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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Mar 08. 2024

나날들은 왜 존재하는가?

보다가 잠시 멈춤, 넷플릭스 영국드라마 <One Day>


인생에서 어떤 하루가

빠져 버렸다고 상상해 보라.


그렇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잠시 생각해 보라.


철과 금, 가시와 꽃으로 된

현재의 그 긴 쇠사슬이

당신을 휘감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잊지 못할 중대한 날에

첫 고리가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중






영국 드라마 <원데이 One Day>를 보다가,

친구의 결혼식에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엠마의 축사에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갑작스러운 슬픔이 아닌

긴 여운을 두고 뭉클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서글프면서도 행복한 감정.


하루와 하루가 모여 현재의 인생을 만들기까지

단 한 조각도 빠져서는 안 되었을 날들이 떠오른다.

그 당시가 아닌 지금에서야 그때의 공기와 햇살, 인물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찬란함을 인식한다는 사실 또한 경이로웠다.


삶의 가장 큰 딜레마는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사소해 보이지만 얼마나 큰 사건이 벌어질지,

언젠가 아주 중요했던 날로 회상할 인생의 첫코가 형성될지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게 아닐까.

사랑이 끝난 후에 비로소 그 사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듯이 

살아본 후에야, 생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지 않을까.


퇴근 후 조금씩 보니, 이제 두 편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작품의 에피소드가 또다른 딜레마로 다가온다.

보기 전에는 궁금해서 못 견딜 테고,

본 후에는 더 볼 수 없어 아쉬워하리니...

어쩌나? 부딪쳐볼 수밖에.


방황하는 하루와 나날들에 대한 빛나는 예찬을 담은 <원데이>.

작년에 가장 복잡한 감정으로 읽었던 소설 <스토너 Stoner>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 또한 소설이 원작이다.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 청춘, 엇갈리는 인생을 담은 드라마로 2011년에 영화로도 이미 한 번 만들어졌다.


도입부터 설렜던 첫 화 내레이션을 다시 들어본다.


"나날들은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그 속에서 살고

나날들은 다가와 계속해서

우리를 깨운다.

행복해져야 하는 나날들

나날들이 아니면

우린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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