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jin Jul 25. 2024

헤어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

하루의 절반이라 해도.


 혼자가 된다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힘든 것일까?


 7년 이상 매일 딱 붙어서 일하다가, 언젠가부터 매장을 그만두겠다고 잊지 않을 만큼 자주 말해온 남편. 이제는 정말 떠나겠다고 해서 한동안 심란했고, (그가 제시한 만큼의) 매출을 올려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 초조했는데. 요즘 그의 태도가 수상해졌다.


'내일 당장이라도 바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이 일만 아니면 상관없다'라고 함께 일하던 나와 매장을 헌신짝처럼(?) 버리려 할 때는 언제고, 나갈 날짜를 협의하고부터는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일은 알아보고 있느냐고 물어보니,

"일하러 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뭐 여러 가지로 생각 중이야."

 

 무더위에 팥빙수 메뉴를 출시하고 나니,

"혹시 팥빙수가 대박이 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어느 날은 로또 분석에 갑자기 열을 올리면서

"이번 로또가 되면 다른 일 안 해도 되잖아!" 하는가 하면,


손님이 몰릴 때 여전히 멘붕인 옆사람을 보며

"과연... 이걸 너 혼자 잘할 수 있을까?"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러다 어제는 급기야

"아직 더우니까... 8월까지 박차를 가해봐?" 하는 것이었다.


 그의 탈출 선언에 쓰라린 가슴으로 몇 달을 보내왔는데. 보통 1인이 운영하는 5~20평 크기에 비해 광활한 매장이 부담스러워도 막상 닥치면 어떻게 하겠지 하며 가까스로 마음을 추슬렀는데. 8월까지 있어달랬더니 안 된다며 7월 말까지로 선심 쓰듯 말한 게 엊그제 아니었나? 급히 매장 구석구석을 보수하고, 한눈에 보이게 정리하며 닦는 등, 글쓰기 포함 개인적인 일들을 모두 멈춘 채 초긴장 상태를 지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왜, 쿠팡이 생각보다 별로야?"

"야간까지 하지 않는 이상 생각보다 돈이 별로 안 되는 것 같아서."


"몸 버리는 거에 비하면 얼마 안 되지.(건강은 가장 비싼 자산이니까.)“

"그래서 이것저것 다양하게 알아보는 중이야."


"... 그럼 8월까지? 언제까지 알아볼건데? 8월 15일 정도까지야?"

"일단 조금 더 생각해보지 뭐."


지난주부터 나는 마음속에서 그를 힘들게 떠나보내고 앞으로의 계획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미적거리며 또다시 어떤 계획도 세우지 못하게 뒤흔드는 그가 진심으로 미워지려고 한다.


"오빠는 참 이상해. 알고 있어? 사람을 너무 힘들게 해."라고 한탄하니 그가 장난스럽게 하는 말, "알고 있어."


 혼자 가게를 운영하며 닥칠 수 있는 문제들을 떠올리면 두려웠지만 온전히 내 뜻대로 행하며 수용력을 키우는 기회로 받아들이자고 관점을 바꾸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운영 전반에 안 된다는 브레이크를 걸고, 매장 일 자체를 싫어하는 그와 함께하는 상황이 전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연인으로서든 동료로서든 헤어지자는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닌 건, 그 말을 뱉는 순간부터 상대방에게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모든 상황을 바라볼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이별을 통보받는 입장에서는 과거와 정반대의 시각으로, 새롭고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야만 비로소 사랑하는 상대방을 떠나보낼 수 있기에.


 이곳에서 우린 계속 함께 일할까,

 아니면 결국 따로 일하게 될까?


 날짜가 미루어지면서 현재 상황을 360도로 바라볼 시간이 한번 더 주어졌다. 한편으로는 답답하지만,  강 건너편을 구경하고 오니 본래 있던 자리의 편안함은 물론 관성에 의해 흘러온 부분도 예전보다 잘 보인다.


 어떤 선택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서로의 지혜와 상황이 더 무르익기를. 심각하고 싶을수록 웃을 수 있는 평화로운 태도를 가질 수 있기를. 이상하게 오늘은 손님이 많았다. 다들, 좀 들었다놨다 하지 말라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소강상태는 끝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