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깨굴] 2020.02.02

침대 구석자리 애호가

by 개꿀
만세 하며 잔다


체력이 소진될 만큼 무언가(독서, 창작, 운동)에 몰두해 있다가 쓰러지듯 침대 구석에 몸을 구기고 들어가 잠자는 시간이 너무나 좋다.


반대로 자기 위해 억지로 누워 불필요한 생각과 고민의 꼬리를 붙잡는 건... 괴롭다.

꿀순이가 태어나기 전, 이 집으로 이사하며 안방 벽면 사이즈에 맞는 패밀리 범퍼 침대를 샀다. 남편과 결혼 전부터 "아기가 태어나더라도 절대 각방은 쓰지 말자." 이야기 나누곤 했는데 각방은 쓰지 않지만 어느샌가 둘 사이엔 꿀순이가 끼어들어 있다.

남편은 볼멘소리로 "왜 자기 옆에서 자지 않느냐" 하는데, 고백하자면 이 구석 자리가 너무나 좋아졌다. 물론 남편의 따뜻한 온기가 그립긴 하지만(남편 체온이 나보다 높다).

관성이란 무섭다. 아마 사랑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이렇게 살다가 사랑이가 태어나면 그땐 내가 누운 이 구석에 사랑이를 눕히겠지.(그러고 보니 꿀순이도 갓난아기 때 여기서 잤다. 그러다 뽀로로를 보기 시작하면서 빔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게 침대 중간이었다)

잠자리에 변화를 주려면 가족의 생활 습관, 패턴을 바꿔야 하겠구나. 모든 건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거창한 결심, 그에 수반되는 넉넉한 비용보다 어쩌면 가장 시급 한 건 일상의 작은 변화일지 모르겠다.

이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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