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ility: 환경 외에도 우리 삶은 지속 가능한가요?
여러분은 혹시 새가 되는 것을 상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하이킹을 하면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하늘과 하늘 높이 뻗은 나무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그렇게 걷다 보면 나무 꼭대기에 자리 잡은 새들을 눈에 담는 경우가 있어요. 나뭇가지 사이사이에 둥지를 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온 세상을 품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자유를 부러워하고, 저 높이서 보는 세상은 어떨까 궁금해지곤 해요. 새가 될 수는 없어도 새가 보는 넓은 세상과 대자연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팝 가수인 Jason Mraz 노래 'The world as I see it'는 새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린 노래인데요.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The world as I see it is a remarkable place , A beautiful house in a forest of stars in outer space(내가 보는 세상은 정말 놀랄만한 곳이야, 우주의 별들로 가득한 한가운데의 아름다운 집과 같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정말 새가 되어 이 세상을 제 눈에 담는 것만 같았는데, 상상이 상상에만 그치지 않고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게 바로 며칠 전이네요! 우연히 우메오 대학 관광학과에서 준비한 현장 학습을 위해 제가 사는 Umeå서 멀지 않은 Granö라는 마을로 현장 학습을 갔는데, 그곳에서 나무 사이에 위치한 '나무 호텔'을 만났답니다. 여러분은 혹시 스웨덴의 나무 호텔(Tree Hotel)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스웨덴의 나무 호텔은 기본적으로 '새 둥지'를 콘셉트로 하는데, 호텔방이 지상에서 떨어져 스웨덴의 키 큰 침엽수들 사이에 놓여있어요. 얼마 전 한국의 유명한 여행 페이지 동영상에서 스웨덴의 나무 호텔을 세상에서 가장 이색적인 호텔로 꼽았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방문한 호텔은 사진 상 오른쪽의 호텔인데, 스웨덴의 최북단 지역인 Lapland 지역의 Granö라는 마을에 위치해있어요. 둘 다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특이한 호텔들이지만, 호텔 CEO에 따르면 Granö지역의 호텔은 호텔이 인공물로서 존재하기보다 나무들 사이에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던함을 '지양'했다고 해요. 이날 현장 학습에서는 Granö 나무 호텔을 운영하는 Granö Bekasin의 CEO를 만나 함께 견학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그녀가 어떻게 이 호텔을 구상하게 되었는지, 이 호텔을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 이면의 의미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어요!
Granö Bekasin의 CEO는 제가 스웨덴에서 본 가장 열정적이고 외향적인 여성이자 사람이었어요. 그녀는 CEO가 되기 이전 Granö 주민이자 저널리스트였다고 자신을 소개했어요. 사실 Granö 는 스웨덴 최북단 지역인 Lapland(라플란드)의 게이트 역할을 하는 인구수가 현재 238명밖에 되지 않는 정말 작은 마을이에요. 그녀는 Granö 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그녀기에 이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점점 큰 대도시로 떠나고 마을 공동체가 비는 것을 그 누구보다 걱정했어요. 그녀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이 곳에 정착해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마을 스스로가 자립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만들어져야 하고, Granö 를 Granö 답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해요. 사실 처음부터 '나무 호텔'을 생각한 건 아니라고 해요. 마음이 맞는 자신의 친한 친구들과 머리를 꽁꽁 매고 고민을 하다가 나온 아이템은 '새 박물관'이었어요. Granö 지역에 야생에서 죽은 새를 수집하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이 돌아가시면서 남게 된 새들 약 1,000여 마리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을 하다가 새 모양을 본떠 지은 '새 박물관'에 새들을 전시하고 박물관을 지역의 공공 학습지뿐만 아니라 유명 관광지로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하지만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대형 박물관을 위한 투자를 받기는 너무 어려워지자 그녀는 대체 아이디어로 '새 둥지'를 모티브로 한 '나무 호텔'을 지어 Granö 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야외활동들과 연결 지어 관광 상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관광이 부가수익 창출이 높은 산업인 데다 지역주민들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금융위기 속에서도 그녀는 어렵사리 투자자를 찾아 결국 투자를 따냈다고 해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그녀의 비즈니스 마인드와 뚝심 있는 추진력도 멋졌지만, 저는 그녀가 이 사업 속에 담아낸 가치들에 더욱 감동받았어요. 사실 관광 개발의 많은 부분들이 자연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많이 이루어지는 현실 속에서 그녀는 관광 개발에서부터 운영까지 Gronö의 독특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했기 때문이에요.
Granö Bekasin에 담긴 가치들
Granö Bekasin 호텔은 건축, 인테리어, 가구, 어메니티(호텔에서 제공되는 세면용품), 레스토랑 식사에 모두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어요. 나무로 만들어진 호텔 외관은 화려하진 않지만 자연의 일부가 된 듯 아늑하고 소박한 멋이 있어요. 방의 인테리어 제품 모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에요. 예를 들어, 언뜻 보면 보통 카펫처럼 보이는 직물 카펫도 재활용 재료로 만들어진 거죠. 또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샴푸, 비누, 수건 등의 어메니티도 친환경제품인 Eco제품들로 구비되어있어요. 여행 중 빠질 수 없는 음식은 호텔 입구이자 숲 입구에 놓인 조그마한 레스토랑에서 준비한 음식들로 제공돼요. 이 곳에서 만드는 음식은 모두 Granö 지방에서 나온 식재료들이거나 이 곳에서 구하지 못한 것들은 모두 유기농으로 제공된다고 해요. CEO는 레스토랑이 보기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음식의 맛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라며 전 세계 다양한 고객들의 평가를 인용하며 자부했어요. 깨끗하고 신선한 재료들로 소수를 위해 그때그때 조리되는 음식,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것 같아요!
<소박하지만 아늑한 레스토랑 내부>
Granö Bekasin(그라노베카신)의 모든 직원은 Granö 마을 사람들이에요. CEO에서 호텔/레스토랑 리셉션까지 관광 개발을 통해 지역 내에서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죠(피크 시즌인 여름은 스웨덴 사람들이 모두 휴가를 가는 시기라 주변 큰 도시에서 Summer Job(여름 아르바이트)을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을 뽑기도 해요). 한편 호텔 비즈니스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자원들을 대부분 마을 또는 Granö가 위치한 Vindeln(빈덴) 지역에서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관광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누수효과(지역 내에 관광 수익이 머물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 가 발생할 경우가 적어요. 지역 '내'에서 비즈니스가 순환하고, 지역 밖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임으로써 관광업의 가장 큰 특징인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는 거죠!
'지속 가능함'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호텔이 Granö Bekasin의 가장 중요한 콘셉트이기도 하지만, 호텔을 만들 때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것은 Granö의 독특함을 발견하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친환경적이라도 Granö에 올 이유가 없으면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녀는 특이한 '새'가 많은 지역인 Granö에 '새 둥지'를 콘셉트로 지은 나무 호텔도 Granö 만의 셀링포인트이지만 Granö 가 가진 독특한 사실들에 주목했어요. Granö가 스웨덴 최북단인 'Lapland(라플란드)'의 게이트 역할을 하는 것과, Lapland에 걸쳐 순록과 함께 대이동을 하는 Sami(사미- 스웨덴 북부의 전통 소수 민족) 민족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것, 그리고 스웨덴 정부에서 보호하기 위해 national river로 지정한 Umeå 강 등을 잘 엮어서 Granö 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로 이 작은 도시를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어요. 특히 스웨덴 북부의 대자연에 누릴 수 있는 스키, 개썰매, 하이킹, 낚시, 래프팅 등의 다양한 활동과 순록 고기와 같은 독특한 식문화는 많은 사람들을 이 작은 마을로 끌어들이고 있답니다.
스웨덴 곳곳에 녹아있는 Sustainablility(지속가능성)
반나절밖에 되지 않은 짧은 현장학습이었지만 스웨덴 사람들의 생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녹아져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어요. '지속가능성'을 우리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미래의 의제가 아니라 '당연히' 우리가 오늘날의 생활 속에서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 인지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사실 한국에서 공부할 때 1970년 오사카 엑스포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 해 엑스포의 주제가 '과학 기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의 전시관의 초점은 과학, 기술을 넘어 '지속가능성'이었어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어떤 국가도 그 당시 지속가능성에 대해 어젠다를 설정한 곳이 없었죠.
이 곳에 온 지 8개월 차 스웨덴 사람들은 생활 곳곳에서 환경뿐만 아니라 식생활 습관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우리나라만큼이나 철저한 분리수거, 정말 활발하게 운영되는 중고마켓, 슈퍼마켓의 다양한 Eco 제품들과 채식음식 그리고 일상화된 운동 문화가 이를 뒷받침해요.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넘어 우리 생활의 지속가능성으로 까지 확장된 개념이죠. 자전거의 대중교통화와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대중교통(버스)이 흔한 걸 보면 정책적으로도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어요.
어떻게 스웨덴 사람들은 '지속가능성'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궁금한 적이 있어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어릴 적부터 숲에서 버섯이나 베리류를 따고, 호수나 뒷산에서 스키와 아이스 스케이팅을 타면서 자연과 늘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자연의 소중함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심지어 출산을 앞둔 제 친구 커플에게 제가 너희는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면 좋겠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보통 한국에서는 우리아이가 변호사, 의사, 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아이의 직업에 대한 희망을 비치는 경우가 많은데, 친구들은 딱 이렇게 잘라 말하더군요. "나는 우리 아이가 남을 존중할 줄 알고, 환경에 대해 걱정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이렇게 말을 하길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사람이 머리로는 인지하며 배우지 못했던 것들이지만 어릴 적 습득했던 가치들은 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는구나 많이 느껴요.
확장된 지속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
'지속가능성'을 실천하자라고 주장하기 전에 왜 우리는 '지속가능성'을 지향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사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성'에 이야기를 할 때는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삶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활방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사느냐가 모여 결국 내 삶을 이루는 거니까요. 저 역시도 스웨덴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하는 친구 덕분에 '지속가능성'에 대해 더욱 확장된 개념을 가지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우리 인간은 자연에게 빚을 지고 있다 생각해요. 인간은 자연의 일부를 빌려 인류의 편리/편안한 삶을 위해 개발을 해왔고 에너지를 얻기도 하죠. 또한 한 인간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많이 얻고 있어요. 자연으로부터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물, 음식 등이 바로 그것이죠. 우리는 한 사람의 삶을 넘어 전 인류 차원에서 많은 부분들이 자연의 도움을 받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한 줌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요. 우리 삶의 한 사이클이 결국 자연과 인간은 공생관계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해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요?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지속가능성
그렇다면 이 '지속가능성'을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사실 스웨덴은 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수가 1천만으로 굉장히 적은 편이에요. 이 때문에 작은 영토에 5천만이 사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자연 보존이 잘 되어있고, 보다 환경친화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 곳 스웨덴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활양식이나 정책들이 한국에 사는 우리들에겐 너무 이상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지속가능성'을 가능하게 한 지정학적 또는 인구학적인 요소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큰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물론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는 부분이죠.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음식을 남기지 않고, 짧은 거리는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새 것을 지양하기보다 쓸 수 있는 물건은 오래 쓰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정말 소소한 것들이 사회의 변화를 조금씩 가져오는 첫걸음일 거예요. 너무나도 당연히 여겨지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잘 지키지 않는 것들이니까요. 시스템적으로 큰 변화가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내가 행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에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가치를 '추구' 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은 중요한 것이니까요. 여러분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어떤 가치가 깃들어져 있나요?
글을 마무리하면서 스웨덴 사람들끼리도 지속가능성과 개발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흥미로웠던 포인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현장 학습에서 스웨덴의 한 할아버지께서 만약 Granö에 한 해에 마을과 자연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관광객 500만명(극단적이긴 하지만)이 온다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중요한 포인트를 던지셨어요. 아무래도 관광객이 많을수록 관광 수입이 늘어나는 건 당연할 테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차단하기가 어려울거에요. 의사 결정자들도 결국엔 딜레마에 빠질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회 전반에 '지속 가능성'이 깔려있는 이 곳에서 '무분별'한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우리가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지 않을 경우 되돌아오는 부메랑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