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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an 22. 2017

스웨덴에서 진짜로 '라떼파파'를 자주 보나요?

Equality: 스웨덴에서 양성 평등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SBS 신년특집 '아빠의 전쟁' 다큐멘터리 팀은 스웨덴에 와서 스웨덴의 육아휴직제도가 어떻게 마련되어 있고 실제로 이 사회에 얼마나 적용되고 있는지 촬영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 친구가 정말로 일상생활에서 '라떼파파'를 자주 보는지 물어왔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나는 마트에서 한 손에는 유모차와 아기를,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큰 아이 손을 잡고 가는 아빠를 보았다. 금요일 한 낮 12시였다. 안타깝게도(?) 이 아빠의 손은 라떼 한 잔 들기에는 너무나 바빴지만, 아빠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라떼파파(Lattepapa)' 는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 손에는 유모차를 끌며 거리를 활보하는 스웨덴 남자들을 일컫는다. 사실 나는 SBS 다큐 '아빠의 전쟁'에서 처음 '라떼파파'라는 단어를 접했다. 이 단어를 모르기 전에도 사실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데리고 가거나, 마트에서 쇼핑을 하거나, 스포츠 센터에 데려가 운동을 시키거나, 자전거 뒤에 아기를 태우고 거리를 지나가는 아빠들을 종종 보았다. 내가 사는 스웨덴 북부의 우메오는 대학도시라 스톡홀름이나 예테보리와 같은 대도시에서 만큼 이런 광경들을 많이 못 보았지만, 그럼에도 라떼파파들은 존재한다.




SBS 다큐 '아빠의 전쟁'
    그렇다면 스웨덴에서는 어떻게 평일 밤낮 상관없이 회사에 가서 한 창 일해야 할 아빠들이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거둘 수 있는 걸까?

    다큐멘터리에서는 그 해답을 '합리적인 선택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에서 찾는다. 현재 스웨덴에서는 엄마 아빠가 쓸 수 있는 '유급'육아휴직이 총 480일이다.  13개월 동안은 월급의 100% 받다가, 이 기간이 지난 후에는 국가가 지정한 금액을 수령한다. 사실 스웨덴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이 대부분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들이 집에서 일하는 사회였다. 하지만 1974년 스웨덴 사회보험청에서는 최초로 스웨덴 유급 육아휴직제도를 만들고, 남성들이 육아휴직제도를 선택하는 가정에 다양한 세제혜택과 지원수당을 늘려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장려했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아이를 가진 남성들의 대부분이 육아휴직 혜택을 누린다고 한다. 이 외에도 최연혁 스칸디나비아 연구소장님이 쓰신 '좋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따르면 유급 육아휴직제도의 마련은 스웨덴의 경제부흥을 위한 정책과도 연관된다. 경제 활동 인구수를 늘려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스웨덴 정부는 여성들도 경제 활동에 참여하길 원했다. 하지만 집안일과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일이 여성들이 일을 하는데에 장애물이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남성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만들고, 여성들의 경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직장 일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남녀평등 문화를 장려해왔다. 그 결과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남녀가 가장 평등하고 남성들의 육아휴직 참여율이 높은 나라로 발전했다. 즉, 스웨덴 정부는 경제 성장 및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낯선 시스템에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통해 장려해왔다.


    물론 스웨덴 정부가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재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현재의 시스템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는지는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40여 년 간 제도가 굴곡을 겪으며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혜택'으로 자리 잡아 '라떼파파'라는 사회현상을 만들어 낸 것을 보면 이 시스템은 꽤나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내 주변의 스웨덴 사람들도 이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육아휴직을 어떻게 쓸지 계획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3월 출산을 앞둔 내 친구 '이다' 에게 '라떼파파'를 아는지, 육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다.



"이다, 라떼파파를 알아?


        그녀는 남자 친구와 자신 사이에 생긴 예쁜 아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다, 라떼파파를 알아?"라는 내 질문에 이다는 웃으며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다큐에서 윤상현 씨가 라떼파파를 찾기 위해 엄청나게 애쓴 것과 달리 내 눈앞에서 미래의 라떼파파의 파트너를 만난 것이다. 지난 학기까지 나와 함께 임신한 몸으로 수업을 듣다 출산 준비를 위해 이번 학기부터 휴학을 신청한 이다는 이미 아기가 나온 이후 남자 친구와 어떻게 육아를 분담할지, 남자 친구 육아휴직을 어떻게 쓸지도 합의를 본 상태였다. 아직 둘 다 학생 신분이지만, 남자 친구는 2월에 졸업하자마자 일할 곳을 구한 상태이다. 그녀는 아기가 태어난 3월 초반 10일 정도 남자 친구가 첫 육아 휴직을 쓰고, 아이의 첫 돌이 될 내년쯤 그녀가 학교에 복학해야 하기에 남자 친구가 1년 정도 육아휴직을 쓸 거라고 했다. 사실 아기가 태어난 직후 남자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남자 친구가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오전 7시 ~ 오후 4시 근무시간을 지키면 아이를 돌보는 것은 문제없을 거라고 했다. 또 남자 친구의 직장이 가까워 점심은 집에서 함께 먹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아기와 함께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아직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지만 친구네 커플은 육아휴직을 그들의 미래 계획에 맞게 어떻게 잘 운영할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놓았던 것이다. 또한 남자 친구가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임금이 보장되고, 그녀는 복학 후 2500크로나(한화 30만 원) 정도의 학업보조금을 매달 지원받기에 세 가족의 삶은 크게 경제적으로 타격은 없을 것이다. 학생인 그녀는 가까운 자신의 가족의 미래에 대해서도 큰 걱정이 없다고 했다.


우리 탓은 아니지만 우리가 나서야 한다

    나의 친한 친구가 내가 방송으로 통해 보았던 내용을 자신의 사례에 빗대어 말해주니 스웨덴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의 삶에 얼마나 잘 녹아져 있는지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자고로 정책은 권력을 잡기 위해 인기에 영합한 공약이 아니라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실질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44년 동안 스웨덴의 진보를 함께한 스웨덴 할아버지 스반테가 스웨덴에 태어난 것이 행운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내 친구 역시 스웨덴에서 자신이 태어난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태어나서부터 무한 경쟁에 휩싸여 원하는 일을 잡고 나서도 평생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청년들의 현실이 서글퍼졌다. 우리 누군들 교육을 받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겠는가? 열심히 달림에도 불구하고 더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야 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 하지만, 우리들의 탓이 아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바뀌어야 하며, 그 가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더 많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이야기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실천한 후 자신의 삶이 지금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느끼면 그 것은 습관이 될 힘을 지닌다. 그리고 그 습관이 사회에 퍼지면 문화와 제도가 될 것이다. 관습적으로 내려온 불합리한 규범들과 불필요한 제도들에 저항해야 한다. 이런 저항이 결국 개인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문제이지만... 연대를 통해 목소리를 내야 하고 대안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우리는 악순환의 굴레 속에서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씁쓸한 겨울이다. 하지만 분명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옳은 것을 옳다고 얘기하고 잘 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촛불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고 횃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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