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과 팽창으로 본 미국 역사 4
9.11 며칠 후 미국 여객기들이 다시 운항을 재개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선택했다. 비행기는 텅 빈 채 미국 대륙을 날아다녔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
그런데 인간의 감정 따위는 개의치 않는 통계가 다른 말을 한다.
미국에서 테러범이 한 주에 한 대씩 여객기를 납치해 모든 승객이 죽는다고 할 때, 1년 동안 비행기 테러로 사망할 확률은 10만 분의 1 정도.
반면 미국인이 1년 동안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5천 분의 1.
무슨 말?
9.11 같은 테러가 매주 발생해도, 자동차보다 비행기가 훨씬 더 안전하다는 말.
하지만 빈 라덴의 바람대로 미국인은 두려움과 공포에 질렸다. 그들에게 공항은, 비행기는, 죽음과 비슷한 단어였다.
이런 현상은 1년 이상 지속된다.
결과는?
2006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비행기를 버리고 자동차를 택한 사람들 1,595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살 수 있었는데 죽었단다.
몽테뉴의 말이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재미있는 사실. 9.11 이후 미국인이 어느 정도 일상을 되찾는데 1년이 걸렸다.
그럼 9.11 이후 폭락했던 미국 증시가 평상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얼마나 걸렸을까?
딱 40일 걸렸다.
2차 대전 항복을 몇 주 앞둔 1945년 7월 말, 일본 수뇌부는 여전히 항복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식 시장은 일본의 항복을 직감한다. 주식 시장은 어떻게 됐을까?
하루 만에 2~3배나 오르는 종목도 발생했다. (‘1센티 인문학’ 87장 참고)
이래서 돈이 요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