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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Jun 13. 2022

비건 베이커리를 운영합니다

건강하게 빵을 먹는 최고의 방법


 탄수화물을 줄이자는 구호가 요즘처럼 넘치는 시기가 있었을까? 빵을 멀리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분명 빵은 밥에 비해 먹기도 편하고 맛있는데 몸에도 좋을 수는 없는지.


 어릴 때부터 밥보다 빵을 즐겨 먹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꼬박꼬박 매점 빵을 사 먹고, 대학교와 직장을 다니면서도  끼 이상 빵이나 케이크를 먹었다. 그저  보거나 냄새떠올려도 기분이 좋았다. 모르는 빵은 찾아서  없으면 만들어 먹었, 빵과의  연결고리는 서약처럼 굳건했.


  먹고 나면 금세 속이 허전해져서 군것질을 .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손발은 점점 차가워졌다. 체격은 좋아졌지만(특히 하체라고  못...) 체력이 약해지고 이와 잇몸이 아파 치과에 가는 일이 잦았다. 하루도 미룰 수 없는 달콤한 행복의 대가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건강'이었다.


 '이대로라면 빵을 평생 먹을 수는 없겠구나. 뭔가 대안이 없을까?'


 일반적인 제과와 제빵 과정에서는 각종 유제품과 달걀이 쓰인다. 그렇게 만든 빵과 케이크를 하루도 참지 못했던 나는 오랜 기간 '락토오보 베지테리언(달걀과 유제품을 섭취하는 채식주의자)'이었다. 채식 메뉴가 어딜 가나 보였던 런던 여행 이후 비건에 크게 관심이 생겼고, 달걀 및 우유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것을 대체할 재료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달걀을 휘핑할 때의 비린내를 점점 참기 힘들어졌다. 정확히는 비릿함과 동시에 떠오르는 닭들의 불행한 삶이.


 태어나자마자 파닥거리며  채로 계에 갈려 죽는 수평아리들의 영상은 놀라웠. 호르몬과 유전자를 조작당하고 더러운 철창에서 매일 끊임없이 알을 낳아야 하는 암탉들의 실상도. 스트레스를 받는 닭들이 서로를 공격하지 않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그들의 부리를 마취 없이 절단하기도 한다. 달걀에 찍힌 사육 번호와 상관없이 행복한 닭이나 달걀은 없었다. 그런 달걀이 몸에 좋을 리 또한.


 본격적으로 비건 베이킹을 연구하고 맛보며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특히 우유를 섭취하면 온몸이 무겁게 가라앉던 느낌이 사라지고, 내부를 청소라도 한 듯 맑고 고요했다. 가끔 습관적으로 버터가 듬뿍 들어간 스콘이나 크루아상 을 입에 넣는 순간 식도부터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먹고도 용케 지금까지 살아남았네, 싶을 만큼 속이 더부룩하고 부글거려서 힘들었다.


 그럼에도 포화지방의 풍미를 잊지 못해 유제품에 냉정하지 못하던 어느 날. 인터넷 채식 카페에서 비건면 월경이 훨씬 편해진다는 글을 읽었다. 학창 시절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교복 치마 밖으로 피가 배어 나오고, 밤에는 산모용 패드를 깔고 자야 했던 공포의 월경. 성인이 되어서도 혹시 몰라 한밤중에 쓰는 두터운 월경 팬티(기저귀와 유사한)를 낮부터 입어야 했던 내게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설마 했지만 그때부터 유제품을 끊다시피 했더니 월경혈이 눈에 띄게 줄었고, 불규칙하던 생리주기도 시계처럼 정확하게 변해갔다. 인간이 아니라 송아지를 위해 생산되는 소의 젖, 그중에서도 특히 상업적으로 생산된 우유는 사람의 호르몬과 생식기관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비건 빵으로 하루 1끼를 먹고 비건식으로 하루 1~2끼를 먹는 요즘은 안심하고 쾌적한 월경 기간을 보낸.


 시중에서 판매하는 빵에는 달걀과 유제품뿐만 아니라 대부분 백설탕(탄화 골분으로 정제해 대부분 비건이 아닌)이 사용된다. 정제된 하얀 설탕 대신 유기농 비정제당이나 코코넛 슈가(코코넛 꽃 액즙), 메이플 시럽, 아가베 시럽, 당밀, 대추야자 등 단맛을 내는 다른 재료들을 사용하면 충치와 비만을 줄일 수 있다. 정제된 밀가루보다 섬유소가 풍부한 통곡물(통밀, 호밀, 현미, 귀리, 스펠트밀, 퀴노아, 콘밀 etc.)로 만든 빵은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며 변비까지 해결한.  이런 재료들은 원가가 높지만 맛있는 빵을 탈 없이 오래도록 먹을 수 있게 하고, 적은 양을 먹어도 생각보다 포만감이 높다. 오일은 따로 넣기보다 원료 자체의 지방 성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권하고 싶다.


 '빵순이', '빵돌이'라는 말을 평생 들어온 진짜 애호가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건강하게 빵을 먹는 최고의 방법은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비건 빵을 먹는 것이다.


직접 만든 비건 베이커리들. 종류는 매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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