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네요. 네네, 역시나 늘 저는 딴짓을 하고 있었지요.그러나 찬바람이 부니 브런치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꽤 예전에 그렸던 것을 털어 보려고 합니다.
나는 '동화작가'다. 어딜가든 '본캐'는 동화작가라 소개한다. 그건... 동화작가라는 걸 잊고 싶지 않아서다. 어디서 무얼하든, 내 어깨에 누가 올라타 있던(네, 두 꿀꿀이가 타고 있습니다) 나란 사람은 누구이기 전에 '작가'이고 싶다.
나는 '글'을 읽고 쓸 때 가장 행복하니까.
그래, '글쓰는 사람'으로서 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딱히 '동화'라는 장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동화작가로 살고 싶은 것은, 그동안 내가 꾸준히 해온 가장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갑자기 창작을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다. 넷플릭스에서 어마어마한 서사의 미드를 정주행 했을 때,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신간을 볼 때...문득, 내가 쓰는 작품이 영 시시하게 느껴진다.
"그저 독자로 남아도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가도 순간 순간 떠오르는 '이야기의 씨앗'을 메모하고 있는 날 보면.......... 천상 작가...는 개뿔, 또 열심히 하고 있구나, 아니 이제 그만 열심히 하지 그러니? 제발, 네가 해야 할 일에만 열심히 해줄래?(죄송합니다. 제 안에 제가 너무 많군요.)
동화로 등단한 지 2년 후면 10년을 맞이한다. 솔직히...10년이라는 숫자가 무섭고 싫다. 나는 아직 덜 자랐는데. 그저 새내기마냥 멋대로 동화를 쓰고 싶은데...
'등단 10년이 된 작가'라고 하면 어딘가 '완성형'처럼 보일 것만 같고 실수에도 큰 질타를 받을 것만 같다. 그래, 나는 아직 '미완성'인데 그런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
그러나, 곧 커다란 깨달음이 왔으니. 그것은! 아무도 내가 등단 10주년이 됐다는 걸 모를 거라는 거다. 아, 그것 참 다행이구나 싶다가도 슬프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오락가락한 나의 마음이여. 인기작가가 아니라는 건 이럴 때 행복한 것이다. 그래, 마음껏 쓰자! (오늘도 정신승리)
글을 쓰고 나면 보통 '공모전'에 제출하거나 '투고'를 한다.
나는 공모전에서 여차저차 수상을 5번 정도 했다. 그렇기에 또 '공모전'에 작품을 보내는 건 어쩐히 쑥스러운 일이어서(그래놓고 몇 번 냈습니다.) 요새는 '투고'를 한다.
이쯤 되니 생각나는 '투고 방법'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1)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투고 시스템'을 찾아본다.
- 규모가 있는 출판사라면 원고를 곧바로 투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홈페이지에 마련해두고 있다. '클릭' 버튼을 눌러 대략적인 소개와 함께 원고를 보내면 끝!
만약 투고 시스템이 없다면 '이메일 주소'가 안내되어 있을 것이다. 정성껏 메모한 후, 개인 메일로 정중한 인사와 함께 투고하면 끝.
(2) 책에 적혀 있는 대표 이메일 주소로 투고한다.
- 어떤 출판사는 투고 안내가 아예 되어 있지 않다. 이럴 경우, 그 출판사에서 마음에 드는 책(내가 출간하려는 분야)을 골라 내지를 살펴본다.
보통 뒷면에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편집자의 이름이 나오고, 거기에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을 때도 있다. 비록 대표 메일이라 하더라도 보내보자.
(3) 지인을 활용하자.
- 주변에 책을 낸 사람들이 있다면 출판사의 편집자 연락처를 받아서 내 원고도 투고해보자.
혹시 "A 소개로 투고한 것 때문에 부담 느끼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는가? 도대체 무엇이 걱정되나? A와의 관계 때문에 내 원고를 반려하지 못하고 별로인데도 책으로 발간할까봐? 아니면 내 원고가 별로라서 A에게 폐가 될까봐?
이런 걱정을 한다면 그건, '자의식 과잉'이다. 걱정 마시라. 편집자는 원고 그 자체로 판단하니까. 책 한 권을 펴내는 데 많은 돈과 품이 든다. A가 아무리 '베스트셀러의 증조 할머니'라고 해도 원고가 매력 없으면 절대 책으로 내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 원고가 별로라서 A에게 폐가 될까봐 걱정한다면 그 걱정도 붙들어 매시라. 분명 A도 어딘가에서는 까이고 있을 테니까. 작가의 운명은 까이는 것이다(라고 했지만 한 번도 안 까이는 분들이 있다면...... 존경합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편집자의 메일을 아낌없이 주위 문우들에게 나눠준다. 그들 중에는 나보다 더 먼저 그 출판사와 계약한 분들도 있다.
(4) 편집부에 전화 하자.
출판사 편집부에 전화 해서 투고하려고 하니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물론,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전화를 거는 게 무진장 쑥스러워 정식으로 시도해본 적은 없다.
보통 위의 세 가지 방법을 통달하면 웬만한 메일 주소는 손에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절약하고 싶은 분이라면 "롸잇 나우 전화 걸어!"
나도 작품을 쓴 후, 꽤 많이 투고했다. 그리고 심심하면 까였다. (잠시만 울고 올게요.)
아마, 작가들이라면 '까이는 일상'을 이해할 것이다(이해 못하신다면 그저 부럽군요. 흥!). 작가가 아닌 분들은 나에게 이렇게 되묻기도 한다.
상을 다섯 개나 받았는데도 투고해요?
이건, '케바케'다. 누군가는 한 번의 수상으로 줄줄이 계약에 성공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열 번의 상을 받고도 계약에 실패할 수 있다. 나는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는 데 어느 정도의 '운'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물론, 운이 작동하려면 숱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은 기본기요, 운은 양념이로다.
동화작가 지망생이던 시절, 신춘문예나 공모전 시즌이 오면 내가 쓴 작품을 공모전에 '뿌렸다'. 그때 내 나이 20대 후반. 겁없던 시절이었다(흠. 누가 보면 10대 후반인 줄.)
원래 '처음'이란 그런 것이다. 무모하고, 패기가 가득한 '천둥벌거숭이' 같은 시기.
그때의 나는 설익은 글을 세상에 막 뿌려댔고, 그 과정을 거쳐 상을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우의 수'가 통했지 않나 싶다.
나의 첫 상은 '어린이 잡지'에서 주최하는 중편동화 공모전이었다. 회사를 그만 두고 한 달 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는데 마지막 종착지인 이스탄불에서 수상 전화를 받았다. 드라마틱한 순간이었다.
두 번째 상은 '신춘문예'였다. 이어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단편 소설' 공모전에서도 또 수상을 했다. 이렇게 상 3개를 연달아 받았다. 2013년 겨울~2014년 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다 1년 후 'MBC 창작동화 대상'을 받았고, 3년 뒤 첫째를 낳은 후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그 사이에 책도 1년 에 한 권씩은 꾸준히 냈다. 다른 전업작가들에 비하면 정말 턱없이 적은 수준이지만, ENPF 답게 오만가지 다 관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회사까지 다니는 나로서는 정말 꾸준히 한 우물을 판 격이다. 그런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군요.(쪽)
아무튼, 그럼에도 여전히 출판사에 투고하면 까인다.
처음에는 "내 원고가 정말 별로구나."라고 생각해 우울의 늪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의 루틴을 겪은 후 깨달았다. 출판사마다 선호하는 원고가 있다는 것을.
실제로 나는, A 출판사에서 까인 원고를 B 출판사에서 계약하고, B 출판사에서 까인 원고를 C 출판사에서 계약했다. 심지어 까인 원고로 공모전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포기하지 마라. 까이고 까이고 또 까여도 도전하라."
까이다 보면 맷집이 좋아진다. 안 그래도 '자학'할 것이 많은 세상이다. 천지에 멋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넘쳐 나는지, 나만 빼고 다 잘 살아가는 것만 같다. 나는 왜 이모양인가 싶다. 하지만 당신이 어떤 모양인지 내가 똑똑히 알려주고 싶다.
"당신은요!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완성했고, 또 그 원고를 용기 있게 투고했습니다! 정말 멋진 사람이라구요!"
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아참, 주의할 것도 있다. 정말 원고가 설익은 것일 수도 있으니, 까인 후에 반드시 '수정'하고 '퇴고'하길 권한다. 감사하게도 다정한 편집자님들은 거절 답을 보내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알려주신다. 상세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도움이 된다. 반드시 그것을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