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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l 09. 2017

스웨덴마크를 품은 한 달 여행기(Prologue)

스웨덴, 덴마크 그리고 한국 이 세 접점을 잇기 위한 역할에 대한 고민

    스웨덴과 한국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다,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쓰고자 노력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스웨덴과 덴마크로 여행을 가는 바람에 글 한 편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온전히 내가 몸 담고 있던 그 도시와 공간을 느끼고 함께 여행하던 사람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것이 중요했기에 밤늦게라도 컴퓨터를 켜는 게 쉽지 만은 않았다. 여행하는 동안 지쳤던 내 몸을 다스리기도 바빴기에..

    그렇게 5월 말 학기가 끝나자마자 이사를 했고, 한 학기를 마치고 스웨덴을 떠나는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6월 초 지난 1년 동안의 내 삶의 터전이었던 우메오를 떠났다. 가장 행복한 나라의 비밀이 궁금해 떠난 이웃나라 덴마크 코펜하겐을 시작으로 나의 제2의 고향인 스웨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숨겨진 매력을 찾기 위해 스웨덴의 크고 작은 도시와 섬을 돌아다녔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북쪽 룰레오 근처의 트리 호텔, 스웨덴의 제주도 고틀란드, 남쪽 스코네 지방, 내륙 지방 스몰란드를 거쳐 스톡홀름에 이르기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달 동안의 여행기를 차근차근 나의 브런치에 담아보고자 한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 있기를 바라며.





여행의 목적(Why)


1. 스웨덴만의 유전자를 찾아서

<이케아 뮤지엄, 트리 호텔, 말뫼 친환경도시 프로젝트 지구(왼쪽부터)>    

    한 달여 동안의 스웨덴과 덴마크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지난 1 년동안 내 마음속에서 자라나던 나의 학업과 꿈과 연관된 세 가지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첫째, 석사 1년 차 생활을 마무리할 때쯤 지난 1년 동안 스웨덴에서 관광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스웨덴의 관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자문해보았다. 대답은 부끄럽게도 아니오였다. 사실 석사 생활 1년 내내 학부 때 내가 배운 지식들과 스웨덴에서 배운 관광에 대한 지식이 많이 달라 학업적으로 많은 방황을 했다. 학부 생활 내내 공부했던 관광학은 대부분 '관광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에 관한 것들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여행을 할 때마다 어떻게 한 나라나 도시가 관광 산업을 통해 돈을 벌거나 도시를 파는지(도시마케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나의 석사 프로그램은 도시마케팅이나 관광 산업의 결과적 측면인 부가 가치 창출 효과보다 '이동 또는 이주'와 같은 관광 그 행동의 기본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통한 Rural Area(시골 지역) 발전에 더 집중되어있었다. 스웨덴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아직 개발이 덜 된 시골 지역이 많은 스웨덴의 지리적 특성 자체가 학문에 오롯이 녹아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수십 년간 도시에서 자라났고, 여행을 갈 때도 도시 위주로 여행한 나로서는 '도시 VS 시골', '소비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VS (산업 구조 및 자연을 생각하는) 관광 산업의 지속가능성'으로 정리되는 상반되는 두 개념의 충돌에서 자유롭기 어려웠다. 즉 스웨덴에서 공부를 할 때도 여전히 내가 기존에 가졌던 시각으로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려 하다 보니 다름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닫힌 마음과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직접 부딪혀봐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스웨덴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과 국토의 대부분이 숲이거나 원거리 지역인 스웨덴에서 관광업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더욱이 1년 내내 우메오에서 지내느라 스웨덴의 다른 지역들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나였기에 스웨덴 내에서의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은 내가 스웨덴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2. 한국과 스웨덴을 잇는 다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할에 대한 고민

    2년 전 스웨덴으로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복지, 환경,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스웨덴 사회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디어나 책을 통해 익히 들어온 스웨덴 사회는 내게 너무나도 이상적이었기에 스웨덴 사회에 대한 환상도 컸지만, 이 세상에 유토피아는 없기에 직접 스웨덴에 가서 공부하고 살면서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내가 배운 것들을 나누고 싶었다. 지난 1년 동안 우메오에 살면서 몇몇의 스웨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이나마 스웨덴 사회에 대해 배울 수 있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북부 우메오는 스웨덴 인구의 대부분이 사는 남부와 생활환경이 많이 달랐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스웨덴의 다른 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다. 

결국 코판의 일원으로 여행 중 김치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코펜하겐)


    한편, 스웨덴에서 한국인으로서 살면서 스웨덴과 한국을 잇는 다리로서 또 하나의 역할을 해내고 싶었다. 그 역할은 스웨덴 사회에 우리나라를 더욱 적극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러 나라의 역사, 정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은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 대해 흥미를 가진 외국 친구들을 찾기도 어려웠고, 조금의 흥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 친구들이 없었다. 더욱이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는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가까운 나라 거대한 두 강대국 중국과 일본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두 국가가 부럽기도 하고, 한국인으로서 아쉽기도/안타깝기도 했다. 이 때문에 스웨덴을 한국 사회에 제대로 알리는 것, 그리고 한국을 스웨덴 사회에 제대로 소개하는 것 이 두 가지 역할을 해내기 위해 나는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스웨덴 사람들, 특히 한국에 관심이 많은 스웨덴 사람들을 만나 두 국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이 외에도 덴마크로 여행을 간 이유는 덴마크에서 이미 내가 꿈꾸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한국인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호떡을 팔며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음식을 통해 행복을 전달하며 반대로 방송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덴마크 사회의 다양한 소식들을 한국에 전하는 김희욱 님의 'Kopan' 팀을 만나고 앞으로 내가 스웨덴에서 하고자 하는 역할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었다.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기사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바라 온 김희욱 님은 나와 비슷한 꿈과 목표를 가지고 북유럽 이웃나라 덴마크에서 7년간 한국과 덴마크 사이에서 충실히 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덴마크 호떡 청년 '김희욱' 님 기사: 맛있는 씨앗 호떡으로 한국 음식과 정 배달합니다.



어떻게 여행을 할 것인가(How)?

    스웨덴만이 지닌 유전자를 찾고, 스웨덴과 한국을 잇는 다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어디를 가고, 어떤 사람을 만날지가 중요했다. 우선 첫 번째 목표였던 스웨덴만의 유전자(Gene)를 찾기 위해 스웨덴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먼저 떠올려보았고 스웨덴을 대표하는 큰 도시들도 방문해보기로 했다. 스웨덴을 감싸는 주된 키워드는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을 생각하면 떠올리는 것들과 스웨덴이 다른 사회와 달리 선두주자로 뽑히는 가치들을 고려해 '이케아, 자연, 혁신, 지속가능성'으로 정리하였고 이를 중심으로 방문해볼 만한 관광지/관광 물을 뽑았으며, 주요 3대 도시인 스톡홀름, 말뫼, 예테보리는 꼭 방문하기로 했다.

한국에 관심많은 덴마크 친구들이 많은 그룹에 올린 글

  한편, 두 번째 목표였던 스웨덴 사회에 한국을, 반대로 한국에 스웨덴 사회를 잘 알리기 위해서는 각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떤 점을 궁금해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한국인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 사회에서 어떤 것들을 궁금해하는지는 다양한 국내 미디어 및 책을 통해 접해왔지만 스웨덴 사람들이 어떤 점을 궁금해하는지는 제대로 몰랐다. 이 때문에 나는 한국에 관심이 많은 스웨덴 사람 및 외국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싶었고, 이를 위해 여행자와 지역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커뮤니티 카우치서핑과, 페이스북에서 '한국-덴마크/스웨덴'과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지역별로 나를 호스트 해 줄 사람을 찾았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고, 더군다나 거짓 정보가 판치는 온라인에서 호스트를 찾는 낯선 여행자에게 선뜻 자신의 집을 내준다는 것이 쉽지는 않기에 최대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실되게 소개하고, 내가 왜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그리고 내 이번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지 상세히 소개했다. 역시나 호스트를 찾는 것을 한 달 반 정도부터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3주 정도 남았을 때까지 사실 선뜻 나를 초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마음을 열고 낯선 인연에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코펜하겐에서 나에게 선뜻 자신의 보금자리를 내 준 키라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여행 내내 페이스북과 카우치서핑을 통해 나는 대부분의 여행지에서 스웨덴, 덴마크 사람을 포함하여 여러 곳곳에서 이 두 사회에 녹아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의 코펜하겐 호스트, 비올라를 연주하는 Zane와 함께

6월 5일 스웨덴의 트리 호텔이 있는 북부 룰레오(Luleå)를 시작으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코펜하겐(Copenhagen)과 헬싱괴르(Helsingor), 스웨덴을 대표하는 브랜드 이케아가 태어난 앨름훌트(Älmhult), 중세시대를 오롯이 간직한 스웨덴의 아름다운 섬 고틀란드(Gotland), 남쪽 스코네 지방인 다문화 도시 말뫼(Malmö), 오랜 대학 도시 룬드(Lund), 헬싱보리(Helsingborg), 스웨덴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예테보리(Göteborg)를 거쳐 수도 스톡홀름(Stockholm)을 끝으로 한 달 동안의 여행을 마쳤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달 동안 스웨덴, 덴마크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 두 나라를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복지, 교육, 문화, 정치에 관한 다양한 담론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외국인으로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과 그와 관련된 고민과 함께 어려움들도 함께 나눴으며,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나를 규정짓는 것을 넘어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나눔으로써 인간으로서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는 함께 연대할 수 있음을 느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떠나 나의 고향 한국에 온 지금 아직도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사람들과의 시간의 잔상과 제 각기 다른 모습을 지닌 여행지의 냄새와 색깔이 잔잔히 마음속에 남아있다. 이 것들이 완전히 잊혀지기 전 여독이 조금씩 풀려가는 오늘부터 지난 한 달간 내가 보고 느낀 것들 그리고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웨덴과 한국 두 사회를 연결하고,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이 글을 통해 누군가가 다른 세계와 자신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길 바라는 작은 소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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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제가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지속가능성, 혁신, 이케아, 자연'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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