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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n 19. 2017

과거는 현재 진행형, 스웨덴 룬드

[스웨덴 단편 여행기] 과거 속에서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사람들



빨간 핀이 룬드(LUND)

스웨덴의 룬드(LUND)는 남북으로 긴 스웨덴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스코네 지방에 위치해있다. 우리나라에는  1666년 설립되어 세계랭킹 60위 권을 자랑하며 오랫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인재들을 유치하고 있는 룬드대학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스코네 지방에서 말뫼, 헬싱보리와 함께 주요 도시로 손꼽히며 스코네 지방 내에서도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룬드 시내에 위치한 룬드 교회는 중세 시대에 지어져 수백 년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가장 오래된 부분은 1085년에 지어졌다), 스웨덴의 여러 교회 중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 년에 700,000명 정도가 이 곳을 방문하며, 매주 열리는 예배에도 많은 룬드 시민들이 참석한다. 오늘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예배가 진행되었는데, 교회 안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도시라는 것은 오기 전에도 익히 들어왔지만 도시 전체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지 상상도 못 하였다. 내가 살던 스웨덴 북부 우메오는 1965년 우메오 대학이 지어지면서 고속으로 도시가 확장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내가 보아온 건물들은 대부분 현대적이다. 하지만, 룬드는 도시 곳곳이 아닌 도시 전체에서 짧게는 200년 길게는 천 년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단순히 건물들만이 그때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자신만의 현재를 그려나가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룬드 교회


천여 년의 역사를 지닌 교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를 담고 있었고, 1600년대에 지어진 대학은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지식의 보고로 자리 잡아왔으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새로운 지적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1800년 대에 지어진 식물원(Botanic Garden)에서는 수 백 년의 역사를 거친 나무 아래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오늘의 역사를 그려나가고 있었으며, 1800년대 지어진 집은 온전히 그 모습을 간직한 채 수백 년째 새로운 가족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 되어주었고, 룬드의 가장 오래된 잡화점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룬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과거의 것들로 현대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분명 불편한 점도 많을 테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수 백여 년의 도시의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해온 덕분에 룬드는 룬드만의 색깔을 지켜오고 있었다. 오래된 모습을 온전히 보전하고 룬드에서 나는 과거가 과거 시제가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남을 수 있음을 보았다. 



룬드 대학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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