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되었다.
나의 스웨덴마크 한 달 여행은 6월 초 덴마크 코펜하겐을 시작으로 스웨덴으로 들어와 끝을 맺는 여정이었지만 나는 여행 중 급하게 일정을 바꿔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한 번 더 향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코펜하겐 김치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6월 초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 만난 호떡을 팔며 행복을 전하는 김희욱 님을 만나 이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덴마크에서 김치페스티벌이라니?' 나 역시도 굉장히 생소한 이벤트였지만 여행 일정을 바꿔서라도 꼭 참여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음식을 함께 요리하고 나눠먹는 것이야 말로 문화를 교류하고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가장 즐겁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에 한식을 즐기는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면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어떤 점들에 매력을 느끼고 더 알고 싶어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본 후 이를 스웨덴에는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영감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 중반 다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향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3 ~ 4년째 6월마다 3일간 '코펜하겐 김치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이 행사는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인 입양아 단체가 주최하는데 주덴마크 한국대사관, 재외동포재단, 덴마크 내 한식당, 그리고 한국의 김치, 화장품, 제약과 관련된 여러 기업이 스폰서십을 제공해오고 있다. 여러 부스에서 김치를 맛보거나 만들어보는 행사도 열렸고, 불고기, 떡볶이와 같은 한식을 또는 한복, 화장품 등을 체험할 수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일들 중 나는 덴마크에서 호떡을 팔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Kopan팀의 일원으로 3일 동안 김치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었다. Kopan은 덴마크에서 호떡을 팔며 문화와 행복을 전하는 김희욱 님이 세운 한식당인데, 자전거 호떡 노점에서 시작하여 트레일러로 발전하여 현재는 공간까지 가지게 되었다. 나는 2015년 스웨덴으로의 유학을 준비하면서 북유럽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찾다 김희욱 님을 알게 되었다. 2년 전 나 역시 북유럽 사회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스웨덴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김희욱 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 인연이 되었는데, 마침 내가 스웨덴과 한국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이미 이웃나라 덴마크와 한국을 잇는 다리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분을 만나 영감을 얻고 싶어 코펜하겐으로 간 것이 김치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김희욱 님 관련 기사(호떡 장사 계기):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0304011020
<계산을 하고, 메뉴를 설명하며 이벤트를 홍보했다. ⓒ 출처 KBS 사람과 사람들, Kopan 제공>
김치페스티벌은 코펜하겐 북부 Norreport에 위치한 유기농 푸드마켓 Tovehallerne(토브할레네) 광장에서 열렸다. Kopan의 푸드 트레일러는 이 곳 광장에 자리 잡고 있었고, 나는 3일 동안 주로 커뮤니케이션과 이벤트 홍보를 담당하였으며 그 외 짐 나르기, 뒷정리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도와드렸다. 커뮤니케이션이라 함은 푸드 트레일러 안에서 손님들께 메뉴에 대해 설명하고, 계산을 도와드리는 일이었고, 이벤트 홍보는 Kopan에서 손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Kopan 오픈 이벤트에 대해 설명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김희욱 대표님께서 다양한 역할 중 하고 싶은 역할이 뭔지 물어보시기에 곰곰이 생각하다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싶었다고 말씀드렸는데, 감사히도 그 역할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손님들이 호떡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신기해하는 점, 여러 메뉴 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 그리고 다른 한국 음식들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등 덴마크 사람들의 음식에 관한 취향도 엿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덴마크 사람들이 어떻게 한국 문화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떤 점들을 인상 깊다 생각하는지에 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사실, 스웨덴에서는 호떡, 비빔밥 그리고 김밥을 만들었을 때에는 미리 다 요리를 해놓은 상태에서 친구들에게 맛을 보여줬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궁금증들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Kopan에서는 호떡 반죽을 뭉쳐 철판에 반죽을 굽고, 그 속에 소를 채워 넣는 동안 손님들이 음식에 관한 여러 질문들을 던졌다. 호떡에 관해 가장 인상 깊었던 사실들은 덴마크 사람들에겐 밀가루 반죽을 철판에 구워 팬케익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생소하고, 비트 물을 들인 분홍색 도우와 녹차가루를 첨부한 초록색 도우가 매우 아름답고 신선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또한 시나몬(계핏가루)을 많이 먹는 북유럽 사람들에게는 황설탕, 계피와 해바라기/호박씨가 섞여 들어가 꿀처럼 녹아있는 씨앗호떡 맛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 같았다. 보통 북유럽에서는 시나몬롤(계피, 설탕 버터를 섞어 밀가루 반죽에 바른 후 롤로 만들어 구운 빵)을 많이 먹지만 우리나라 호떡처럼 먹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음식인 호떡이 외국 사람들의 호기심과 입맛을 모두 사로잡은 것을 보면서 나는 비빔밥, 불고기 등 전통 한식의 가능성을 넘어 한국 길거리 음식의 가능성도 엿보았다. 게다가 Kopan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김치가 들어가는 (볶은)김치호떡과, 남녀노소 인종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불고기 호떡까지 개발해 팔고 있었기 때문에 호떡 하나로 3가지 음식을 소개하고 있었다. '1석 3조' 호떡 하나로 덴마크 사람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맛을 소개할 수 있다니!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조합이었다. 이 외에 호떡이 구워지길 기다리는 동안 손님들과 함께 한국 문화와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는데, 한국인으로서 내가 우리 사회에서 들여다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짚어내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많은 친구들이 사실 일본 문화를 처음 접하면서 K-pop과 한국 드라마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었지만, 한글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을 사랑하게 된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남북 분단으로 인한 한반도 정세와 국제평화 그리고 북한 사람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친구들도 있었고 한국 전쟁 후 우리나라가 정말 가난한 나라에서 1960년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을 통해 세계 경제 규모 11위 정도의 국가로 발전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보다 우리나라에 대해 더 잘 아는 외국인 친구들을 보면서 나 스스로 우리나라 역사, 사회, 문화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정보를 준다는 것은 정보의 신뢰도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치페스티벌 기간 동안 Kopan에서 3일 내내 '호떡'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소통했다. 음식이야말로 사람들을 모으는 가장 재미있고 효과적인 방법이며, 음식을 나눔으로써 문화를 나누고 먹는 동안 각자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공유함으로써 개개인의 삶이 변화할 수 있다고까지 믿어왔기에 '호떡'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Kopan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동안 '한국과 스웨덴 사이의 가교가 되고 싶다'는 목표는 있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이 것 조금 저것 조금 하며 불안하던 시간들이 이웃나라 덴마크에서 창업을 통해 나와 비슷한 꿈을 펼쳐가는 Kopan팀을 만나면서 그 불안함이 조금 사그라들 수 있었다. 생전 처음 가보는 길이기에 더욱 불안하지만 그 불안함을 안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불확실함에 '압도'당하기보다는, 그 불확실함은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안고' 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조금 더 용기낼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석사 생활 남은 1년 후 스웨덴 사회에서 내가 당장 Kopan처럼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어떠한 형태든 내가 하는 일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은지는 분명해졌다. 한국과 스웨덴 사이에서 양국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스웨덴에는 한국에 대한 콘텐츠를, 한국에는 스웨덴에 대한 콘텐츠를 더 많이 나눔으로써 정보 부족이라는 장벽을 낮추고, 각 사회의 심리적 거리감을 더욱 좁히고 싶다. 객관적이면서도 깊은 통찰력을 지닌 콘텐츠를 나누기 위해서는 앞으로 내가 우리나라와 스웨덴 사회에 대해 공부할 것들이 정말 많다. 현재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하얀 도화지 위에 놓여 있다. 한편으로는 언제 이 도화지 위에 나만의 그림을 그릴지 막막하기도 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겸손한 배움의 자세로 하나씩 배워나가며 그림을 그리고 색깔을 채우는 수밖에 없다. 느릴지 몰라도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다 보면 단조로운 내 색상에 자신만의 개성을 더해 줄 인연을 만날 것이라 믿는다. 모든 걸 혼자 하려 하기보다 내가 꿈에 대한 진정성을 나누고, 그 꿈을 함께하는 사람들 각각의 생존, 신뢰, 자아실현이라는 점이 연결되어 '우리'라는 울타리를 만들 때 우리의 꿈과 목표는 더욱 단단해지면서도 다양한 재능을 흡수하며 더욱 유연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