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자
철이는 1년 전 꿈에 그리던 비건 빵집을 열었다. 먼동이 희붐하게 밝아오는 시간이면 철이는 조리대 앞에 서서 고민에 빠지곤 했다.
"오늘은 뭘 만들지? 뭘 만들어야 손님들이 좋아하실까."
그러다가 뒤에 있는 아일랜드 테이블 위에 두었던 띵샤(명상도구의 하나)를 팔꿈치로 툭, 건드리고 말았다.
"째쟁.. 쨍!"
금속성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진녹색 띵샤 주머니를 집어 들자, 안에서 갑자기 뭉게뭉게 빵냄새가 피어오르면서 푸르스름한 얼굴의 작은 요정 하나가 튀어나왔다.
"하암… 배고파. 안녕하세요?"
"헉..."
"내 이름은 진이. 비건빵의 요정이에요."
"아...; 네. 안녕하세요."
"혹시 비건빵 레시피를 고민하고 계셨나요?
"네..."
"우선 놀라지 마세요. 저는 네팔에서 태어났어요. 비건빵을 만드는 주인을 만나기 위해 띵샤 속에서 1000년... 은 아니고 10년 넘게 기다렸어요. 얼마 전 당신에게 오고 나서 매일 아침 빵을 만들기 전 띵샤를 울리며 기도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죠."
"....."
"제가 간단한 문제를 낼 텐데 맞히면 아주 맛있는 비건빵 레시피를 하나씩 알려드릴게요. 문제의 정답이 레시피 주제랍니다! 도전하시겠어요?"
띵샤 주머니에서 요정이 튀어나온 것도 황당한데, 문제를 낸다고?
철이는 자각몽을 꿀 때 꿈을 꾸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습하던 것처럼 손등을 팔 쪽으로 젖혔다.
'완전히 접히지 않는 걸 보니 꿈은 아니네.'
"도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요정은 큭큭, 하고 웃었다.
"매일 레시피 고민하면 되죠. 시행착오도 겪고 빵도 많이 버리고. 그런데 빵 버리는 거 잘 못 하시잖아요."
"그야 뭐... 하아... (혼란) 일단 한 번 해 볼게요."
"자. 그럼 첫 번째 문제 나갑니다! 두둥.
비타민 A의 황제라고도 부르는 이 채소는 당신이 가끔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00 마켓의 00에 들어가는 단어이기도 해요."
"정답! 당근?“
비건빵의 요정이 통통 튀는 듯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맞췄군요! 너무 쉬웠나? 약속대로 당근을 활용한 비건빵 중 가장 맛있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흠 어디 있더라.. 잠시만요..."
요정의 춤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춤을 멈추고 찾아보시면 더…“
"아니예! 요. 저는 항상 이래~! 요. 아핫 여깄다.
그런데 이 컵케이크는 크림이 올라가지 않아요."
"크림이 올라가지 않는 컵케이크라고요?"
"네. 크림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레시피거든요. 게다가 오렌지가 들어가서 여느 당근케이크보다 산뜻한 프렌치 감성이 담겨있어요. 본 쥬흐네 Bonne journée! “
철이는 크림이 올라가지 않는 컵케이크가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그런 철이에게 스테인리스 보울과 알뜰주걱을 건네는 요정 진이.
"일단 우리 함께 만들어봐요!“
<사전 준비>
볶은 아마씨가루 1+ 물14 (작은 용기에 따로 두기)
<재료 A>
우리밀통밀 50g
박력분 50g
베이킹파우더 3g
베이킹소다 1g
시나몬 3g
비정제당 30g 또는 코코넛슈가 32g
<재료 B>
선호하는 오일 40g (포도씨오일 or 코코넛오일 추천)
오렌지즙 13g
오렌지제스트(오렌지껍질) 5g
갈거나, 가늘게 채 썬 당근 100g
호두 25g
생레몬즙 0.7g
천연바닐라럼 3g(생략 가능)
<마무리>
- 장식용 미니당근 3개 또는 얆게 썬 오렌지 3조각
- 글레이즈 : 생레몬즙 3g + 오렌지즙&제스트 11g + 슈가파우더 17g (또는 코코넛슈가 15g+전분 2g)
- 잘게 부순 견과류 (색감이 예쁜 피스타치오 추천)
1. 오븐을 178도로 예열하고 머핀틀에 유산지컵을 넣어요.
2. 볶은 아마씨가루 1g + 물 14g을 섞어 따로 둡니다.
3. 재료 A를 먼저 섞고, 거기에 재료 B를 넣어 고르게 섞어줍니다. 마지막에 2도 넣어요.
4. 3을 머핀컵에 비슷한 양으로 채우고 미니당근이나 얇은 오렌지를 올려 장식합니다.
5. 예열된 오븐에 넣어 23-25분 구워주세요. 한가운데를 얇은 픽으로 찔러 묻어나지 않으면 완성!
6. 한 김 식히는 동안 글레이즈를 만들어 따뜻한 컵케이크 위에 바르고, 잘게 다진 피스타치오를 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