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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an 27. 2017

[E]무상교육에 학업보조금까지 받는 스웨덴 대학생

Equality: 모든이들에게 교육의 권리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사회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 마이너스 통장에서 '0'이라도 되고 싶어요

<출처: https://blackandmarriedwithkids.com>

    얼마 전 JTBC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대학 학자금 대출로 취업 후에도 힘들어하는 내 또래 친구의 사연이다. 대학 졸업 후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겨우 취업에 성공했는데, 장밋빛 미래는커녕 보다 나은 삶과 직업을 갖기 위해 진학한 대학이 오히려 한 젊은이의 미래를 꿈꾸지도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 분명 우리는 어릴 적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배웠다. 그래서 내 10대의 혈기왕성한 에너지를 수년간 잠재우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보냈다. 학교와 학원에서의 배움은 치열한 입시제도하에서 대학 입학 또는 졸업장이라는 결실을 맺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다시 취업 입시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다 쳐도 공부를 하고 졸업장을 얻기 위해 대출한 학자금이 다시 많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졸업 후 일을 하면서 내가 배운 것들을 써먹고, 사회에 도움이 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삶을 지향할 뿐이다. 하지만 공부를 위해 대출받은 자금은 많은 청년들이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애초에 한국장학재단에서 만든 학자금 대출의 목적은 많은 학생들에게 빚을 안겨주기 위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계의 부담을 줄이고 금융권에 비해 낮은 이자로 학생들에게 대출을 해주어 공부를 하는 동안 부담을 덜

주고자 만들어졌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 거치/상환 기간 연장, 학업우수 저소득층 대학생 대출원리금 일부 면제, 지방자치단체 연계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취업시장,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로 인한 대기업 선호 현상, 비싼 생활물가 및 집세 등으로 취업 후에도 빚과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우리에게 여가와 미래를 위한 자금을 모으기에는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내 친구들은 어떻게 공부를 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스웨덴의 학업지원금 제도(Centrala Studeistödnämnden)

<출처: Imagebank sweden>

     스웨덴에는 학업지원금 제도(Centrala Studeistödnämnden, 이하 CSN)가 있다. 스웨덴의 고등교육을 받는 모든 학생들은 한 달에 32만 원 정도(2, 500크로나)의 학업보조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하지만 이 곳의 많은 학생들도 다른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 평균 10,000크로나 정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렌트비 포함 평균 생활비 100 ~ 130원을 충당하기 위해서 필요한 나머지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국가로부터 장기로 1%도 되지 않는 금리로 저리 대출을 받는다(CSN 상품). 이 덕분에 대부분의 스웨덴 대학생들은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지 않는다. 대학생을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고 대학생이 된 이후 부모님으로부터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을 벌리지 않고 스스로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정부는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대학생들만이 CSN의 수혜자는 아니다. CSN은 다양한 지원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보통 고등 교육 과정에 등록한 16~ 20세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원이나 전문대학에 등록한 학생(54세까지),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 아이가 장애를 가져 수화교육이 필요한 부모, 해외로 apprentice(수습) 생활을 위해 파견되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 등 다양하다. 심지어 CSN은 스웨덴에 거주하는 외국인(대부분 난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살림을 갖추거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대출상품을 제공하고 있다(출처: http://www.csn.se/). 다양한 상품 중 오늘 이 글에서는 대학생들이 받는 학업 보조 상품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CSN 학업보조금은 부모의 소득이나 출신 지역, 배경 등에 상관없이 국가에서 인정하는 학업과정에 등록한 모든 학생이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처음에는 입이 떡 벌어졌다. 나는 장학금을 타기 위해 끊임없이 성적 경쟁을 했고, 대외활동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한 두 푼 모으고자 노력했는데 이 곳의 스웨덴 친구들은 큰 걱정 없이 공부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이 곳에서 외국인으로서 수 천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지불하고도 한 달에 백 여만원의 생활비를 내야 하기에 이러한 격차는 더 크게 느껴졌다. 스웨덴 친구들이 부럽고 배 아프기도 했지만, 경쟁 없는 사회에서 과연 학생들이 모티베이션이 생길 수 있을까 살짝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나름의 경쟁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학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CSN은 스웨덴의 모든 대학생들이 지원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반드시 대학에 등록한 코스의 75% 이상을 '패스(스웨덴은 절대평가제므로 50% 이상 통과)' 해야만 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하지만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개개인이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스웨덴 친구들은 75% 이상 패스하지 못하면 자신의 한 달 생활을 책임지는 학업보조금이 끊긴다는 것과 자신의 공부는 자신의 커리어로 돌아오는 것을 알기에 늘 긴장하고 열심히 공부한다.  4개의 과목을 듣는다면 3개를 통과해야 하는데 스웨덴 친구들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나의 스웨덴 친구는 얼마 전 75% 이상 패스를 못했다며 CSN지원이 끊길 것을 염려해 울먹울먹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75%를 이수하지 못하는 경우 어떻게 될까? CSN은 학업 기간 내내 끊기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학기나 다음 코스를 합해 75% 이상을 만들 때까지 지원이 끊기고, 다음 학기나 코스에서 다시 75% 이상 이수하면 CSN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친구들이 무상으로 받는 지원금을 복지국가에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연하게 주는 용돈 정도로 생각했고, 저리의 대출이자와 긴 상환 기간이 학생들이 혹여나 무위도식하도록 만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 제도가 학생들이 돈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이 돈을 받기 위해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독려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복지국가의 병폐로 꼽히는 무사안일주의를 나름 극복하면서도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스스로의 학습을 장려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설립된 스웨덴 CSN 예산(교육예산) 은 국방비 지출의 반, 문화/체육 지원비의 2배에 이른다고 한다. 사실 스웨덴 정부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출금을 100% 회수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회수하지 못하는 대출금을 줄이기 위해 제도의 개혁 및 보완을 늘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CSN은 1964년 설립된 이후 수차례에 걸쳐 다양한 제도를 통합하거나 새로 만드는 등 개혁을 추진해왔다. 완벽한 제도는 없기에 늘 어딘가에는 부족한 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가 우선순위를 무엇에 둬야 하는지 제대로 판단하고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정책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개인의 선택과 노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시스템

    스웨덴에 대부분 유학 온 친구들이 유럽학생들이라(흥미롭게도 훌륭한 교육제도로 인정받는 독일의 학생들이 가장 많다), 등록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우리나라 등록금이 얼마나 살인적인지 느끼게 된다. OECD 국가를 높은 등록금 순으로 늘어놓았을 때 2위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학자금 대출도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마련해놓고 있긴 하지만, 우선 등록금 자체가 비싸서 원금이 너무 높을 뿐만 아니라 거치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오르는 결코 적지 않은 이자는 불안정한 취업시장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빛더미의 서막이다. 사실 나는 학자금 대출을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아서 대학이 우리에게 빚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는데, 높은 집세 및 생활물가, 낮은 임금(파트타임 포함)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생각하면 많은 대학생들이 얼마나 숨통이 조여올지 안타깝다. 나 역시도 석사 후 직업을 구하고 내 생활을 꾸려나가야 할 텐데, 사실 밖에서 보는 우리나라의 생활환경은 더욱 어려워지는 것만 같다.


    사실 복지정책이 잘 갖춰져있는 스웨덴과 독일에서 온 유학생들이나 우리나라 유학생들이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점은 별반 다르지 않다. 돈을 어떻게 벌고 모을 것인지, 커리어는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결혼을 한다면 가정을 어떻게 꾸리고, 아이들은 어떻게 기를지 등 살면서 모두가 당연하게 고민하는 것들이다. 고민하는 주제는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개개인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생활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하며 돈을 벌지만 복지기틀이 잘 갖춰져 있는 나라의 친구들은 적어도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더 많이 돈을 벌고 싶으면 추가로 아르바이트를 하든, 일을 더 하든 자신이 선택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업에 더욱 충실하고 적은 돈으로 작은 삶을 꾸리면 된다. 스웨덴의 시스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개개인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주면서도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시스템은 한 개인이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인 '자아실현'이라는 가치를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0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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