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증오하는 아이

버트런드 러셀

by 조이엘

버트런드 러셀은 위대한 철학자겸 수학자다. 핵무기와 전쟁을 반대한 자유주의자(이럴 때 쓰는 게 ‘자유’다)이자 인도주의자였다. 결혼을 네 번이나 했던 건 너무 TMI인가.


여튼, 러셀은 청소년기 내내 ‘스스로 생을 끝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그런 그가 98세까지 장수한 것도 모자라 열정적으로 삶을 채웠으며,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다. 그를 살린 건 뭐였을까? 러셀 자서전에 나오는 문장이다.


“수학을 더 알고 싶어 죽지 못했다.”


바퀴벌레보다 수학을 더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많다. 지금도 그런 아이를 여럿 가르치고 있다. 러셀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다. 수학과 친구가 될 순 없지만 같이 가야할 동료쯤으로 여기는 것, 내 목표다.


수학을 증오하는 아이 상호, 몇 번 특수 훈련(?)을 받더니 변했다.


상호 엄마 왈, 선생님 우리 아들이 이상해요. 잔소리도 안 했는데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해요. 숫자도 ‘정상적’으로 쓰고 있어요. 무엇보다 얼굴이 너무 편안해졌어요.


내가 상호에게 해준 특수 훈련은 뭘까?


사실, 특수 훈련을 받은 건 나다. 아이 옆에 있어 주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끝없이 들어준다. 책장도 넘겨주고 샤프심도 갈아준다. 3분에 한 번씩 딴 짓이지만, 참아낸다.


처음엔 숙제는 언감생심, 수업 시간만 겨우 채워도 성공이었다.


중1 1학기 수학은 내용이 잡다해, 수포자 만들기 딱 좋다. ‘일차방정식의 응용’에서 대부분 스스로를 규정해버린다. ‘나는 머리가 나빠. 나는 수학과는 인연이 없어.’


상호는 엄마가 강제로 시킨 ‘인강’을 한 학기 내내 들었다. 정답도 꽤 맞췄다. 하지만 다시 풀라고 해 보니 거의 다 틀린다.


이걸 다시 복습하라면 아이는 완전히 수학을 포기한다.


그래서 연산만 복습했다. 나머지는 차후에 채워넣을 기회가 있으니까.


분배, 괄호 풀기, 통분, 죄다 헷갈려한다. 음수와 양수 더하기, 빼기, 곱하기가 아이에겐 사법고시 문제처럼 어렵다.


해내야겠다는 의지도 없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 기준으론 말도 안 되는 양과 질이지만, 상호가 해낼 수 있는 분량만큼의 숙제. 이걸 해내면서 상호는 공부에서 처음으로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고 믿고 싶다.


숫자도 이젠 정상적으로 쓴다. ‘0’은 놀랍도록 예뻐졌다. 스스로 뿌듯해할 상호 미소가 느껴진다. 하나씩, 둘씩, 성공경험을 쌓아가는 상호 앞날이 기대된다.

‘국영수는 핑계고 인생을 배웁니다’ 114쪽에 썼던 말로 글을 마친다.


“어른들이 먼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꼴찌들에게도 반드시 방법이 있다. 제대로 물어진 질문에는 반드시 해답이 존재하는 법이니까.”


#국영수는핑계고인생을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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