 어떤 고충을 겪고 있고, 이 고충들이 어디에 기인했는지 고민했어요.  이 과정에서 실제로 이메일을 통해 플래너들에게 자주 연락하면서 그들의 고충을 직접 들을 수 있었어요. 스웨덴의 숲은 대부분 사유지예요. 하지만 숲의 소유자들은 대개 직업을 따로 갖고 있는 데다 숲에 살지 않아요. 더군다나 숲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숲 플래너들에게 숲을 통한 이익창출이나, 숲 관리 등의 일을 맡기죠. 플래너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 결과는 각 조에서 앞서 했던 조사와 설문을 분석해서 찾아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결과물로 나타났어요. 플래너들에게 어떤 점이 가장 힘든지 물어봤을 때, 가장 많았던 답이 숲에 대한 다양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숲에 대한 자료가 많을수록 플래너들이 플랜을 하기 쉽다고 생각해 어떻게 하면 자료를 모을 수 있을까 고민했죠. 어떤 조는 드론으로 숲을 조사할 수 있는 결과물을 냈고, 저희 조는 소유주들이 자기 숲에 대한 데이터를 잘 모아 플래너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어요. 소유주들이 숲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앱을 통해 숲에 대한 정보도 얻고, 게임도 하고 이렇게 기록된 데이터들이 플래너에게로 전달되면 이 데이터를 활용해 플래너들이 숲을 개선하는데 쓰는 거죠. 소유주들은 숲에서 시간을 보낼 때 이 앱을 여가에 사용하거나 및 숲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이해를 높이는 등 개인적인 목적으로 쓰지만, 이 데이터가 중앙 클라우드에 모여 빅데이터를 이루면 국가차원에서도 양질의 정보가 얻어지는 거죠. 학생들의 팀플이었지만 문제점 분석과 클라이언트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이 되어 프로세스도 탄탄했지만 꽤 전문적인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이 외에도 지난 학기 들은 클레이 수업에서는 POC라는 스포츠 브랜드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야 했어요. 이때 기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기존 제품 라인에 없는 제품을 찾아 이 브랜드에 무엇이 필요한지 분석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이를 바탕으로 제가 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스스로뿐만 아니라 교수님, 친구들 등 청중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죠. 한국에서 만약 같은 주제로 작업을 했다면 외관적 디자인이나 새로운 기능에 초점을 두었을 텐데, 이 곳에서는 저의 디자인 방향에 설득을 구하는데 더 시간이 들었죠. 실제로 교수님도 수업시간외에 제 자리에 오셔서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나아가면 그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의견을 나눠주셨어요. 이 과정에서 저는 디자인이 단순히 미적 아름다움이나 기능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목적과 철학을 담을 것인지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디자인의 기본 바탕이 탄탄해야 한다고 많이 느꼈어요. 다른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면 제 디자인은 그저 저만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남을 테니까요. 




공부하는 과정에 담긴 생각이 정말 다르네요. 

사실 공부나 작업을 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텐데 어땠어요?

    한국에서의 스트레스와 스웨덴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종류와 정도가 달랐어요. 한국에서는 디자인 공부 후 진로를 정할 때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서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제약도 커요. 기본적으로 예술가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고 직업에 따른 귀천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곳에서는 직업을 넘어 심지어 디자인 분야에 따른 귀천이 없어요. 오히려 희귀한 분야로 가면 더 존중받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죠. 제 선택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또한 여기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 시간관리 스트레스도 없고, 교수님의 조언은 조언이지 제 디자인 철학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생각해요.



아직 학생이지만 개개인을 디자인 철학이 뚜렷한 전문 디자이너로 존중해준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수업을 듣는 동안 가장 특이했던 점도 있나요?


    이 곳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특이했던 점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식이었어요. 사실 한국에서는 디자인 경력과 상관없는 일은 포트폴리오에 잘 쓰지 않아요. 또한 내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과물을 만들었는지보다 결과물 자체를 먼저 보죠. 하지만 스웨덴 친구들은 포트폴리오에 자신이 한 다양한 경험을 포함시켜요. 아르바이트나 대외활동 등 디자인과 무관한 분야까지도요. 이것들이 모두 한 디자이너가 제품을 개발할 때 문제점을 발견하거나 디자인을 발전시킬 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똑같은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고, 똑같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쳐요. 이때 이 두 사람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것은 이들이 발견한 문제점에 집중해서 이 것을 디자인으로 어떻게 풀어나갔는지에요. 



"지금까지 스웨덴 우메오 디자인 대학의 장점에 대해 많이 말씀해주셨는데요, 혹시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적도 있나요?"

언어의 장벽 때문에 가끔 의사소통의 한계를 느껴 힘들기도 했어요. 사실 코스 자체는 영어로 진행되는데 교수님이 스웨덴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한국에서 영어강의라고 해서 외국인들이 수강신청을 하지만 교수님이 한국어로 수업을 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스웨덴 산업체로 필드트립을 가거나, 토론 수업을 할 때 스웨덴어로 진행되는 경우 친구들이 영어로 요약해서 통역해주곤 하는데, 전체의 내용을 제가 직접 이해하지 못하니까 의사소통의 한계를 느끼죠. 스웨덴의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다 잘하지만 스웨덴어가 이 나라의 국어라는 걸 잊으면 안돼요(웃음)



우메오 디자인 대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실제로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었어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이 소중한 경험이 우메오 디자인 대학에 준비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디자인으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 우메오에서의 1년, 또는 디자인 대학에서의 한 학기를 정리하자면 어떻게 요약하고 싶나요?

    저는 우메오 대학에 사실 한 학기 교환학생으로 파견을 왔어요. 하지만 봄학기에는 디자인 대학 수업이 열리지 않아 들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디자인 코스를 들으려고 한 학기 더 연장했는데 너무나도 잘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디자인은 단순히 좋은 결과물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디자인에 깔린 철학과 정의를 실천해 나가는 거라고 믿어왔어요. 우메오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고, 디자인에 접근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어요. 특히 공부 외에도 더 넓은 시장의 가능성을 깨닫고, 친구들과 취업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유럽의 취업 시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어요. 가장 큰 수확은 제 포트폴리오를 이 들의 패러다임에 맞게끔 설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거죠. 실질적인 공부란 써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한국에서 4년 동안 많은 지식을 습득했지만, 활용하지도 않고, 왜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 곳에서 내가 직접 제품을 손으로 만들어 보는 시간이 많았고, 디자인 트렌드를 분석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어요. 다양한 페르소나(Personna)를 개발하고자 해요. 내가 배운 것을 실제로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 배운 소중한 한 학기였어요. 



    짧은 한 학기였지만 자신이 원하던 우메오 디자인 대학에서 공부한 김혜민 학생의 경험은 너무나도 강렬했어요. 간절히 원했던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다 쏟아부으면서 그 동안 지녀온 사고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내재화하면서 그녀는 한 층 더 풍부한 창의력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삶을 태하는 태도까지도요. 오래된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뚜렷한 자신의 꿈과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키워나가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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