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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희 Jun 05. 2017

스웨덴에서 열린 비공식 비정상회담: 동거에 관하여

스웨덴, 독일, 우크라이나, 그리고 한국 청년들이 바라본 동거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해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세계 정상 회담이 있다면,  한국에는 국제 청년들의 평화와 행복한 미래를 위해 각국 세계 청년들이 뭉친 비정상회담이 있다. 한국에서 비정상들이 국제 청년들의 행복을 논하는 동안, 2017년 6월 1일 스웨덴 비공식 비정상회담 지부에서는 국제 청년들의 행복을 논하기 위해 대한민국, 스웨덴, 독일, 우크라이나 대표들이 모여 4자 회담을 진행했다. 제1차 4자 회담 주제는 '동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아직까지 우리에게 껄끄러운, 하지만 결코 껄끄러워해서는 안 될 주제. 여전히 부모님과 자녀 사이에서는 금기시되는(Taboo) 주제, 동거에 관해 각 국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 비정상 소개(가나다 순)

1. 대한민국 대표(도희): 스웨덴 유학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스웨덴을 감싸는 '평등, 복지, 행복' 수식어에 이끌려 스웨덴 유학을 결심했다. 스웨덴 사회에서 추구하는 가치들에 대해 탐구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즐긴다. 브라질 출신의 남자 친구가 있으며, 장거리 연애 1.5년 차이다. 동거든 결혼이든 소중한 자신의 파트너를 만나 함께 삶을 꾸리고 서로 이해해나가는 일은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 독일 대표(아네트, 도미닉): 독일 뮌헨 근교 출신의 아네트와 도미닉은 7년 차 장수 커플이다. 16살에 만나 고등학교, 대학시절을 함께 보냈으며 스웨덴 우메오에서 함께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아네트는 베트남, 에콰도르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고, 도미닉은 볼리비아에서 태어나 독일로 다시 이주했다. 현재 우메오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함께 동거 중이며, 독일에서도 함께 산 경험이 있다.


3. 스웨덴 대표(이다, 미카): 스웨덴 외스트렌순드 출신의 이다와 미카는 6년 차 장수 커플이다. 약 2년 전 약혼을 했고, 현재 3개월 차의 사랑스러운 딸 마이깐과 함께 우메오에 살고 있다. 중학교 친구였던 둘은 고등학생이 될 무렵 사귀기 시작했는데, 마침 그 무렵, 이다가 이사를 가게 되자 미카가 가족을 떠나 이다가 있는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이다의 부모님 댁의 지하 1층에서 함께 고등학교 때부터 동거를 시작했으며, 같은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대학 시절 내내 함께 살았다.이다는 타이완, 미카는 한국에서 교환 학생을 지낸 적이 있다.


4. 우크라이나 대표(타니아): 우크라이나 출신의 타니아는 스웨덴 남자 친구를 둔 '삼보(Sambo- 스웨덴어로 동거인)'이다. 약 3.5년 전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왔을 때 스웨덴 남자 친구를 만났으며, 2년 여의 장거리 연애를 끝내고 스웨덴에 삼보 비자를 받고 정착했다. 스웨덴 우메오에서  남자 친구와 함께 살고 있으며 우메오 대학에서 석사를 진행 중이다.



"무사히 1년이 끝났어!! 홀가분하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 집에서 파티하지 않을래?, 학기 중에 다들 바빠서 우리 집에도 못 와 봤잖아. 작지만 되게 예쁜 마을이야. 너네를 초대하고 싶어!" 학기가 끝날 무렵 아네트가 함께 수업을 듣는 우리들 그녀와 그녀의 남자 친구 도미닉이 함께 사는 집으로 초대했다.


5월 31일 Term-paper(학기 말 과제로 제출하는 리포트) 세미나를 마지막으로 나의 석사 1년이 끝났고, 3개월의 여름방학 동안 못 볼 우리들은 잠시 '안녕' 인사를 하기 위해 아네트와 도미닉의 집에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우메오에서 30~40분 떨어져 도착한 아네트와 도미닉의 집은 굉장히 아늑하고 아기자기했다. 노오란 색의 2층 집 앞에는 푸른 우메오 강이 고요히 흐르고 있었고, 마당에는 아기자기한 텃밭과 푸른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흰색으로 깔끔하게 칠해진 벽과, 따뜻한 갈색 톤의 나무 바닥 그리고 파스텔 톤의 앤티크 한 옷장. 푸른 우메오 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시원하게 탁 트인 통유리와 그 옆에 자리 잡은 식사 테이블. "와, 아네트! 집 너무 예쁘다!"를 연발하며 집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저녁을 준비했다. 테이블에는 파스타 샐러드, 마늘빵, 오븐에 구운 소시지, 구운 야채, 감자 샐러드 그리고 와인이 놓였고, 각자의 이야기 꽃이 피어올랐다. 그중 단연 화제가 된 주제는 '동거'. 나를 제외하고 친구들 모두가 남자 친구와 동거를 하는 중이었고, 혼전동거는 금기시된 유교 문화의 보수적인 사회에서 자라온 나에게는 혼전동거에 관한 친구들의 의견이 너무나 궁금했다.

반 친구들과 미카(남)


Chapter 1. 동거

도희: 나 빼고, 다들 남자 친구랑 같이 사는구나. 우리나라에서 혼전 동거는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어. 대학가에 가면 사실 간혹 남자/여자 친구들이 부모님 몰래 같이 사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사회적으로 대놓고 '동거'한다고는 말을 못 하지. 사실, 나는 내년에 졸업하고 나면 남자 친구랑 같이 살 계획도 하고 있는데, 우리 어머님은 어떻게 그런 결정을 쉽게 하냐고 화도 내시고, 걱정도 하시더라고. 친척분들도 같이 살게 되면 '약혼'이라는 형태로 관계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게 좋지 않느냐고 조언도 하시구. 너희의 경우는 어때?


이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동거를 시작했어. 미카가 나와 함께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이사를 오게 되면서야. 그때는 부모님 댁 지하에 방 하나를 얻어서 우리 공간을 꾸렸어. 출입문이 따로 나 있었기 때문에 우리 사생활도 존중받으면서도 부모님으 보호 아래서 산 경우지. 우리는 같은 대학에 진학하고도 같이 살았어. 스웨덴에서는 18세(우리나라 19세 또는 20세)가 되면 자연스레 대부분의 학생들이 독립을 시작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파트너가 있을 경우 함께 살아. 경제적으로 집 값을 나눠내기 때문에 아낄 수 있기도 하지만, 사실 그 보다도 함께 살면서 서로를 더 알아가고, 이해해나가는 형태로 동거를 생각하는 거지. 단순히 데이트하는 거랑 함께 살면서 겪는 문제는 다르잖아. 우리 부모님도 결혼은 안 했지만 여전히 함께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계시지.


미카: 맞아. 그리고 우리는 2년 전 약혼을 했어. 우리 집이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라 부모님은 결혼은 아니더라도 '약혼'을 하시길 원했어. 그래서 나와 이다는 약혼을 했고, 내가 눈문을 쓰기 위해 우메오로 오면서 삶의 터전도 함께 옮겼지. 그리고 마이깐이 생겼어. 우리에겐 아이가 있지만 우리는 결혼은 하지 않았어. 스웨덴에서는 '동거' 문화가 잘 자리 잡혀있기도 하고, 동거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도 혼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와 똑같은 정부의 혜택을 받아. 결혼의 장점은 부부가 세제 혜택을 좀 더 본다는 것 말고는 크게 동거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도희: 그렇구나. 아직은 동거나 비혼이 한국에서는 굉장히 급진적인 생각이야. 이에 대해 부모님과 논의도 하지 못하지만 설령 하더라도 큰 갈등이 발생하지. 자신의 파트너와 사귀다가 결혼을 결정하는 경우 '상견례'라는 자리를 통해 서로의 가족이 만나 인사를 나누고 결혼을 진행하지. 파트너를 결혼 전 부모님에게 몇 번 소개하여주기도 하지만 많은 커플들이 이를 부담스러워해. '결혼할 사이도 아닌데.. 헤어지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에 대해 다른 스웨덴 친구랑도 얘기하는데 그 친구가 이러더라. '파트너를 부모님께 소개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그런데 프러포즈를 받고 상견례를 하고, 결혼을 하는 거야? 그러면 너의 가족이 네 파트너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 시간이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결혼을 허락하는 거야? 결혼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파트너와 나의 가족이 만나는 경우는 스웨덴에서는 흔해. 크리스마스, 미드 섬머, 생일과 같이 특별한 날 만나기도 하고, 가족 식사에 초대하는 경우도 흔해. 이런 만남을 통해서 나의 가족과 내 파트너가 잘 어울리는지도 보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거지.'라고.


아네트: 맞아. 독일에서도 동거하는 경우는 많아. 나랑 도미닉은 독일에서도 같이 살았어. 내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도미닉네서 한 동안 같이 지낸 적도 있고. 독일도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경우도 많아. 동거 커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은 크지 않아. 개인적으로 나는 도미닉과 사귄 지 7년이나 되었지만 오래 사귄 데다 이제 곧 졸업하니 결혼을 해야 하나?라는 부담감은 든 적이 없어. 아직 사실 결혼에 대한 확신도 들지는 않지만 좋으니까 함께 사는 거지.


도희: 부모님 댁에서도 남자 친구 방에서 한 동안 지내기도 했다구? 부모님 신경은 안 쓰여? 그분들도 뭐라 안 하시고? 나는 남자 친구랑 첫 해외여행을 간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을 때 방은 어떻게 쓸 건지 물으시더라구. 당연히 같이 지낸다고 솔직히 말씀드렸는데, 많이 놀라신 눈치였어. 엄마의 바람과 다른 답변이었던 거지. 한국에서는 사실 결혼 전에 딸이 남자 친구와 '한 방'을 쓰는 것이 여전히 불편한 문제거든.


아네트:  그렇구나. 나와 도미닉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어렸을 때 만나서 쭉 함께 했기 때문에 도미닉 부모님도 나를 잘 아시기도 하고, 가족들끼리도 서로 잘 알아. 사실, 도미닉과 함께 볼리비아 갔을 때 도미닉네 삼촌 댁에 머물렀는데 그때는 함께 못 지낼 뻔했어. 도미닉 가족 모두 독일 출신이지만 볼리비아로 이주가신지가 오래되었는데, 볼리비아에서 동거가 흔치 않기도 하고 도미닉 삼촌이 꽤나 보수적인 분이었어. 나와 도미닉이 함께 방을 쓰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셨는데, 독일에서도 오랫동안 나랑 도미닉이 함께 산 걸 아시기 때문에 결국 한 방을 쓰는 것을 허락하셨지.


도희: 스웨덴이나 독일이나 동거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용적인 것 같아. 특히 스웨덴의 경우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성인이 되면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혼자 사는 것이 흔하고, 경제적으로도 독립하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의 삶의 결정에 대해 간섭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일단 성인이 돼도 대학을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는 이상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경우는 없어. 경제적으로도 대학을 가게 되면 등록금, 생활비, 용돈 때문에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더 의존하게 되는 구조인 것 같아.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못 벗어나니 부모님의 뜻과는 반대되는 내 의견만 내세우기도 그렇고. 또 개인적으로 동거를 하게 되면 사실 부모님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자녀들의 원치 않는 임신이라 생각하는데, '성'에 대해서도 부모님과는 거의 얘기를 나누지 않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주제들은 부모와 자녀들에게 정말 껄끄러운 주제야. 우크라이나는 어때, 타니아? 부모님이 어린 나이에 남자 친구랑 동거하는 것을 쉽게 허락하셨어?


타니아: 우리 부모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스웨덴에서 남자 친구와 함께 동거를 하는 것을 크게 반대하지는 않으셨어. 부모님 세대나 우리 세대나 동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다 생각해. 다만 우리 할머니께서는 나와 남자 친구가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지. 함께 사는 것의 의미 자체가 할머니 세대에서는 결혼을 전제로 한다는 거니까. 나는 남자 친구 때문에 스웨덴에 온 경우인데, 사실 낯선 이 곳에 적응하는데 남자 친구와의 동거가 큰 도움이 됐어. 심적으로도 더 안전하다고 느끼고, 생활의 안정감도 있고, 모르는 거는 남자 친구한테 물어보고 힘든 경우에는 도움을 받기도 하고. 혼자였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야.


도희: 맞아, 공감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낯선 환경, 언어 및 문화 차이로 인한 여러 장벽들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심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것 같아. 혼자 하는 게 두려울 때 내가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항상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로와 힘이 되는 것 같아. 난 아직 함께 남자 친구와 산 적은 없지만 작년 브라질에 처음 갔을 때 정말 초반에 많이 긴장했거든. 그때 내 곁에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쉽게 적응하고, 그 환경에 익숙해지더라구. 각자 나라에서 동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진 않구나. 각 나라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성인이 되면 부모님이 성인으로서 자녀를 인정해주는 게 다른 것 같아.


이다: 맞아. 특히 스웨덴은 18세가 되면 대학 학비도 무료에 국가로부터 장기 대출을 받아 생활비와 렌트비를 해결해. 이 돈은 내가 취업하고 나서 조금씩 갚아나가면 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부모님께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하는 게 가능해. 나 같은 경우에는 대학 교육을 끝내기 전에 아이가 생겼지만, 어린 나이에 아이가 생겨도 국가가 지원하는 의료 서비스나 양육 시스템 덕분에 거의 돈이 들지 않아. 임신 중 받는 기본적인 초음파 검사나, 육아 교육은 국가에서 다 지원해주고, 출산을 하고 나서도 아기의 건강검진이나 예방 접종도 지원이 되거든. 그래서 내가 마이깐을 낳는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어. 또 생명은 소중한 거니까. 나는 결혼은 안 했지만 내게 가족이 생건 것에 너무 감사하고, 매일매일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해. 학교를 다닐 때는 빨리 금요일이 왔으면 하고 바랐는데, 지금은 매일매일이 특별해.




우리는 한 참 동안 동거와, 삶, 결혼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엄두도 못 낼 20대 초 중반에 부모가 된 스웨덴 친구 커플과, 7년 차 연애 독일 친구 커플 그리고 20대 초반에 낯선 스웨덴이라는 곳에서 조국 우크라이나를 떠나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타니아까지. 평생의 사랑을 약속하고 자녀에 대한 양육을 함께 평생 책임지는 전통적인 결혼제도 익숙한 나로서는 이 친구들의 삶이 굉장히 낯설면서도 스스로의 삶에 주도권을 가지고 결정해나가는 친구들이 한 편으로는 부러웠다. 또한 문화 뿐만 아니라 사회 보장제도에 따라 개인이 스스로에 대한 삶을 책임지고 인생을 계획해 나가는 모습이 다른 점과 독립 후에도 오히려 파트너를 가족에게 소개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삶의 중요한 부분을 가족과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사생활을 지키면서도 사생활을 감추지 않는 모습. 개인주의의 서구보다 (가족)공동체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가족간의 불통이 심한 건 아닐지. 동거에 대해 여전히 닫힌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세대 간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성인으로서 각자의 삶을 선택할 자유와, 존중받고 그에 책임 질 의무가 있다. 동거도 삶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또한, 부모가 자녀를 품 안에 영원히 안고 있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떠날 때가 되면 각자의 길을 가는데 지지와 응원을 보내줄 때 오히려 부모도 행복하고 자녀도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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