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Pre-party문화와 알코올 전문샵 Systembolaget
Pre-party Round 2!
저번 주도 어김없이 Pre-party 초대를 받았다. 매주 목, 금요일이면 휴대폰 페이스북 앱에 새로운 숫자 하나가 더해진다. 누군가가 내 게시물을 좋아하고, 댓글을 남기는 것 외에 다양한 이벤트 소식이 내 페이스북으로 전해진다. 그중 어김없이 빠지지 않는 것은 Pre-party(프리파티) 이벤트 초대장! 스웨덴에서는 클럽이나 바에서 파티가 열리는 날(주로 목, 금)이면 서로 다른 코리도(학생들이 모여사는 기숙사)에서 다양한 Pre-party(프리파티)가 열린다. 그런데, 파티면 파티지, 왜 하필이면 그냥 파티도 아니고 Pre-party일까?
Pre-party(프리파티)란 말 그대로 본격적인 파티 전에 사는 사전 파티다. 우메오의 경우 보통 대부분 학생들이 클럽이나 바에 가서 본격적인 파티에 즐기기 전에 코리도 거실이나 방에서 친구들을 초대해 다양한 주류와 스낵을 즐기며 흥을 돋운다. 대부분 프리파티 주최자들이 공간과 음악을 제공하고, 이 파티에 참석하고 싶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마실 음료나 술 그리고 안주를 챙겨가는 식이다. 보통 오후 8시경 시작해서 2시간 정도 프리파티를 즐기고 파티 입장 시간이 가까워질 때 클럽이나 바로 향한다. 자신이 아는 친구들만 초대해 방에서 소소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코리도 프리파티의 경우는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픈된다. 예를 들어, '4월 29일 7시, 빌딩 이름, 방 번호'가 적힌 식이다. 클럽이나 파티에 가서 술을 마시고 파티를 즐겨도 충분할 텐데 왜 스웨덴에는 프리파티 문화가 생겼을까?
애주가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나라, 스웨덴
퇴근 후 또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큰 고민 없이 맥주 한 잔 하러 갈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에서는 식당이나 바에 친구들과 한 잔 하러 가는 일이 한국만큼 흔하지 않다. 외식비 자체가 워낙 비싼 데다 술에 붙는 세금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늘 바에 가서 술을 시킬 때는 가격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저렴하면 한국 이탈리아 식당에서 먹는 것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도 먹을 수 있지만 보통 한 끼 가격은 메인 코스의 경우 130 크로나(화덕 피자 한판)에서 300크로나 중 후반대(스테이크 류)로 다양하다. 스웨덴 사람들도 외식비를 굉장히 비싸다고 생각한다. 바에 가는 경우에는 보통 생맥주 한 잔에 7천 원에서 9천 원 정도 하는데, 한국에서처럼 한두 잔씩 즐기다 보면 순식간에 몇 만 원이 깨지기 쉽다(요즘 한국에서도 수제 맥주 한 잔에 8천 원씩 한다지만 보통 맥주 값인 3천 원에 비하면 여전히 비싼 편이다). 그리고 호주머니는 피눈물을 흘리테지...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의 경우 스웨덴의 엄청난 맥주 값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많은 학생들은 맥주 한 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본격적인 파티에 가기 전 각자 먹을 술을 사서 파티를 즐기기 위한 흥을 돋우는 Pre-party가 굉장히 흔하다. 그렇다면 시중에서 구입하는 술은 저렴할까?
술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에게는 슬픈 소식이지만, 시중에서 파는 술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 특히 유럽의 이웃 국가에서 오는 친구들에겐 스웨덴의 술값이 치명적이다. 스웨덴에는 독일 학생들이 정말 많이 공부하러 오는데, 독일에서 스웨덴 브랜드 Absolute 보드카 한병이 12Euro(유로)인데 반해 스웨덴에서는 25Euro라고 하니 같은 술을 위해 2배나 비싼 값을 지불해야하는 것이다. 맥주 천국인 독일 친구들에게 맥주 값은 논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스웨덴에서는 술을 아무데서나 구입하지 못한다. 슈퍼에 가서 맥주 한 캔, 과자 한 봉지 사 와서 집에서 잠자기 전 한 잔 하는 게 낙인 많은 사람들에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까. 사실 스웨덴은 정부에서 철저히 알코올 유통을 통제하는 나라다. 엄밀히 말하면 슈퍼마켓에서도 술을 살 수는 있지만, 슈퍼마켓의 경우에는 무알콜 음료부터 알코올 농도 3.5% 이하의 가벼운 술(Lättöl)만 구입할 수 있다. 3.5% 이상의 알코올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Systembolaget(시스템볼로게)라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알코올 전문 판매샵에 가야만 한다. Systembolaget는 The System(시스템, 체계)를 뜻하는 System과 The Company(회사)를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다. 와인, 리큐르, 보드카, 맥주, 사이더(Cider), 위스키 등 3.5%가 넘는 모든 종류의 술을 스웨덴 전역에 유통한다. 스웨덴의 높은 알코올 소비문화를 정부 차원에서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통 작은 타운의 경우 1개, 규모가 큰 도시의 경우 번화한 구역마다 설치가 되어 있다. 우메오의 경우에는 총 3개의 Systembolaget(시스템볼로게)가 있는데, 시내에 한 곳과 마트가 있는 곳 2 지역에 있다. Systembolaget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평일에는 보통 10시에 문을 열어 짧으면 오후 6시 길면 8시까지 운영하고, 토요일 10시에 문을 열어 보통 오후 3시까지 영업한다. 그리고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쉰다.
<우메오 Systembolaget 내부>/ 에너도희져
'아니! 대부분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영업하고 문을 닫으면 술을 언제 사야 할까.. 퇴근 후 한 잔 먹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우메오의 경우, 대학 도시이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들은 하루 스케줄이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 자유롭다. 때문에 학교가 끝나고 저녁에 한 잔 하고 싶은 경우 Systembolaget로 향하기도 하지만 보통 매주 목, 금요일을 대비해서 주말에 술을 가득 사놓는 경우도 많다. 맥주 한 두 캔을 사기 위해 시내까지 매번 가긴 귀찮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경우, 5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톡홀름과 같은 큰 도시의 경우에는 Systembolaget까지 이동하는데 소요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퇴근 후 술을 사기에는 촉박할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토요일에 Systembolaget에 가면 장바구니에 맥주, 와인, 보드카 등 다양한 종류의 술'만' 담은 사람들이 계산대에 줄을 선 진풍경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가격은 맥주나 사이다(Cider)는 보통 한 캔에 16크로나(1800원 정도), 와인은 저렴하면 1만 원 대부터 시작하며 술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 Systembolaget의 직원에게 전문적인 알코올 상담 및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자, 술을 다 골랐다. 뿌듯한 마음으로 한 주 나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여 줄 술들을 가득 구매하고 계산을 할 때다!그런데 이 때 가끔 특히 외국인 친구들 중 신분증이 없어 간혹 계산대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Systembolaget에서 술을 사기 위해서는 20세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술을 바에서 사 마시는 경우는 18세) 항상 신분증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모든 Systembolaget 직원들은 특히 25세 이하로 보이는 경우 신분증을 확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술을 사기 위해 내 몸을 이끌고, Systembolaget로 향해서 원하는 술을 다 담은 후 신분증을 제시하고 계산을 마치면 술을 위한 길고 긴 여정이 끝난다! Yay!
클럽이나 바의 치명적인 술 가격 때문에 Pre-party 문화를 즐기는 스웨덴 사람들. 정부가 독점 운영하는 알코올 전문 유통 업체인 Systembolaget의 술값도 엄청난 주류세 때문에 결코 싸지 않지만(요즘 한국 술값을 생각하면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Pre-party에서는 그나마 저렴하게 흥건히 취할 수 있다. 게다가 안주도 직접 만들어오거나 슈퍼에서 칩스만 사면되니 저렴하고! 독특한 알코올 유통 방식으로 생긴 Pre-party문화는 술집이 아니라 학생의 경우 코리도나 집에서 여러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음악에 취해 서서히 파티 흥을 돋우며 생활공간을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전환시켰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고, 이번 주가 끝날 무렵 우메오에서는 또다시 흥겨운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우리들의 젊은 날을 세상에 퍼뜨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