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아사나를 통한 자유로운 엄마의 시간
쌍둥이를 낳고 한동안은 내 몸이 내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틈틈이 요가를 해보려 했지만,
진득하게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건 쉽지 않았다.
쌍둥이를 낳고 처음으로 혼자 요가원에 간 날이 생각난다.
그날의 시원한 공기, 요가원의 조용한 음악, 그리고 낯설 정도로 무거웠던 내 몸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 자세에서 오래 머무는 동안
처음에는 집에 있는 아이들 생각이 자꾸 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숨이 고르고 마음이 비워졌다.
“이제 눈을 감고, 몸의 힘을 모두 내려놓으세요.”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나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호흡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고요해지자 그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이 밀려왔다.
쌍둥이를 먹이고 재우느라 쪽잠으로 하루를 버텼던 나.
그 과정에서 나는 잠시 잊고 살았다.
그런데 사바아사나 자세로 가만히 누워 있으니
문득 내 몸이 너무 고마웠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태어나준 것도 기적처럼 느껴졌다.
‘이 몸이 버텨줬기에 아이들이 건강하게 태어났구나.’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내 몸에게 ‘고마워’라고 말했다.
누구의 위로도 아닌, 내 안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뜨거운 감사였다.
그날 깨달았다.
나는 누군가의 엄마이기 전에, 여전히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잘 버텨준 나’에게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뿐이라는 것을.
모성애와 나 자신에 대한 고마움이 묘하게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사바아사나는 요가에서 ‘시체의 자세’라 불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자세에서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느꼈다.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따뜻했다.
수련을 마치고 나오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 백화점이나 카페에 가고 싶었지만
곧 아이들과 부모님이 떠올라 집으로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로 살면서도, 나는 여전히 자유로운 나일 수 있구나.
아이들을 챙기며 나를 돌보는게 결국은 진짜 엄마가 되는 길이겠구나.
그때부터 요가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일상의 의식이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요가를 하는 날도 있고, 혼자 오롯이 내몸을 살피기도 한다.
요가매트를 펴고 움직이다가 마지막에 사바아사나에 누우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나의 품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요가는 내게 쉼이자 다짐이다.
아이들에게 화를 낸 날도, 선택에 후회가 남는 날도
매트 위에 누워 다시 숨을 고른다.
그 고요한 사바아사나의 순간마다
나는 다시 엄마로, 또 나로 돌아간다.
멈춤의 순간, 나는 엄마로서도 자유로운 나로 다시 태어났다.
사바아사나는 산스크리트어로
Shava (시체) + Asana (자세)에서 온 말이다.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완전히 비우는 자세다.
요가에서는 이 ‘죽음의 자세’를 통해
비로소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즉, ‘멈춤’을 통해 다시 ‘살아남’을 배우는 시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