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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an 24. 2017

[W]당신이 몰랐던 스웨덴 겨울에 대한 진실

어둡고 길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스웨덴 겨울을 이겨내는 방법

    최근 한국에서 스웨덴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SBS 다큐멘터리 '아빠의 전쟁'에서 소개한 스웨덴의 육아 복지제도에 대한 글을 썼는데, 매일 꾸준히 많은 분들이 제 브런치에 방문하세요.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미디어에서나 개인 미디어를 통해 북유럽의 '가족중심적'인 삶이 재조명받기 때문인 것 때문인 것 같아요. 그만큼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그동안 우리가 지키지 못했던, 또는 지키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소중한 가치들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머나먼 이 곳에서도 저는 느끼고 있니다. 여러분의 생각하시는 것 북유럽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인 '행복', '복지', '잘 사는 나라', '평화로움', '남녀평등' 등 온갖 좋은 수식어는 휩쓸고 있는 북유럽! 이 곳에서의 삶은 마냥 좋기만 할까요? 스웨덴이 가진 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There is no bad weather only bad clothing
(나쁜 날씨는 없다, 다만 나쁜 옷만 있을 뿐이다)
                                                                                                                    

제가 우메오 대학에 도착하자마자 참석한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은 말이에요. 실제로 이곳에 겨울에 공부하러 오는 친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날씨'예요. 스웨덴 사람들을 만나면 날씨에 대해 물어보지 마라는 농담도 있을 정도죠. 마찬가지로 저도 스웨덴, 특히 북부에 위치한 우메오로 오기 전 날씨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특히 겨울에 추위를 많이 타는 저로서는 살이 찢어질 듯한 바람과 추위가 너무나도 걱정되었죠. 그런데 첫날 오리엔테이션에서 저는 나쁜 날씨가 문제가 아니라 그 날씨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옷이 문제라는 나름 신선한(?) 관점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스웨덴 사람들이 입는 옷은 우리가 입는 옷과는 무언가 다를까요?

    제가 도착한 8월에 만난 가을을 지나 11월 첫눈을 시작으로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가져온 옷들로 이 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 곳 친구들은 오히려 겨울에도 여러 겹 레이어드를 해 입어 실내에서는 얇은 티에 가디건 한 장을 걸치거나, 심지어 겨울에 반팔을 입는 친구들도 있어요!



        <출처: http://www.arcteryx.com/>                                                   <출처:구글 이미지>

    조금 다르거나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흔히 등산할 때 입는 소재들로 만든 겨울 아우터를 입는 사람들도 많고, 눈이 저~엉말 많이 오는 날에는 청바지에 덧대어 입을 수 있는 스키복 같은 바지를 흔하게 입는다는 점이에요. 청바지를 입고 벗는 것처럼 입는 것이 아니라 허리에 똑딱이가 달려있고 바지통 한쪽에 지퍼가 달려있어 치마처럼 둘러 입을 수 있는 옷이에요(하지만 이를 입는 사람들도 많지 않거니와 저~엉말 날씨가 추운 날에 학교에서 볼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머리가 시린(정말 머리가 시리습니다..)' 겨울 추위를 대비해 털모자를 많이 쓰거나 겨울용 헤어밴드를 많이 하고 다녀요. 귀를 덮는 것만으로도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덤으로 장갑은 필수로 들고 다니죠. 우리들이 겨울을 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죠? 다만 날씨가 춥고 길이 미끄러워서 패션에 많은 신경을 쓰기보다 우선 보온 및 방수 등 실용적인 부분에 더 신경 쓴다고 생각해요.



한국보다 춥지 않은 스웨덴 북부

    덧붙여 저뿐만 아니라 이곳에 교환학생으로 온 많은 한국 학생들이 느낀 우메오의 추위는 한국의 겨울보다 덜 혹독했어요. 무슨 말인고 하니...?! 한국은 바람이 많이 부는 데다 도시풍이 강해 겨울 체감 온도가 더욱 낮게 느껴지는 반면, 스웨덴 북부 해안가에 위치한 우메오는 눈이 많은 오는 데다 건조하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오히려 겨울이 춥다고 느껴지지 않는답니다. 간혹 영하 2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면 발이 얼 정도로 춥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지금까지 '추워서 못 살겠다!!!!!!'라고 느낀 적은 없네요. 한국의 겨울을 지내고 1주일 전 도착한 한국 학생들도 생각보다 춥지 않다며, 오히려 요즘 한국 날씨가 더 춥다고 입을 모아 말하더라구요(한국이 그렇게나 춥나요ㅠㅠ?).

<흐린 날의 우메오, 출처: 모든 사진은 제가 찍었습니다>

<맑은 날의 우메오 / 사진은 직접 찍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스웨덴 북부는 사실 스웨덴 남부보다도 더 나은 겨울 날씨를 자랑해요(개인마다 겨울의 추위를 정의할 때 더 낮은 기온에 기준을 두느냐, 체감하는 날씨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우메오에서 만난 남부 출신의 스웨덴 친구들은 북부의 겨울이 더 낫다고 합니다. 남부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북부보다 길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은 눈보다는 비를 부르고 눈이 오더라도 금세 녹아버려 거리를 질척하게 만들죠. 더군다나 바람이 많이 불고 워낙 습한 날씨 덕분에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해요. 또 눈이 녹아 없어지기 때문에 북부보다 더욱 어둡다고 하구요. 반면 북부 스웨덴은 바람이 많이 불지 않거니와 눈 덕분에 더욱 포근하게 느껴질 때도 많고, 한 번 내리면 잘 녹지 않아 쌓인 눈은 어둠 속에서 빛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남부보다 어둠이 빨리 찾아와도 더 밝게 느껴진답니다. 더욱이 눈 오는 날엔 모두가 신나요! 동화 같은 모습에 넋을 놓기도 하고, 옷에 내려앉은 눈의 결정을 관찰하느라 정신없기도 해요(크리스탈이 보입니다..!)





해를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데 사실인가요?

<11월 오후 4시 30분 경의 우메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얼어 죽을' 날씨는 아니지만, 스웨덴에서 많은 분들이 겨울을 나며 힘들어하는 점은 해를 잘 못 본다는 거예요. 스웨덴의 위도가 높은만큼 여름에는 해가 길고, 겨울에는 굉장히 해가 짧아요. 특히 북부 우메오는 해의 길이가 스웨덴의 남부보다도 훨씬 짧답니다. 우메오에서는 11월 초 해가 서서히 4~5시경 지기 시작하더니, 12월 초 중순에 해가 아침 8시 50분경 떠서 석양이 오후 1시 30분쯤 질 정도로 가장 해가 짧았네요. 어느 날 친구들과 2시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점심을 먹다가 해가 져버려서 꼭 저녁을 먹은 것만 같았어요. 오후 4시가 되면 완전히 어두컴컴해져 한 밤 중처럼 느껴질 정도죠. 그나마 스톡홀름은 석양이 4시쯤 서서히 지기 시작해서 4시 30분 정도까지도 어둡지는 않았어요. 다행히도(?) 작년 12월 21일을 기준으로 해가 점점 조금씩 일찍 뜨고 늦게 지는 덕분에, 1월 말에 접어든 1~ 2시간 정도 더 밝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답니다. 스웨덴어 수업을 듣던 중 선생님과 친구들과 12월 21일을 축하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 친구들은 '해를 못 보고 어떻게 살아?'라고 걱정을 많이 하기도 해요.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큰 문제는 아직 없었어요. 성격이 쉽게 우울해지는 타입이 아닌 데다가 친구들과 요리하고, 피카하고, IKSU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더라고요. 그런데 저와는 달리 이 세상에는 날씨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도 있고,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많은 만큼 해를 못 보는 이 곳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힘듦은 모두 다를 거예요. 실제로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같이 날씨가 좋은 곳에서 온 친구들은 한 겨울에는 꽤나 지루하고 힘들어하기도 했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9월 경부터 비타민 D를 챙겨 먹곤 해요. 우리 몸이 하루에 일정량 이상의 비타민 D를 필요로 하는데, 비타민D는 몸에서 축적이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작용을 하기 때문에 미리부터 챙겨 먹는 거죠. 또한 우메오에는 학생들이 빛을 쬐고 클래식을 들으며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빛의 방 '오로라'가 존재해요. 온통 벽이 하얀색에 햇빛에서 나오는 비슷한 성분인 빛을 쬘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어요(익숙치 않아 이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어떠세요? 이 곳의 겨울은 길고 어둡지만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죠? (솔직히 고백하면) 요즘은 너무 긴 겨울밤에 좀 질렸는지 '아... 해가 좀 길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가끔 들어요. 해가 1주일 내내 구름에 가려진 날에는 나도 모르게 모노톤인 기분으로 하루를 흘러 보내기도 하고요. 하지만, 긴 겨울을 보낸 만큼 더욱 길고 밝은 여름을 맞이할 거라 생각해요! 여름에는 새벽 1 ~2시까지 해가 떠있다고 하네요! 어떤 느낌일지 너무나 궁금해요. 한국만큼 계절 변화가 뚜렷하고 해가 많이 들지는 않지만, 이 곳에 사는 사람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아름다우면서도 혹독한 날씨에 잘 대처하며 생활의 지혜를 쌓아왔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스웨덴과 실제 스웨덴은 얼마나 닮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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