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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an 12. 2017

[N] 북유럽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다, 김혜민

Network: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즐기는 장난감을 꿈꾸다

    안녕하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장난감을 사랑하는 김혜민 학생이에요. 첫 번째 주자는 스웨덴의 식물학자를 꿈꾸는 김설종학생이었어요. 인터뷰를 블로그에 게재한 이후 많은 분들이 김설종 학생과 저에게 스웨덴 유학 및 생활에 관해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인터넷에 스웨덴 유학에 관한 정보를 많이 찾을 수 없기도 하지만 이 곳에서 수학하고 있는 학생의 실질적인 경험과 뚜렷한 주관을 담은 글이라 호응이 뜨거웠다고 생각해요.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항상 제가 여러분께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글이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지 늘 고민해요. 스웨덴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만큼 실질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저는 이 곳에서 제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어요.  특별하다면 특별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에게 유학을 하거나 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지는 않은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온 사람들에게는 이 곳이어야만 했던 뚜렷한 이유나 이 곳과 관련는 무언가에 대한 스토리가 숨어있다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스웨덴으로 첫 걸음을 내딛은 지난 겨울, 김혜민>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호에 두번째로 누구의 이야기를 담을까 고민하다가 다양한 디자인 공부의 경험을 위해 우메오로 교환학생을 온 김혜민 학생 이야기를 싣기로 했어요. 성별에 제약받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드는 날을 꿈 꾸는 '김혜민' 미래의 장난감 디자이너를 소개할게요. 그녀는 자신의 장난감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어떻게 우메오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곳에서의 생활은 어땠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어떻게 장난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교환학생을 준비하게 되었나요?

    사실 고등학교 시절 그림에 관심이 더 많아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었는지 잘 몰랐어요. 막연히 관심이 컸던 거죠. 그런데 고등학생 때 토이저러스(Toysrus)에 갔는데 레고 블록으로 도시를 전시한 걸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정말 심장이 '쿵'하고 멎을 정도로 멋있었어요!!! 그런데 장난감 디자인을 공부하기에는 돈도 많이 들고, 졸업 후에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환경/대우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서 포기할까 하다가 좀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장난감 디자인뿐만 아니라 인테리어/가구 디자인을 모두 공부할 수 있는 산업디자인 쪽으로 노선을 틀었어요(하하). 그런데도, 한번 피어난 장난감에 대한 애정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미련이 계속 남더라구요.

    그래서 혼자 장난감 디자인에 관한 자료 수집도 하고, 직업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정보 검색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보를 얻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졌고, 우리나라 장난감 디자인 시장은 제가 꿈꾸던 곳이 아니었어요. 우리나라 시장은 만화 캐릭터 유아용 장난감이 대부분인 반면에 저는 레고와 같이 장난감 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에 더 관심이 많았거든요! 또 우리나라 만화 캐릭터는 수명이 짧고, 유행이 지나면 버려지는 장난감이 대부분이에요. 그때그때 유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생산하고 단기간 동아 장난감이 소비되는 거죠. 하지만 저는 '지속 가능한 장난감'을 개발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가 어려워 좀 더 디자인 시장이 크고 업무 환경이나 대우가 좋은 외국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장 유학은 갈 수 없었기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옵션 중 가장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교환학생 갈 생각도 없었는데 영어 공부도 하고, 시험도 치며 지원을 준비했어요.



스웨덴 북부 우메오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오게 된 계기는요?

<우메오 강가에 위치한 우메오 디자인 대학/ 탁 트인 창을 통해 강과 가끔은 오로라를 바라보면 창의성이 솟아날 것만 같다>


 사실 우리 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 중 디자인과와 자매결연한 학교는 많이 없었어요. 하지만 목록에 우메오 대학이 있었어요! 사실 우메오 대학이 전 세계에서 디자인으로 정말 유명한 학교인지 몰랐는데, 정보를 찾다 보니 디자인 분야에서 1위에 랭크되어있는 곳이더라고요. (우메오 디자인 대학:http://www.dh.umu.se/en/) 운이 좋았다고도 생각해요. 한양대는 공대가 유명하고 사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교환학생에 많이 지원하지 않아서.. 분명 우리 학교에서는 디자인 때문에 우메오랑 자매결연을 디자인 때문에 맺은 건 아닐 거라 생각해요(하하).

    제가 공부하는 것은 산업디자인이지만 구체적으로 관심이 큰 분야는 장난감 디자인이에요. 전반적으로 디자인 분야는 외국의 대학들이 더 우수한 교육시스템과 환경을 제공해요. 한국의 교육 환경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할 때 그 분야가 생각보다 한정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교육이나 진로 환경이 제가 하고 싶은 공부와 미래의 진로와 잘 맞지 않았어요. 더욱이 국내와 외국의 장난감 디자인에 대한 패러다임의 차이도 컸어요.


<김혜민 학생이 설명한 대한민국과 외국의 장난감 디자인 패러다임 차이>




장난감의 목적, 그리고 레고

    레고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브랜드예요. 성, 연령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모두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죠. 저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데에 특히 남/녀 성 구분 또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자 아이도 로봇을 가지고 놀 수 있고, 남자아이도 곰인형이나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여자아이에게는 바비인형이나 곰인형을 선물하고, 남자아이에게는 로봇을 선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어요. 사실 저는 오히려 이런 구분(차별)적인 장난감 선택이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성 역할에 대한 관념을 형성시켰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회적,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장난감을 통해서 아이들은 관습적으로 전해져 온 성 역할을  당연히 받아 들어왔던 거죠. 남자아이는 용감하고, 씩씩하고, 세계를 구하고 여자아이는 요리하고,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고.. 대부분 장난감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모습들이에요. 저는 이런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무비판적으로 답습된 성역할을 아이들이 배우지 않으면 좋겠어요. 여자아이들도 공사판에서 일할 수도 있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싸울 수도 있죠. 늘 여자아이들이 화장하고 카페에서 여유롭게 수다를 떨며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레고 프렌즈, 카페 컴케익 시리즈> @출처: 구글

사실, 저는 레고(LEGO)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 가장 좋아하는데, 사실 레고에 실망한 적이 있어요.  '레고 프렌즈'라는 소녀들을 위한 다른 제품 라인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장난감을 여자용/남자용으로 나눠버린 것 같아 약간 실망했었어요.. 레고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으로 유명한데도, 제품 라인에서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성별을 나누어 타겟층을 겨냥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저는 이 부분이 레고의 주 타겟층인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과연 옳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장난감을 통한 성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계기는 제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에요.  저희 어머니는 저희들에게 털 인형을 사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또 남동생이랑 로봇을 가지고 놀거나 레고 브릭을 조립하는 게 훨씬 더 재밌었어요. 친구들 집에 갈 때마다 바비, 쥬쥬 인형이 많았지만 큰 흥미도 못 느꼈고, 어릴 적에도 굳이 내가 여자애니까 엄마가 인형을 사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장난감과 디자인에 대한 그녀의 뚜렷한 주관은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한 치의 꼬임도 없었어요. 어릴 적부터 얼마나 이 주제에 대해 많이 고심해왔으면 뚝심 있는 디자인 철학을 가지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한 목표/소명의식을 가진 그녀가 굉장히 멋졌어요.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장난감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거리라고만 치부했고, 제대로 장난감에 대해 1도 몰랐거든요. 그리고 자라면서 장난감이라는 대상 자체를 까맣게 잊어버렸던 거죠. 하지만 2시간 동안 그녀와 나눈 대화는 너무나도 생소했던 장난감과 디자인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선물해주었어요. 또한 대상의 이면에 숨어있는 목적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었을 뿐만 아니라 제게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준 혜민이에게 너무나 고마워요. 너무나도 흥미로웠던 그녀와의 대화를 접기에는 이번 한 편만으로는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김혜민 학생의 교환학생 수기를 나눠보고자 해요. 코스 만족도는 어땠는지, 무엇이 한국과 가장 다른지,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전달해드릴게요! 다음 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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