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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Sep 02. 2017

스웨덴 대학교에서 발견한 의문의 바구니

(Edu)바구니의 그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의문의 바구니를 발견하다

   매일 가는 슈퍼마켓에 사람이 조금씩 바글대기 시작하고, 옆 방에 모르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하며, 텅 비었던 도시가 조금씩 왁자지껄 생동감을 되찾아가는 것을 보면 3개월 간의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됨을 느낀다. 스웨덴의 학기는 8월 말 시작하는데, 내가 공부하는 우메오 대학교에는 올 해도 스웨덴 학생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한 동안 텅텅비었던 학교 캠퍼스는 곳곳이 자전거로 빼곡히 가득 찼고, 학교의 다양한 클럽 및 기관들이 새로운 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한 정보를 나눠주며 홍보하기 바쁘다.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다양한 할인 혜택 을 제공하는 Student Union(학생 연합)도 신입생들에게 자신의 단체를 홍보하는데 바빴다. 나는 이미 학생 연합 멤버이지만 나의 이탈리아 친구가 그 곳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인사할 겸 자연스레 홍보 부스를 방문하게 되었다. 홍보 부스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학생 연합의 역할 및 멤버로서의 혜택이 적힌 안내문과 방문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캔디와 커피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 옆에는 뭐가 담겨있는지 알 수 없는 의문의 바구니 하나가 놓여있었다.


이 것이 무엇인고
학생 연합 스티커가 붙은 콘돔

   의문의 바구니 안에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던 비타민 캔디처럼 포장이 되어 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작은 무언가가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내가 아직은 이해하지 못하는 스웨덴어로 적혀있어 곰곰이 무엇인지 추측하다가 이탈리아 친구 미켈에게 물었다.

‘이게 뭐야?’

‘한번 열어봐’.

   친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며 내게 말했다. 알쏭달쏭해하며 포장을 뜯자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다름아닌 콘돔. 그렇다. 학생들을 대표하는 기관에서 신입생들에게 새학기를 축하하는 의미로 콘돔을 나눠주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만남으로 가득한 새학기에 신난 학생들의 건강을 염려하여!민망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신입생의 환영 선물에 나 역시도 웃음이 나왔지만 속으로는 문화 충격과 민망함이 더 컸다. 이탈리아 친구 미켈에게 물으니 이탈리아에서도 콘돔을 나눠주지는 않으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사람들이 민망해 한다고 한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스웨덴이 굉장히 성에 대해 오픈되어 있고 진보적이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왔으나, 직접 학교에서 피임 기구인 콘돔을 아무렇지 않게 나눠주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예쁘게 포장된 콘돔
스웨덴의 성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콘돔을 학교에서 권장하는 문화에 적잖은 문화 충격을 받은 나는 스웨덴에서 이 문화가 흔한건지 우리 학교에서만 이런 해프닝이 일어나는 건지 궁금해 스웨덴 친구 티니카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티니카는 한국에서 1년 반 동안 한국어를 배우며 거주한 경험이 있어 스웨덴과 한국, 양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친구다.

‘티니카, 내가 얼마 전 학교에서 문화 충격을 받았는데... 글쎄, 학생 연합에서 콘돔을 나눠주더라구..’

적잖이 민망해하던 나와 달리 티니카는 쿨하게

‘아, 스웨덴에서는 굉장히 클래식한 문화야!’

라고 말했다.

   클래식 하다는 것은 오랫 동안 전해져 내려왔다는 뜻이 아니었던가. 굉장히 오픈되어 있는 성 문화에 나는 스웨덴에서는 도대체 어릴 적부터 성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 티니카를 붙잡고 물어봤다. 성인이 된 나는 아직까지 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피임 기구를 사거나 피임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민망할 때가 많고 사실 완벽하게 제대로 알고 있다고도 자신할 수 없는데, 스웨덴에서는 어떻게 성교육이 이루어는 걸까?


    티니카는 기억을 더듬으며 11살 학교에서 처음 성교육을 배웠다고 했다. 그 당시는 직접적으로 피임에 대해 배우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남녀의 차이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곳 스웨덴에서도 2차 성징 이후 한 창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14~15세가 되면 직접적인 성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티니카 역시 그녀가 어릴 때 학교에서 콘돔을 직접 끼워보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콘돔을 직접 만져본 경험이 있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티니카는 근래에는 청소년들을 겨냥해서 만든 성교육 만화영화도 있다고 소개해주었다. 스웨덴 성교육 연합과 교육방송국이 합작해 만든 10분 가량의 영화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남녀의 신체가 어떻게 다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기능과 명칭을 일일이 알려준다. 더 나아가 우리가 성적으로 흥분하면 몸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와 아이들에게 오르가즘이 어떤 느낌인지까지 일러주는 것을 넘어 성병과 체위, 피임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려준다. 교육적인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얼굴이 뜨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티니카는 스웨덴에서는 16세가 되면 성관계를 합법적으로 맺을 수 있다고 했는데, 청소년들이 잘 못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잘 못된 성관계를 가져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 보다 옳은 피임 방법을 배워 자신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니 대학에서 콘돔을 나눠주는 것이 부끄럽거나 남사스럽기보다 당연한 일인 것이다. 더군다나 대학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법적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질 나이가 된 성인들이 모여 공부하는 학습공간인 만큼 콘돔을 나눠주는 것이 정말 민망한 일이 아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게는 피임, 콘돔, 체위 등 성과 관련된 단어들이 민망하기만 하다.

(좌: 스웨덴의 3~10세 아동 대상 남녀 차이에 대한 성교육 노래 - 클릭

우: 2차 성징으로 나타나는 남녀의 몸의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스웨덴 성교육 동영상 - 클릭
)


   우리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있거나 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던가? 요즘은 내가 어릴 적 아기 어떻게 생기는지 물어봤을 때, 어른들이 ‘아기는 두루미가 엄마 아빠에게 데려다 주는 거야’ 라고 대답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간, 학교에서, 친구들 간에 성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터부시되는 것 같다. 더군다나 청소년들은 몸의 변화가 활발한 시기 몸의 변화를 관찰하고, 내 몸에 대해 배우기는 커녕 이에 대한 이야기를 숨기느라 급급하거나 입시 공부 덕분에 성교육은 뒷전이 되고 만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성적 변화와 성겸험. 우리는 그 자연스러운 것들을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감추거나 알더라도 모른척 하기에 급급하다. 이런 억압적인 문화때문에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과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비정상적이거나 과장된 동영상을 보며 학습하여 잘못된 피임법을 익혀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하거나, 성병에 걸리거기도 한다. 여전히 나에게도 아직까지 100% 편안한 주제는 아니지만, 한 번 쯤은 우리가 제대로 된 성에 대한 관념들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고, 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도록 논의를 형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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