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은 너무 슬픈데 말할 곳이 없다.
마땅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닥친 안 좋은 일은 1인데 우울증 버프를 받아 20까지 순식간에 커져서 나를 삼켜 버렸다. 그래서 야심 차게 세웠던 주말 계획이 이불 빨래와 청소를 제외하고 모두 망해버렸다. 출근해서 웃을 힘이 없다. 하지만 내 슬픔이 다른 이의 분노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성실히 출근하겠다.
운동을 다녀와도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아서 김치찜을 시켜먹고 커피와 버터쿠키를 먹고 있다. 그래도 1도 안 풀려서 조바심이 났다. 감정노동자가 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출근을 할 수는 없는 일인데. 그러다 드라마 ‘도깨비’를 봤다.
오늘 내가 본 에피소드는 고시원에서 공부하다 죽은 귀신이 지은탁에게, 엄마가 텅 빈 냉장고를 보면 가슴 아파할 것이라며 채워달라고 부탁하는 회차였다. 지은탁은 그 부탁을 받고 그 여자분이 살던 방에 가서 냉장고를 채우고 방 청소를 한다. 지은탁이 간 후 그 여자분의 어머니가 와서 딸이 베던 베개를 쓸어보고 냉장고를 열어본다. 그걸 그 뒤에서 딸 귀신이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엄청 울었다. 원래 엄마가 딸을 사랑하는 장면만 보면 울어왔다. 우리 엄마는 밥 해주고 지도해 주지만 그런 감정적인 애정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엄마와 딸 장면만 나오면 어릴 때부터 한 맺힌 사람처럼 울었다. 나는 지금도 궁금하다. 우리 엄마도 내가 죽으면 저 평범한 엄마들처럼 슬퍼해줄까? 나를 살리기 위해 죽어줄 순 있지만 나를 위해 슬퍼하진 않을 것 같은 이상한 우리 엄마.
이 문제로 슬퍼한 지는 꽤 되었다. 내 기억 속에 남은 엄마와의 행복했던 기억이라고는, 중학교를 가게 되어 처음 가방을 챙기는데 엄마가 거울과 빗을 선물해 준 것이다. 짠- 하면서 환하게 웃던 엄마의 표정. 나는 그 하나의 기억으로 엄마를 사랑하는 딸로서 울며불며 살아가고 있다. 온갖 희생을 다 하였으나 내가 사랑으로 기억된 것은 저 장면 딱 하나. 착잡해져 있는데 마침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대로 아빠는 사랑밖에 주지 못했다. 외모나 지능 면에서 엄마가 준 것을 깎아 먹었으며, 아빠에게서 배운 거라거나 본받고 싶은 점도 별로 없다. 그저 사랑만을, 절절한 부성애만을 보여 준 감정적인 아빠. 나는 그 둘이 잘 섞였다기 보단 어쩔 땐 극단적으로 이성적이기만 하고 어쩔 땐 속절없이 감정에 휩쓸려가는 고장 난 사람으로 큰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나의 부족함에 삶의 의욕을 잃는다. 나 같이 한계가 자명한 사람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사나. 내가 힘든 건 당연하다. 버티는 게 삶이라 하니 드라마 보고 웹툰 보면서 오늘을 버텨 보겠다. 하지만 정말 버티는 게 답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