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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May 15. 2017

우메오의 계절 변화를 관찰하는 법

자연을 관찰하자 계절의 변화가 실감 났다.

Dagens Sverige 4번째 이야기는 우메오의 봄소식이에요.


한국은 이미 여름이다 생각될 정도로 덥다고 하는데, 이 곳 우메오는 아직 쌀쌀하네요. 물론 위도가 높은 이 곳에 봄이 한국보다 늦게 찾아오는 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요. 저는 여전히 패딩에 워머를 두르고 다녀요. 아직까지 쌀쌀한 바람에 장갑을 끼고 털모자를 쓰는 친구들도 있구요. 특히 이 곳에서는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에 자전거 속도를 낼 때면 아직까지는 이 곳 공기가 차가워요. 지난주까지는 간간이 눈도 왔었는데, 올봄의 스웨덴 날씨는 스웨덴 사람들조차도 이상하다고 하네요.


4월 30일 봄이 오는 것을 기념하는 Valborg(발보리)를 축하한 다음 날, 정말 거짓말처럼 완연한 봄이 찾아왔어요. 올해 가장 따뜻했던  날, 모두가 밖으로 나와 광합성을 하고 호수로 소풍 가던 그 날 우메오는 올 한 해 가장 높은 기온 21도를 찍었답니다. 저도 양껏 눈부신 햇살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하고 이제는 정말 봄이 왔나 보다 신났었죠. 그런데 이게 웬일.. 5월에 겨울의 함박눈이 내리는 것보다 더 펑펑 눈이 내리더라구요. 5월의 크리스마스랄까요. 우리나라에도 겨울이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해 꽃샘추위가 잠깐 찾아오지만, 이 곳에서 5월의 함박눈을 보고 우메오의 겨울은 더 질투가 심한 시샘 쟁이 같았어요.


언제 봄이 올까.. 사실 기대를 접고 그렇게 다시 계절의 변화에 다시 무뎌지던 와중에 문득 자전거를 타고 가다 길가의 나뭇가지와 땅을 쳐다보았던 어제, 저는 봄의 도래에 대한 '기대'가 아닌 '확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겨우내 황량했던 나뭇가지와 땅 끝에서 노오랗고 초록의 싱그러운 생명들이 조금씩 삶을 틔우고 있음을 발견했거든요. 숨어 있던 꽃봉오리가 마침내 터지며 나무에게 봄 옷을 입힐 준비, 얼었던 땅은 푸른 잔디로 뒤덮여 우리에게 자신을 내어줄 준비 그리고 닿지 못해 쓸쓸했던 나무들은 싱그러운 잎으로 손에 손잡고 캠퍼스를 푸르게 감쌀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봄에 대한 우리의 오랜 기다림과 바람만으로는 봄을 부를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정말 봄이 거의 다 왔구나 싶어요. 우리의 부름보다 자연의 부름에 따라 반응하는 작은 생명체들이 이 곳 우메오에도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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