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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May 11. 2017

스웨덴 대학에서의 전자레인지란?

스웨덴 대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전자레인지

<바람>

"야 오늘 점심은 뭐 먹을래?"

"제육? 순두부? 순댓국? 피자? 초밥?"

"아, 너무 많아서 못 고르겠어"

........



<현실>

"내일 점심 뭐 먹지..?"

정답은 하나.

"어제 저녁 남은 거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어야지.."




안녕하세요, Dagens Sverige (오늘의 스웨덴) 두 번째 이야기는 스웨덴에서 먹고사는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스웨덴 우메오 시계는 오후 5시 30분을 지나면서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네요. 고깃집, 치킨집, 한정식집, 이탈리아 음식, 햄버거, 초밥 등 맛있는 음식점이 너~무 많아 결정장애를 초래하는 종각 거리가 가끔 그립습니다. 배꼽시계가 울릴 때쯤 친구들이랑 '오늘 점심은 어디 가서 뭐 먹지?'라고 고민하던 즐거움도 그립고요. 7년 동안 자취를 하는 동안 특별히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딜 가나 먹을 것 하나는 걱정 없는 한국 생활이었어요... 한국에서 최근에 유행 중인 '오늘 뭐 먹지?'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다 보면 배가 고픈 저녁에는 한 참 동안 잠을 설치기도 해요.


한국에서 먹을 게 너~ 무 많아서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스웨덴에서는 다른 의미에서 항상 '오늘 뭐 먹지?'를 고민하곤 하는데요. 외식비가 비싼 이 곳에서는 요리하는 게 일상화되어있답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세끼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뭘 해 먹지 고민이 돼요. 아침은 과일, 요거트, 무슬리 등으로 간단히 먹는다 치더라도 학교에 싸 갈 점심 도시락과 일과 후 저녁 식사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저는 매일 '오늘은 뭐 해 먹지?' 고민을 달고 산답니다. 어머니랑 통화할 때마다 제가 요리를 한다고 하면 어머니는 '스웨덴에 공부 안 하고 요리 유학 갔니?'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시기도 해요^^;


저녁은 집에서 요리해서 먹는다 치더라도 점심은 집까지 갔다 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죠. 그래서 대부분 학생들은 각자 점심 도시락을 챙겨 오는데요. 공용 주방에서는 하루 전 저녁거리를 양껏 준비해서 도시락 통 3~4개에 나눠담는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미역국 한 솥 끓여서 소분해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거죠. 다음 3일을 위해서...
대부분 학생들이 차가운 냉장 음식을 싸오는데요. 음식은 역시나 따뜻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법! 때문에 스웨덴 대학에는 수십대의 전자레인지와 식사 후 도시락 통을 헹굴 수 있는 싱크대는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답니다. 우메오 대학 캠퍼스에는 보통 한 빌딩에 간단한 싱크와 전자레인지가 여러 대 놓여있는 공간이 적어도 하나씩은 마련되어 있어요. 하지만 수십대가 마련되어 있어도 학생들의 수에 비면 턱없이 적어서 점심시간 12시쯤이 되면 전자레인지 앞에 줄 지어선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기나긴 줄 때문에 우메오 대학에서는 학교에 '더 많은 전자레인지를 설치해주세요!'라는 캠페인을 벌이는 친구들도 있었답니다.


한국 대학에서는 전자레인지가 대부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 존재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곳 스웨덴에서 누군가 제게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단연 그중의 하나는 전자레인지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먹는 문제가 달린 문제니까 더욱이!! 주머니 가벼운 수 만 명 학생의 하루 점심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전자레인지, 사실 갓 지은 따끈따끈한 식당 밥이 그립지만.. 그래도 전자레인지 덕분에 매일매일 점심이 따뜻합니다. (차가운 밥을 먹으면 너무나 슬플 것 같아요).
여러분의 점심 메뉴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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