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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May 24. 2017

스웨덴의 민주주의 역사를 여행하다

[대화, 타협, 합의의 역사인 스웨덴의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해 정치를 행하는 제도이다. 윈스터 처칠은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가 이때까지 추구해 온 모든 시스템을 제외하면 민주주의는 최악의 시스템이다(It has been the worst system except all the others we have been tried)"는 명언을 남겼다. 최악의 시스템이라니, 웬 말인가? 하지만 이의 진정한 의미는 민주주의 자체가 완벽하진 않더라도, 역설적으로 우리가 지금껏 시도해 온 시스템 중에서는 가장 나은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정치는 절대 왕권과 귀족들의 특권에 의한, 특권을 위한 정치에서 다수의 민중을 위한 정치로 발달해왔다. 소수에서 다수를 위한 정치로 발전해 온 역사를 볼 때 나 역시도 민주주의가 완벽한 제도는 아닐지라도 우리가 영위해 온 제도 중 가장 나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여러 형태의 민주주의를 큰 두 가지 뿌리로 나눈다면 영국의 입헌군주제와 미국의 공화정으로 나눌 수 있다. 스웨덴은 영국의 입헌군주제와 맥락을 같이하는데, 스웨덴 민주주의 역사의 가장 특이점은 시민혁명 없이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유일한 나라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스웨덴은 유일하게 헌정중단 없이 민주주의가 발전되어 왔고 지속적으로 평화적(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제도를 개혁하며 성장해왔다. 1809년 신헌법 제정을 시작으로, 1845년 장원 제도의 폐지, 1862년 행정 개혁을 통한 지방의회 선거와 행정자치의 심화, 1866년 양원제 도입, 1887 정당제도 구축, 1907년 선거 제도 개혁(비례대표제 및 남성 보통선거제 도입), 1918년 완전 보통선거제 도입, 1936-39/ 1951- 57 좌우 연정을 통한 정치안정(노사, 복지, 연금개혁) 등이 주된 개혁이다. 그렇다면 이런 개혁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스웨덴 의회 개회식에는 왕가가 참석한다(중앙 좌석)


스웨덴의 민주주의가 시민 혁명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위(계몽군주)로부터의 개혁'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시민혁명에 의해 민주주의를 쟁취한 것과 달리 스웨덴은 계몽 군주에 의해 개혁이 이루어졌다(이는 영국과 미국도 마찬가지다). 또한 스웨덴 정부는 지속적으로 민주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국가 개발을 주도해왔다. 지속적으로 경제를 발전시켰고, 강한 국방력을 유지하고자 노력했으며, 사회의 안전 및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당들은 '자유와 평등 및 소유와 분배'를 위한 정책을 중심으로 일해 왔다. 또한 활발한 의회의 토론 문화 및 협의/합의적 전통 아래 최대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정치를 가능케하고자 노력했으며, 특권 정치 및 부패 청산을 위한 개혁이 '위'로부터 주도되었다. 귀족이 아니더라도 고위공무원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그 예이다. 또한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시민운동에 가담하였으며, 노동자들은 적극적으로 사용자와 타협에 임해 노동자와 시장 모두를 위한 개혁을 이끌어냈다. 이 외에도 스웨덴은 교육제도의 개혁을 통해 사회 유동성을 향상시켰고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사회의 공감대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회적 협치 모델을 발달시켜왔다.


대화와 타협 / 출처:Inspire Bangkok

사회 구성원은 각자 다 다른 배경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살아가기에 정치가 모든 사람을 완벽히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을지라도 조금씩의 양보를 이끌어내서 모두가 '동의'할 만한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사회분열을 예방하는 길임은 분명하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순간 사회는 분열되기 시작하고, 사회 갈등은 심각해진다. 스웨덴 역시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고, 차별이 심했던 계급사회를 겪어오는 동안 이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뼈 아픈 순간들을 잊지 않고 그 당시 정치인들이 '대화, 협의, 타협' 문화를 통해 스웨덴은 '자유/평등 그리고 소유/분배' 등 대립적인 가치들을 아우르는, 즉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는 제도를 발달시킨 덕분에 스웨덴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발달시켰고, 높은 사회 통합 지수를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날 조건을 선택할 수는 없어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스웨덴 정치는 모든 사람이 개인의 최고 층위 욕구인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기 위해서는 사회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사회가 튼튼한 안전망을 통해 실패의 두려움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신을 사회 곳곳에 녹여내어 왔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고, 개인의 삶의 자유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회 스웨덴. 개인의 자유 및 자아실현이 진정으로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스웨덴 사회는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유토피아는 없을 것이다. 스웨덴의 민주주의도 사회가 급변함에 따라 다양한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수많은 난민들이 급격히 스웨덴 사회로 유입함에 따라 다양한 문화적 갈등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웨덴 사회가 지켜온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스웨덴 사회에 부적응한 난민들 때문에 스웨덴 시민들의 극우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정치적 대립도 심화되고 있다. 스웨덴만큼 빨리 극우화되는 곳도 없다고 한다. 사실 스웨덴은 1970년 대부터 노동 이민 및 정치 난민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미 스웨덴 인구의 20% 이상이 이민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저성장 시대에 수많은 난민들의 유입으로 인해 난민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또한 말뫼나 예테보리 등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스웨덴 사회의 안전과 질서가 심하게 파괴되어 국가 공권력조차도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웨덴 사회에도 조금씩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글로벌 시대에 시민의 개인주의의 가속화는 개인의 정치 참여도와, 준법의식, 포용 정신 등의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와 정당이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스웨덴 정치의 정치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늘날 스웨덴 민주주의는 도전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온 나라 스웨덴. 1766년 세계 최초의 출판 자유법을 만들고, 1789년 세계 최초로 대법원을 세웠으며, 오늘날 가장 민주주의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곳. 마냥 이상적인 국가로만 보였던 스웨덴 역시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갈등과 사회 분열 속에서 대화와 타협을 모색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타협과 대화를 이끌어 내었던 훌륭한 지도자들과 이 타협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시민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대화의 자리에 나갔을지 몰라도 조금의 양보를 통해 서로에게 득이 되는 타협안을 이끌어내 왔고, 이 것이 스웨덴 사회의 통합과 안정성을 일궈냈다고 생각한다. 이 곳 역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다양한 갈등을 안고 있지만 스웨덴이 거쳐온 역사적 발전 속에서 이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실마리를 얻을 것이다. 얻기를 바라고.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고,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니까.


스웨덴에서 만난 스칸디나비아 전문가 최연혁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의 촛불 혁명이 굉장히 비폭력적/평화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고 전망하셨다. 관건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 강력한 국방, 사회 질서 그리고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지속적 제도 개혁을 이루어내고, 좋은 엘리트들을 공급하여 포용적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일궈낸 변화의 신호탄이 오른 후 변화의 물결이 치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개인적으로 좋은 국가란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각자가 원하는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라 생각하는데, 그동안 수많은 경쟁에 치여 강요된 자발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이었다. 하지만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깨닫고 새로운 변화를 우리 손으로 쟁취해낸 만큼, 우리도 곧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세미나 이후 함께 참석한 친구들과 최연혁 교수님, 스톡홀름대 가브리엘 교수님과 함께



스웨덴에서 공부하고 살면서 어떤 것들이 가장 흥미롭고 제 가슴속에 많이 와 닿았는지 고민을 해보았다/

'피카, 겨울, 지속가능성, 자전거, 커피, 교육, 평등, 복지, 정치, 자연'  등 정말 많고 많은 스웨덴과 관련한 키워드들이 떠올랐지만 그중에 한국사회에서 나누고 싶은 6가지를 SWEDEN 알파벳을 가지고 뽑아보았다.

1. Sustainability(지속 가능성), 2. Welfare(복지), 3. Equality(평등), 4. Diversity(다양성), 5. Education(교육), 6.Networking(스웨덴 사람) 


이 브런치북에서는 스웨덴 사회에서 중요하거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치이면서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볼 문제, 그 6 가지에 대해서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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