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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엘 Feb 03. 2021

인간은 존엄하다

또다시 n번방 관련자가 속절없이 풀려난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2


_ 악마는 SNS에 개인 사진을 올린 초등학생에게 ‘게시물 신고가 접수됐으니 링크에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조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보냈다. 


_ 답이 없으면 ‘부모에게 연락한다’며 재촉했다. 


_ ‘부모’란 말에 판단이 흐려진 초등학생이 신상정보를 보내면 악마는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며 얼굴 사진을 요구했다.      


_ 얼굴 사진을 받은 악마는 ‘이름, 사진, 신상정보’를 다 알고 있으니 네가 다니는 학교와 친구들에게 가짜 정보를 뿌리겠다고 협박한다. 


_ 그러면서 전신, 가슴, 상의 탈의 순으로 사진을 요구했다.


_ 끝없는 협박과 독촉에 어린아이들은 쉽게 무너졌다.      


_ 악마는 초등학생을 길들여 엽기스럽고 가학적인 방법으로 성(性)을 착취하고, 그 영상을 찍어 텔레그램 비밀방에 유료로 유포했는데, 수만 명의 악마들이 돈을 내고 그 영상을 봤다.      


이게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실체다.     


후고 짐베르크. '악마'


2020년 3월 17일 드디어 악마가 잡혔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접한 대부분의 국민은 분노했다. 그런데.      


사건 2주 '전' 국회에선 묘한 일이 일어났었다.       


루벤스. '반란천사들의 추락'


2020년 3월 3일 국회 법사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4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음란물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에 지인이나 특정한 사람의 얼굴을 합성하는 행위, 즉 딥페이크(Deepfake)에 대해 가중 처벌하자는 것.      


그동안 딥페이크는 성폭력으로 인정되지 않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음란물 제작 등의 혐의만 적용됐었고 95%가 벌금, 집행유예, 선고유예 등의 가벼운 처벌만 받았었다.       


'7세 여아 성폭행' + '아동 성착취물 유포' = 징역 825년 (데이비드 홀. 2015년 미국) 


관련자들의 발언이다.      


_ 보수 정당 의원(입법부) :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갈 거냐(처벌할 것이냐).”


_ 법원행정처 차장(사법부) :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도 있거든요.”


_ 법무부 차관(행정부) : “청소년들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 자주 하거든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힘겹게 분리한 3권의 완벽한 재결합. 




논의 끝에 법사위는 영상을 ‘보관’하거나 ‘소비’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몰랐을까? 소비가 있으면 반드시 공급이 생긴다는 자본주의 원리를.      


자본주의 원리를 모르네. 그럼 공산주의자들?      


이러면 ‘극우의 뇌’가 되는 것이고, 어쨌든 인문 교양이 부족하면 이렇다.       


한국에서 스스로를 '보수'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사실상, 그리고 분류학상 '극우'다. 


'진정한 보수, 진짜 보수'는 쿨하다, 멋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다.  


'진정한 보수, 진짜 보수'에 대해 알고 싶으면 다음 두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보수의 정신(러셀 커크, 지식노마드)', '보수주의자의 양심(배리 골드워터, 열아홉)'.




('1센티 인문학' 47장. 편집 전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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