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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엘 Jan 23. 2021

부시와 빈 라덴

정복과 팽창으로 본 미국 역사 3


진주만 공습 60주년에서 세 달쯤 모자라는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6분.


아메리칸 항공 소속 비행기(AA11)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1번 건물을 들이받는다.


16분 후 유나이티드 항공 비행기(UA175)도 세계무역센터 2번 건물로 돌진한다.  



9시 38분, 아메리칸 항공의 또 다른 비행기(AA77)가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을 공격한다. 



10시, 유나이티드 항공의 또 다른 비행기(UA93)가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다. 



3천 명 넘게 사망한 9.11 테러다.



사상 최초의 ‘본토’ 공격.


게다가 뉴욕은 미국 경제의 중심.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 앞에 돌아볼 신념도, 자존심도 없었다.  


분노만이 활활 타올랐다.


적개심에 불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요구한, 단순하지만 두려운 선택지.  


  "우리 편 아니면 모두 적"


평소 미국에 적대적이던 국가들, 북한과 이란조차 미국의 분노 앞에 바짝 몸을 숙여야 했다.



미국은 테러 기획자 빈 라덴을 잡기 위해 911 한 달 만인 2001년 10월 초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12월 초에 승리를 선언한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엉뚱한 곳,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바라본다. 911 테러와 후세인을 연결할 증거는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다.    


애매한 자백이 하나 있긴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빈 라덴 테러 아카데미'를 운영한 이븐 알세이크 알리비를 CIA가 체포, 그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하지만 전쟁 개시 후인 2004년, 알리비는 자신의 자백이 고문에 의한 허위진술임을 FBI에 폭로했다. -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138쪽)  


영국의 CIA라 할 수 있는 MI6 국장이 영국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한 보고다.   


“부시는 테러와 대량살상무기를 연관 지어 군사행동으로 후세인을 제거하려 한다. 이런 결정에 맞추어 정보와 사실을 꿰맞추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이 유엔 회의장에서 제시한 증거는 흐릿한 위성사진 몇 장과 확인되지 않은 현장정보가 전부였다. 



'미국의 (빈 라덴의 고향인 사우디나 빈 라덴이 숨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간이 아니라) 이라크 침공은 정당했는가'는 수많은 사실과 그보다 수백 배는 더 복잡한 의미가 교차하는 복잡한 문제다. 그래서 패스.           


반면, '이라크 침공으로 이익을 얻은 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이 존재한다. 


일단은 미국 대통령 부시. 


9.11 전까지 부시는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출세했다는 조롱이 끊이지 않았고, 투표 결과가 애매해 정당성에 대한 의문(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얻은 표가 경쟁자인 엘 고어보다 적었음)도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9.11 이후 그는 영웅이 되었다.  


그가 속한 공화당은 2002년 총선거에서 압승했다. 


앙리 루소


테러 주범 빈 라덴 역시 승자였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그는 전 세계 과격파 무슬림들의 영웅이 되었고, 수많은 무슬림 젊은이들이 그의 추종자가 된다. 


미국이 매년 천문학 사이즈의 돈을 낭비하게 만든 건 보너스. 


미국이 9.11 이후 지금까지 순전히 국내 안보를 위해 사용한 비용만 100조 원이 넘었다는 계산이 있다. 


full body scanner


9.11 이후 미국 공항, 항만, 국경에서 보안 검색이 강화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체 비용도 매년 10조 원 이상이다. (9.11 이후 미국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져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우리의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2004년 빈 라덴이 한 말이다. 


"미국인들은 이제 미국 내에서조차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있다. 알라께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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