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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를 부르는 빵

by Yujin


출근길에 누렇게 익어가는 논을 보았다. 조만간 벼를 추수하실 농부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가급적 로컬에서 쌀과 식재료를 구해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과일과 채소를 키우는 분들의 노고를 떠올린다. 구슬땀 흘리며 이들을 키워 보낸 분들의 수고가 더 빛나려면, 최종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무언가를 맛있게 완성할 일이다.


빵의 주원료는 밀이나 보리, 쌀, 기장과 같은 곡류. 곡식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바다에서 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발을 딛고 살아가는 터전인 땅에서 자란다. 수많은 생명의 토대인 땅에서 자란 곡식의 가루는 햇볕을 품은 흙을 닮았다. 우리의 일부가 어딘지 모르게 부모님을 연상시키듯이.


곡류는 오래전부터 움직이는 지구 생명체들의 양식이 되어왔다. 소복이 그릇에 담긴 밥이나 둥글둥글 부풀어 오른 빵은, 그래서인지 본능적인 포근함을 전해준다. 아마도 넉넉하고 부드러운 땅의 이미지가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요즘 틈틈이 성경을 읽는다. 인류의 오랜 베스트셀러를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던 차에, 마침 예수와 제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를 OTT에서 우연히 본 것이 계기였다. 예수는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라는 어린이의 질문에 빵이라고 답한다. 역시 빵 좋아하는 사람치고 선하지 않은 사람(?)은 없지! 그는 보리빵 다섯 개를 불려 수천 명을 먹이기도 한다. 소량의 효모와 시간을 더하면 두세 배로, 함께 나눌 때 몇천 배의 행복으로 불어나는 빵. 빵은 풍요로움의 또 다른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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