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2. 빵데아수카르에서 바라본 리우의 역설적인 아름다움
'Rio de Janeiro' (리우 데 자네이루, 약칭: 리우)는 포르투갈어로 '1월의 강'이라는 뜻이다. 사실 '리우'는 포르투갈의 항해자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항해를 하던 중, 우연히 닿은 리우의 '구아나바라'만을 대서양과 닿은 좁은 입구 때문에 강으로 잘 못 알고 '1월의 강'으로 명명하였다. 1763년부터 1960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였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인공의 건물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어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출처: 네이버 두산 백과) 우리가 알고 있는 브라질의 관광명소 리우는 매년 2월 개최되는 세계적인 삼바 축제로도 유명하지만, 2016년 여름 리우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리우의 아름다움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백과사전적인 지식 외에 나에게 리우가 처음 다가온 것은 2014년 '한국유네스코연맹'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화수업 Cross-Cultural Awareness Program(CCAP)를 통해서이다. CCAP는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한 명과 한국 학생 한 명이 팀이 되어 국내의 초/중/고등학교에 가서 외국인 봉사자의 나라의 문화에 대해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 나는 브라질 리우에서 온 유학생 한 명과 함께 중학교에 가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전반적인 브라질의 언어(포르투갈어), 지리, 역사, 음식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리우만의 독특한 경관을 만드는 유명한 관광명소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인 브라질의 다양한 문화는 평소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외국인 친구가 직접 촬영한 거대 예수상(Corcovado, 코르코바도)에서 바라본 리우의 아름다운 전경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내 가슴에 남았다. 한국에서 완전히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브라질 리우에 '언제 가는 가볼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2016년 12월 약 1년 반 후 나는 리우에 발을 내디뎠다. 그 당시에는 꿈에도 생각 못했지만 어느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사랑하는 남자 친구의 나라를 방문하기 위해(Obrigada Rafa).
으리으리한 고층빌딩들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일하는 남미의 비즈니스 중심지 역할을 하는 상파울루를 거쳐간 리우는 한층 더 여유롭고 자연에 더 가까운 도시였다. 쨍쨍한 햇빛, 해변의 백사장,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수많은 야자수 그리고 아름다운 기암괴석을 바탕으로 한 리우에서 사람들은 더 느긋하고 여유롭게 삶을 가꾸어나가고 있는 듯했다.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를 가지 않더라도 리우에서는 충분히 이 도시를 느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해변에서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럼에도 여행자로서 관광명소는 놓칠 수 없는 법. 첫 번 째 글에서는 가장 유명하면서도 가장 아름다웠던 리우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던 곳인 'Pao de acucar(빵데아수카르)'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Pao de acucar (원뿔 설탕 모양의 기암괴석)
'Pao de Acucar'는 포르투갈어로 '설탕 빵'을 의미한다. 리우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을 꼽으라면 단연, 이 곳을 첫 번째로 뽑고 싶다. 바다에서 하늘 위로 우뚝 솟아오른 기암괴석. 리우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중 하나인 이파네마 해변에서 파노라마를 찍는다 치면 빼놓을 수도, 빼놓아서도 안 되는 곳이라 생각한다. 언뜻 보면 거칠게 깎인 황토색 절벽이 매력 없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해발 700m에서 아름다운 리우 데 자네이루의 전경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곳이다. 육지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두 번 갈아타고 올라가면 'Pao de acucar' 정상에 다다른다. 케이블카 값은 학생증이 있으면(국제학생증이나 외국대학의 영문표기 학생증도 가능) R$38(약 16,000원), 어른은 R$76(약 32,000원)이다. 표를 끊고 두 번 케이블카를 타고나면 정상에 다다른다. 사실 나와 남자 친구는 정상에서 보는 경관을 놓칠 뻔했다. 첫 번째 정거장의 전망대에서 눈 앞에 펼쳐진 바다와 산 그리고 푸른 하늘에 명확하게 대비되는 하얀 구름 때문에 정신이 팔리기도 했지만 첫 번째 전망대도 충분히 높았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꼭 케이블카를 두 번 타야 하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이 곳에 오는 많은 사람들은 오후 3~4시쯤 와서 7시 30분쯤 지는 일몰을 감상하고 내려가는데, 나와 남자 친구도 의도치는 않았지만 우연히 일몰 시간까지 그곳에 머무르다 우리의 첫 브라질에서의 일몰을 함께 감상했다. 전망대 마트에서 맥주 한잔을 사 나눠마시며 감상하던 일몰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맞은편에는 거대 예수상인 '코르코바도'가 서서히 일몰에 물들다 그림자처럼 어둡게 변해버리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리우의 수많은 산 위에 자리 잡은 수많은 '파벨라(빈민촌)'는 그들의 힘겨운 삶과는 다르게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한낮의 브라질도 굉장히 아름답지만 빛에서 어둠으로 접어들며 핑크빛으로 빛나던 일몰 시간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따듯하게 품어주는 것만 같았다.
'Pao de acucar(빵데아수카르)'에서 우리는 4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모습을 함께 감상했고, 우리는 떨어져 있는 동안 나누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으며, 나의 첫 남미 여행을 함께 축하했다. 또한 이 곳은 나에게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도 해주었지만, 이 사회의 모순과 소외된 자들의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 바라본 어둠 속에서 파벨라(빈민촌)가 반짝반짝 빛내는 그 빛이 어쩌면 그들이 이 세상에서 희망을 '부르짖는' 것만 같았다. 기본적인 식수공급에서부터 교육혜택 등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파벨라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하루 전 크리스마스날 오른 거대 예수상 '코르코바도'에서도 아름다운 리우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Pao de acucar(빵데아수카르)'에서의 시간이 더욱 특별했던 것은 나와 남자 친구에게 다시 만날 때까지 잠시 담아두었던 과거의 시간들을 꺼내어 나누게 해주었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었다.
※Tip: 리우에서의 교통수단은 '버스, 택시, 지하철 그리고 우버'가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 우리는 택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경우가 많기도 해서 피했고, 버스, 지하철 그리고 우버를 이용해보았다. 빵데아수카르는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불편해서 '우버'서비스를 이용했다. '우버'는 택시보다도 저렴하고, 목적지까지의 요금이 경로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고정되어 있어 요금을 더 낼까 조마조마할 필요도 없다. 빵데아수카르 근처에 택시들도 많이 줄 서 있지만, 차도에 대기하다 보면 우버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우리 역시 우버 덕분에 치안이 좋지 않은 리우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남자 친구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브라질에서도 택시 운전사들이 우버 서비스에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고, 우버 서비스가 불법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상파울루/브라질의 우버 드라이버들은 승객들을 위해 초콜릿, 얼음물, 캔디 등을 구비해놓고 늘 손님들에게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