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부터 고집쟁이
나 우유 다시는 안 먹어!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엄청 빨랐다고 한다. 이미 첫 돌이 되기 전 문장 구사를 할 정도여서, 엄마는 내가 영재인 줄 알았다고 했다.
우유병을 뗄 무렵 나는 진해에 살고 있었는데, 엄마는 집에 있는 모든 젖병을 숨겨 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 슈퍼 아저씨에게도 우유병 없다고 해 달라고 단단히 일렀다고 한다.
당시 해군이었던 아빠 덕분에 군인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오지랖도 넓고 수다스러워서 온 동네 대문을 두들기며 “우유병 좀 주세요”하고 다녔단다.
슈퍼에 우유병 사러 가자고 졸라서 슈퍼에 갔지만, 어차피 슈퍼 아저씨도 엄마에게 매수된 상태였다.
아저씨가 우유병은 팔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자, 나는 대성통곡을 하며 어떻게 슈퍼에서 우유병을 팔지 않을 수 있냐며 외쳤다고 한다.
나 그럼 평생 우유 다시는 안 먹어!
놀랍게도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나는 우유는 물론 우유가 들어간 라떼 조차 입에 대지 않는다.
엄마는 나에게 그때의 충격과 결단이 아직까지 갈 줄 몰랐다고 웃었다.
나도 내가 우유를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를 드디어 알았다.