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

세종시 글벗 중학교

by 조이엘

2025년 12월 18일 목요일, 세종시 글벗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모시고 북토크 겸 공부법 강연을 했다.


지금까지 강연은 엄마들 상대였던지라, PPT도 아이들에 맞게 수정했다.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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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벗 중학교. 참 예쁜 학교다. 아이들 역시, 남녀를 불문하고 참 맑다. 외모도 외모지만, 영혼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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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기독교는 인간을 영(spiritus), 혼(anima), 육(corpus)으로 구분했다. 대충 말하자면, 혼은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가 지니고 있는 생명의 근원이고, 영은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정신적 실체, 라고 논쟁들을 해왔다.


혼은 개인적이고, 영은 보편적이라고도 했다. 동아시아에서 ‘혼백(魂魄)’이라고 할 때와는 또 다른 분류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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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건 잘 모르겠고, 그냥 이런 느낌을 강연하는 2시간 내내 받았다.


'맞아, 저 나이 때 아이들 영혼은 저런 거였지. 맑고, 순수하고, 깨끗한. 인간 영혼은 원래 저런 거였겠지.'


하지만 '맑고,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은, 오염되기도 쉽다. 우리 어른들처럼.


_ 패션 일베(패드립과 혐오를 또래 문화로 접하고, 소통 도구로 사용하는 아이들)가 꽤 여럿 보인다. ( - 너희들이 사용하는 그 혐오는 혐오를 위한 혐오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너희들을 향할 수도 있어. 그 때는 어떻게 할래?)


34 (2).jpeg 조이엘. '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34 (1).jpeg 조이엘. '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_ '과도한' 수학 선행으로 오히려 수학 능력을 갉아먹고 있는 아이가 여럿 있다. ( - 스스로 문제점을 알고 있네? 현행으로 돌아가. 그리고 어려운 교양서를 많이 읽으면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어.)


_ 독서는 싫지만 국어는 잘하고 싶은 아이. ( - 자기가 생각해도 웃기는지, 같이 웃었다. 즉각적으로 즐겁고 재밌는 건 대체로 몸과 마음과 정신에 해롭다. 너희 나이 땐, 하기 싫고 지루한 게, 대체로 인생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야. 집중력은 지루한 것을 해낼 때 생겨. 저절로 집중되는 숏츠는 뇌를 썩게 한다는 과학자들 보고가 있어. )


_ 영어 단어를 학원에서 몇 시간씩 외우는데, 지나고 보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며 심각한 얼굴을 보이는 아이. (학원이 문제네. 그러지 말고 수백 개 단어를 골라서 매일매일 한 번씩 읽어. 그걸 외울 때까지 반복해 봐. 그게 더 경제적이지 않겠니?)


이 고민, 저 고민, 들어보면 대부분 아이들 잘못이 아니라 어른들 탓이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한다는 예수님 말씀대로.


"또 비유로 말씀하시되 맹인이 맹인을 인도할 수 있느냐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아니하겠느냐" (누가복음 6장 39절)


점심 후 시작한 행사가 4시 훌쩍 넘어 끝났다. 내일 강연장인 거제도로 미리 가는 중, 무주를 지날 때쯤 해가 웅장한 산들 사이로 사라져가는데, 마음 속에서 글벗 중학교 아이들이 나가지 않으려 한다.


그 옛날 천하장사가 /

천하를 다 들었다 놓아도 /

한 티끌 겨자씨보다 /

어쩌면 더 작을 /

그 마음 하나는 끝내 /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 //


절간 머슴으로 시작해 조계종 승려가 된, 설악산보다 더 큰 스님이라 존경받던 무산 스님이 80년쯤 전에 지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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