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가 잠시 멈춤, 넷플릭스 영국드라마 <One Day>
인생에서 어떤 하루가
빠져 버렸다고 상상해 보라.
그렇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잠시 생각해 보라.
철과 금, 가시와 꽃으로 된
현재의 그 긴 쇠사슬이
당신을 휘감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잊지 못할 중대한 날에
첫 고리가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중
영국 드라마 <원데이 One Day>를 보다가,
친구의 결혼식에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엠마의 축사에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갑작스러운 슬픔이 아닌
긴 여운을 두고 뭉클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서글프면서도 행복한 감정.
하루와 하루가 모여 현재의 인생을 만들기까지
단 한 조각도 빠져서는 안 되었을 날들이 떠오른다.
그 당시가 아닌 지금에서야 그때의 공기와 햇살, 인물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찬란함을 인식한다는 사실 또한 경이로웠다.
삶의 가장 큰 딜레마는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사소해 보이지만 얼마나 큰 사건이 벌어질지,
언젠가 아주 중요했던 날로 회상할 인생의 첫코가 형성될지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게 아닐까.
사랑이 끝난 후에 비로소 그 사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듯이
살아본 후에야, 생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지 않을까.
퇴근 후 조금씩 보니, 이제 두 편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작품의 에피소드가 또다른 딜레마로 다가온다.
보기 전에는 궁금해서 못 견딜 테고,
본 후에는 더 볼 수 없어 아쉬워하리니...
어쩌나? 부딪쳐볼 수밖에.
방황하는 하루와 나날들에 대한 빛나는 예찬을 담은 <원데이>.
작년에 가장 복잡한 감정으로 읽었던 소설 <스토너 Stoner>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 또한 소설이 원작이다.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 청춘, 엇갈리는 인생을 담은 드라마로 2011년에 영화로도 이미 한 번 만들어졌다.
도입부터 설렜던 첫 화 내레이션을 다시 들어본다.
"나날들은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그 속에서 살고
나날들은 다가와 계속해서
우리를 깨운다.
행복해져야 하는 나날들
나날들이 아니면
우린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