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는 핑계고 인생을 배웁니다
여름방학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집에도 들르지 않고 찾아온 현수, 그만큼 급하다는 말이겠지. 뭐가 너를 고뇌하게 하니?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 후 3학년 1학기를 끝낸 현수는 유학과 취업 사이에서 며칠째 갈등 중이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도교수님이 현수를 살뜰히 챙기고 예뻐하는 게 분명하다.
누군들 그러지 않을까.
유학도 교수님이 강권하고 계시단다. 손주이자 장손인 현수를 우주보다 사랑하시는 할아버지는 유학에 절대 반대다. 그래서 고민이란다. 어딜가나 어른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현수가 참 대견하다.
서울 강서구에 가면 제주도 출신 대학생들이 기숙하는 탐라영재관이라고 있다. 거기서도 현수는 후배들에게 믿음직한 형으로, 든든한 선배로 인정받는 모양이다. 현수, 참 잘컸다. 중학교 때 처음 만났던, 어리버리했던 현수 모습이 아른하다.
현수는 내 공부방 올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을 위해 선물을 가져온다. 지난 봄엔 마침 발렌타인인지 화이트데이인지라, 초콜릿을 많이도 사왔었다. 이번엔 자기가 다니는 중앙대 수첩을 가지고 왔다. 중앙대 지망하는 후배들 있으면 주란다.
'현수야, 지금 벌써 7월 말이야.' 말은 못하고 속으로 한참 웃었다.
현수가 가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수첩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저걸 버리긴 버려야 하는데, 어쩌냐.
'국영수는 핑계고 인생을 배웁니다' 후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