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제대로 하는 법

선행학습 똑똑한 사용법 (7-3)

by 조이엘

요즘엔 애들이 많이 줄어 고등학교 한 학년이 전국에 40만 명쯤 있다. (60년대부터 70년대 초반까지는 백만 대군이었다.) 잔인하지만 등수를 매겨 보자. 고등학교는 한 학년에 300명, 한 반은 30명을 기준으로 하고 재수생은 뺐다.


_ 상위 50%(전국 20만 등, 전교 150등, 학급 15등)는 평범한 아이들이 평범한 노력으로 오를 수 있는 등수다.


_ 상위 10%(전국 4만 등, 전교 30등, 학급 3등)도 평범한 아이들이 넘볼 수 있는 영역이다. 불타는 노력이면 올라갈 수 있다. 이 등수를 넘어서야 서울 시내 4년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인서울 말이다.


_ 상위 5%(전국 2만 등, 전교 15등, 학급 1.5등)도 처절한 노력에 유전자만 받쳐주면 어찌어찌 올라갈 수 있다. 여기를 넘어서야 스카이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


_ 상위 1%(전국 4천 등, 전교 3등, 학급 0.3등)는 복잡하다. 영어는 노력으로 얼마든지 1%에 오를 수 있다. 국어는, 재능이 있으면 훨씬 유리하지만, 피나는 노력이면 1%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수학은 다르다. 수학 1%는 전적으로 재능 영역이다. 영재급 재능에 노력을 더해야 오를 수 있는 경지다. 재능이 없으면 산을 옮기는 노력으로도 1%에 들어갈 수 없다. 차라리 조그만 산을 하나 옮기는 게 더 현실성 있다.


영재급 수학 재능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우리 아이 영재 같은데, 는 1%의 허약한 진실에 인지부조화가 99% 섞인, 대한민국 엄마들 레토릭일 뿐이다. 엄마는,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의 영재성을 알아채기 힘들다. 제 아이를 가장 모르는 게 엄마다.


학원 레벨테스트로도 아이 영재성은 발견할 수 없다. 개연성(蓋然性) 정도만 확인할 뿐이다.


노련한 수학 선생님이 그림자가 되어 몇 달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단, 선생님 본인도 영재여야 한다. 범인(凡人)은 영재의 영재성을 디테일하게 알아볼 수 없다. 그저, 잘하네, 정도만 느낄 뿐이다. (알아보면 그 사람이 영재다.)


선행학습은 영재학습이다.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1, 2학년이 수학을 몇 년치 이상 앞당겨 공부하는 게 선행학습이다. 왜 미리 공부할까? 왜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할까?


서울대나 의치한약수 합격이 목적일 게다. 상위 1%에 들기.


하지만 아까 말했다. 영어와 국어는 노력으로 가능하다. 수학은 안 된다. 세 살 때 이미 정해졌다. 유전자(遺傳子)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가 초기 양육 환경을 싹 바꾸지 않는 이상, 안 된다. 유전자 교체와 시간 여행은 현대 과학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될 아이는 선행 안 해도 되고, 안 될 놈은 죽어라 선행해도 안 된다.


선행학습의 구조


선행학습의 본질은 ‘진도 빼기’와 ‘반복’이다. 초중학교 때 고등학교 과정을 여러 번 돌리면 고등학교 가서 잘할 거라는 믿음. 정말 그럴까?


(상위 1%가 아닌) 초등학생과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 내용인 ‘나머지 정리, 명제, 역함수, 극한과 미분’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 불가능하다. 고등학생이 봐도 어렵다. (미안한 말씀이지만 엄마 아빠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봐도 되겠다.)


푸는 애들이 있던데?


초등학생이 선행을 해서 미적분을 풀고 이차 함수를 푸는 것, 가능하다. 어지간한 선생님이면 그렇게 만들어줄 수 있다. 개념 훑고 공식만 돌리면 어느 정도 풀린다. 문제는, 그게 고등학교 가서 실력으로 이어질까?


고등학교 내신과 수능에서 수학 상위권을 결정하는 건 심화 문제(킬러문제, 준킬러문제)다. 깊은 수학적 사고력이 없으면 심화 문제는 못 푼다. 선행으로 미리 공부한다고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그러니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할 일은, 몇 년치를 미리 땡겨 어설프게 공부하는 게 아니라, 제 진도에 맞게 문제를 풀면서, 수학 세계에 깊이 몰입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영재급 아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도 하면 좋잖아. 뭐라도 남겠지.


열패감이 남는다.


선행해서 성공하는 아이들이 ‘드물지만’ 있다. 그 애들은 원래 영재급이었다. 나머지는 다 실패했다. 실패한 아이들은 잘 드러나지 않고, 성공한 아이들 스토리만 입소문을 타기에, 내 아이도 선행하면 성공할 것 같다는 믿음이 대한민국 전역(全域)에 쫙 깔려 있다.


이 모든 걸 어떻게 아냐고?


그 수학 1%가 모이는 곳이 서울대고, 내가 거기 출신이다. 30년 넘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고, 20년째 선행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 알지. 잘 알지.


재수 없는 말이지만 서울대생이 모이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일단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드린다.


“저렇게 한다고 서울대 오나?”


선행의 목적이 4%, 10%에 드는 것이라면 굳이 그 고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 차곡차곡 올라가도 도달할 수 있는데. 돈과 시간도 절약하고 아이 정신 건강에도 좋은데.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영재가 아닌 애들이 막가파식 선행을 하면, 오히려 망가진다. 안 되는 걸 꾸역꾸역 따라가려니 스트레스 쌓이고 정서도 불안해지며 정신 건강에도 크고 작은 문제를 남긴다. 강남에 소아정신과가 괜히 많은 게 아니다.


선행 학습이 유발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삶의 자세가 수동적으로, 회피형으로, 염세적(厭世的)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선행으로 몇 년을 소모한 아이,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내가 무엇 때문에 시작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니체가 했던 말이다.


왜 선행학습 열풍일까?


1990년대 말, 강남과 분당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고등 수학(정석)을 가르치는 P학원이 엄마들 입소문을 타고 떼돈을 벌었다. 유사 학원도 쏙쏙 등장했다. 하지만 강남과 분당에 한정된 문화였다.


요즘엔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도 고등 수학을 가르치는데, 학원 대기생이 줄을 선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 광주, 제주 등 전국 학군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수학 재능이 1%가 아니라면 헛짓이다. 하지만 학원은 이런 논리로 엄마들을 설득하고, 엄마들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처음엔 엉성해도 여러 번 반복해서 돌리면 완성된다.”


20년 동안 지겹게 들어왔던 말이다. 한 번도 증명된 적 없는 주술(呪術)에 가까운 믿음이다. 단군 이래 최대 거짓말이기도 하다. 중1 때 어려웠던 개념이 중3 되면 저절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는 다르다. 틈은 잘 채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크레바스처럼 얄팍한 눈이 구멍을 덮어 안전하다 착각하고 살다가, 결정적일 때 그 구멍이 치명상을 주기도 한다.


영재급 수학 능력이 없는 아이들, 평범한 99%는 어떤 스케줄로 수학을 공부해야 할까?


_중1,2 방학 중 : 한 학기 선행

_중1,2 학기 중 : 심화문제 풀이 (최고난도 문제집 2-3개)

_중2 겨울방학 : 중3 전체 선행

_중3 1학기 :

*case 1 중3 선행 이해도가 훌륭하면 바로 고등학교 선행 시작

*case 2 중3 선행 이해도가 보통이면 중3 여름방학부터 고등 선행

*case 3 중3 선행 이해도가 엉망이면 중3 겨울방학 때 고등 선행


이래야 부작용이 없다. 다른 과목과 공부량 발란스도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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